내 아가의 똥냄새는 향긋하다고 엄마들은 말한다. 사랑하게 되면 연인의 발 냄새도, 정수리의 냄새도 좋아하게 된다. 단 사랑이 식을수록, 사랑이라는 애매한 무형태의 크기도 줄어들면 더 이상 좋은 냄새도 향기가 아니게 된다.


잠을 잘 때 혹 안 좋은 냄새가 나면 잠드는 게 힘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방이 아닌 곳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에 그렇다. 호텔이나 펜션 같은 숙박업소에는 안 좋은 냄새가 도사리고 있지 않지만 텐트 속이나 여인숙 같은 곳에서 잠을 청할 때 가끔 냄새가 숙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친구의 자취방에 가면 나는 냄새가 있다. 베개를 하도 빨지 않아 나는 냄새, 담배를 피워대서 연기가 천장에 배어들어 나는 냄새, 설거지를 제때에 하지 않아서 나는 냄새, 제대로 빨지 않은 빨래를 제대로 말리지 않아서 나는 냄새가 전부 뒤섞여 나는 냄새가 있다. 참으로 오묘한 냄새로 한 마디로 싫다. 잠이 오지 않는다.


모텔에 가면 모텔만의 냄새가 있다. 모텔에서 냄새가 난다기보다 모텔이 지니고 있는 모텔만의 단단한 냄새가 있다. 커튼과 대형 티브이와 이인용 탁자와 욕실의 문, 그리고 일괄적인 스킨로션과 드라이기가 주는 모텔만의 색채에서 나는 냄새가 있다. 코로 맡는 것이 아니라 피부로 스며드는 그런 냄새다.


하루 동안 지내다 보면 여러 가지 냄새를 맡는다. 좋은 냄새가 있고 기분 나쁜 냄새가 있다. 요컨대 전기배선이 타는 냄새라든가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는 냄새는 기분이 나쁘다. 그 외의 안 좋은 냄새는 기분이 나쁠 것 까지야 없어서 수용할 만한 안 좋은 냄새에 속할지도 모른다. 똥냄새는 싫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물론 점성이나 물성 내지는 양에 따라 냄새도 달라지지만 퉁 쳐서 똥이라는 것의 냄새. 안 좋기는 하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물론 나는 그렇다는 말이다.


정말 기분이 안 좋은 냄새는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다. 그래서 부지런하지 않으면 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안 좋은 냄새를 가리기 위해서 열심히 씻고 샤워하고 뭔가를 발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입을 벌리면 옆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이, 입에서 똥내가 난다고 하는 블록버스터급의 말을 듣게 된다.


참 묘하게도 좋은 냄새는 대체로 인공적인 냄새다. 일단 음식 냄새가 그렇다. 불에 지지고 볶고 끓이고 튀기는 냄새는 너무 좋다. 분자를 파괴하거나 변형시키는 냄새일까, 음식을 하면서 식재료의 분자가 마구 뒤틀리는 냄새는 좋다. 오전에 아파트 계단으로 퍼지는 계란 프라이 냄새, 일요일 늦은 아침에 솔솔 풍기는 짜파게티 냄새는 늦잠을 결국 포기하게 만든다. 짜파게티 냄새 정말 좋지 않습니까? 미칠 것 같아요 짜파게티 냄새는. 그리고 좋은 냄새라고 하면 향수라든가 방향제, 비누나 샴푸 같은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냄새다.


제대를 하고 잠시 토건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늘 현장에서 일을 했다. 현장에서 하수구를 파서 파이프를 연결하는 일을 했는데 내가 직접 하지는 않고 그 일은 하청을 받은 회사에서 인부들이 했다. 나는 설계도면대로 되는지 그런 걸 체크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인부 아저씨들과 친하게 된 후로 연장을 나르고 하수구에도 직접 들어가고, 그래서 몸에서 하수구 냄새가 났다. 아후 하수구 냄새만큼 싫은 냄새도 없다. 그렇지만 내 몸에서 하수구 냄새가 난다고 나를 피한다거나 냄새가 난다고 나무라는 인부 아저씨들은 없었다. 점심시간이면 트럭 뒤에 전부 올라타서 기사식당에서 열심히 밥을 먹고 볕이 드는 곳에 앉아서 하하하 하며 이야기를 하다가 또 오후 시간에 열심히 하수구를 팠다. 물론 아저씨들 몸에도 하수구 냄새가 났지만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수구 냄새인데 싫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끔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가 있는 날에는 회사로 출근을 해서 작업을 했다. 그때 김 과장님과 같이 점심을 먹을 때가 있었다. 김 과장님은 비빔냉면을 먹고 겁도 없이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런저런 업무지시나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 입에서 나오는 냄새에 비빔냉면과 자판기 커피와 담배냄새가 뒤섞여 악마의 고름 같은 냄새가 났다. 죽을 것 같았다. 욕이 튀어나오기 일보직전이었다. 10분 만에 두통이 찾아왔다. 김 과장 놈, 게보린이라도 사주고 말을 하던가, 양치질이라도 하고 나서 말을 하던가. 냄새로 머리를 아프게 하다니, 두통이 오는 냄새가 바로 그 냄새였다. 냄새가 사람에게 고통을 주다니. 인간이 입으로 만들어낸 이 지독한 냄새.


순간 저 김 과장의 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쟁 중에 땅 밑으로 굴을 파고 다니는 적군을 물리칠 때 이 냄새를 뿌리는 것이다. 서서히 조여 오는 두통으로 적들은 미쳐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며. 헤헤헤.


나는 나의 고민을 사무실에 남아서 sns에 올렸다. 사람들은 대부분 격려를 해줬다. 사람들 덕분에 그 하루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리는 너무 아팠다. 냄새의 여파가 너무 컸다. 집으로 가야 하는데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두통이 심했다. 컴퓨터를 끄려는데 빨간빛이 화면에 깜빡깜빡거렸다.


그 빨간불이 계속 신경이 쓰여서 클릭을 했다. 클릭을 하니 어플이 열리면서 하나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텍스트가 보였다. 텍스터의 모양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글자꼴이었다. 아우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서 어플에 반짝이는 텍스트를 클릭했다. 그랬더니 여자 문제에 관한 부분은 여기를, 시험 점수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은 여기를, 가족문제, 친구 같은 카테고리가 있었다. 나는 직장 상사 카테고리 부분을 눌러 들어갔다. 거기에는 미운 직장 상사를 보내는 카테고리가 있었다. 그중 하나를 클릭했다. 클릭, 클릭, 더블 클릭.

 

다음 날 김 과장님은 점심에 감자탕으로 통일을 했다. 반드시 감자탕이어야 한다. 감자탕 집에서 부서원들이 점심을 말없이 먹고 있다. 김 과장님도 감자탕을 먹었다. 국물을 떠먹고 마늘을 먹고 양파도 먹고 김치도 먹고 밥도 먹고 묵은지도 먹고 뼈다귀도 뜯어먹는 김 과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잘 먹는다. 점심을 다 먹은 다음 자판기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한대 피운다. 사무실로 돌아온 김 과장님은 양치질을 한다. 그런데 입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다. 냄새는 사무실을 악취 속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원들은 코를 막다가 나중에는 숨을 헐떡거렸다. 김 과장님이 버스를 탔는데 사람들이 코를 막고 목을 부여잡더니 기침을 심하다가 구토를 했다. 구토물은 더한 악취가 나더니 구토물에서 어떤 생물체가 꾸물꾸물 기어 나왔다.



남들은 싫어하는데 자기만 좋아하는 냄새도 있다. 가령 자동차 정비소에서 나는 기름 냄새나 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의 작업복 냄새가 그럴지도 모른다. 기억에서 가장 나중에 사라지는 것이 후각이라고 한다. 냄새는 추억에게 신세를 지며 들러붙어있는다. 추억이 물에 불은 신문지처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붙어 있는다. 그때 그 냄새, 그 향기가 나는 것 같아.


생각해보면 좋은 냄새 중에 평소에 맡을 수 있는 자연적인 냄새는 꽃향기 정도뿐이다. 꽃집에 들어가면 나는 냄새가 있고 봄이면 강변에 들에 나는 꽃냄새가 있다. 동네 곳곳에 심어 놓은 나무가 꽃을 피우는데 거기서 나는 냄새가 얼씨구 ‘봄’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린다. 그런 꽃냄새가 가득한 봄이 좋다. 봄 냄새가 나니까.



꽃은,

꽃이 피고 지는 건 인간의 삶과도 흡사하다. 피었다 싶으면 언젠가는 시들고 만다. 하지만 개화기의 처녀처럼 또 시기가 되면 반드시 그 예쁜 모습을 궁극적으로 보여준다. 좌절을 맛보았다고 해서 다시 찬란하게 빛나지 말란 법은 없다. 인생의 굴곡을 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꽃이 가득한 집에 살고 싶다. 마당이 있어서 한가득 꽃을 심어놓고 꽃이 피고 지는 것을 해마다 바라보다가 죽고 싶다. 벌레가 일 거야, 청소는? 같은 따위의 충고는 신경 쓰기 싫다. 말을 하지 못하는 꽃이지만 매일 관리를 해준다. 알록달록 일렬로 죽 피어 있는 꽃을 바라보면 그 뒤의 어떤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모르고 당장 꽃을 보며 웃게 될 것이다. 친구 집에 놀러 갈 때에도 꽃을 친구의 어머니께 선물한다. 꽃을 받은 어머니는 꽃에 얼굴을 묻고 옛일을 잠시 생각할 것이다. 꽃은 우리에게 필요하다. 네가 나에게 필요하듯이. 비록 계절이 바뀌어 변심한 그처럼 시들어 나를 버릴 지라도. 꽃은 삶이기 때문에, 너는 나의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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