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하는 영화 이야기,라고 쓰고 그냥 영화 리뷰라고 하고 싶지만 그냥저냥 떠들어대는 영화 이야기. 영화는 일상 중에서 일탈을 맛볼 수 있는 예술의 한 부분이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림, 사진, 의상, 미술, 건축, 자동차를 보는 재미가 있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동안은 그야말로 이 세계를 떠나가 있는 기분이 든다. 



1. 킹덤: 아신전

https://youtu.be/rO3gF04G-2I

생사초를 먹은 노루를 호랑이가 먹고 그 호랑이가 사람들을 좀비로 만든다.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이었던 생사초가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존재하는 인간을 위협한다. 그 중간에 아신이 있다.


킹덤 시즌 1, 2에서는 가장 권력을 쥔 자들이 가장 밑바닥의 서민들을 학살한다. 이제 그 반대를 통해 모순과 역설을 말한다. 킹덤 아신전 첫 장면에서 화면은 밑에서 나무가 빼곡한 하늘이 반영된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조선, 평온한 세상을 말한다. 그러나 생사초를 먹은 노루가 그 물에 빠지며 세상은 흐트러진다. 그렇게 킹덤 아신전은 시작한다.


아신은 악착같이 살아간다. 조선인도, 여진족도 아닌 아신은 처절하리만치 돼지우리 속에서 실낱 같은 희망으로 하루를 살아낸다. 그런 아신이 분노를 넘어 감정이 완전히 결여된 표정으로 바뀐다.


아신의 얼굴에서, 그 표정에서 분노, 희망, 그리고 절망의 한 올까지, 모든 감정이 한순간 확 걷히는 표정이 눈빛에 나타난다. 그건 바로 체념이었다. 일종의 안정된 코마 상태. 마치 말기 환자가 모든 것을 체념한 후 나타나는 온후한 표정. 아신은 그렇게 체념의 상태가 되어 인간 그 이상의 인간이 된다.


그 체념의 표정을 지은 전지현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 킹덤 아신전은 한국판 왕좌의 게임을 보는 것 같았다. 손톱의 더러움, 누런 이빨, 해에 그을린 볼살 등 마치 다큐를 보는 것 같은 미장센과 몰입할 수밖에 없는 극본의 힘이 굉장했다.


앞으로 킹덤이 더욱 기대되는.




2. 정글 크루즈 

https://youtu.be/OMFHBSz0Nk8

정글 크루저가 시작할 때와 프랭크가 회상할 때 메탈리카의 ‘낫띵 엘스 메럴’이 나온다. 정말 학창 시절에 메탈리카를 미친 듯이 들었던 나로서는 도입 음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옆에 앉은 일행에게 야, 메탈리카 야!라고 했지만 일행은 그게 뭐? 같은 표정으로 영화만 관람.


영화 속에서 낫띵 엘스 메럴은 노래는 없이 연주만 흘러나온다. 메탈리카의 메탈리카 앨범에 있는 곡으로, 대체로 암울하고 우울하지만 믿음과 함께 있음을 말하는 노래다. 암튼 요즘의 넥스트 레벨보다 더 좋아했음. 넥스트 레벨 커버 치는 영상도 재미있음. 런던, 파리, 러샤, 브라질은 남자 녀석들이 제껴라 제껴라 하고, 일본, 중국 재미있음. 그나저나 에스엠은 도대체 광야는 왜 포기 못함?


여하튼, 정글 크루저는 구니스, 인디애나 존스, 커스롯트 아일랜드, 피터 잭슨의 킹콩을 거쳐 도달한 느낌. 모험과 모험이 모험으로 모험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미! 국!이라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 생각된다. 앞서 말한 심각하지 않고 자본이 충만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할리우드 식 판타지 영화를 이어받았다.


그간 에밀리 블론트의 영화들 중에서 이 영화의 에밀리가 제일 러블리하다. 몹시 사랑스럽다. 치켜뜬 눈동자며, 나만 살면 되지만 동물들을 구하는 모습이며, 똑똑한데 멍청하며, 안 그런 척 그런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게 나온다. 러블리의 끝판이다. 실제로도 그런 모습인데 영화 유튜버 천재 이승국과 비대면 인터뷰하는 모습을 봐도 아주 장난기 넘치는 사랑스러움으로 대화를 한다. 한 번 보시길.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며 낫띵 엘스 메럴은 정말 우주 최고로 좋은 노래다.




3. 래치드

https://youtu.be/CE1KOhXX2no

래치드는 오래전, 1940년대의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아주 기묘하고 난해하고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다. 밀드레드 래치드라는, 어떤 단어로 지정할 수 없는 간호사가 정신병원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샤론스톤도 나오고 신시아 닉도 나오고 주디 데이비스 등 유명한 배우들이 와장창 나온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라 폴슨의 의문스러운 간호사 연기가 좋다. 사라 폴슨은 꼭 우리나라의 조여정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사라 폴슨도 꽤나 많은 영화에 나왔다. 아마도 이대로 필모를 이어간다면 줄리안 무어처럼 되지 않을까. 한 50대가 되어서 완전한 두각을 드러내는 배우. 뭐 그런.


사라 폴슨의 최근의 화제작은 ‘런’이었다. 아무튼 넷플 미드 ‘래치드’는 정말 재미있다. 스토리, 호러, 고어,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딱인 영화다. 잔인한 듯 아닌듯한데 몹시 고어적인 장면도 많다. 요컨대 팔이 잘린다거나, 다리가 총에 맞아 터진 모습 같은 장면은 쏘우처럼 드러내 놓고 고어적인 영화보다 더 끔찍하다.


또 19금 장면 역시 그렇지 않은데 몹시 야하다. 드러내는 장면은 없지만 간호사가 남자 환자의 자위를 해주는 장면은 대화와 두 사람의 얼굴만 보여주는데 대 놓고 보여주는 영화보다 더 야하다.


시리즈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면서 점점 무섭고 호러에 가깝게 흘러간다. 미쟝센이 아주 좋다. 배경과 정신병원의 내부 색감은 박찬욱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가 많다. 예고편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미술이 죽인다.




4. 보스 베이비 2

어릴 때도 만화 본다고 엄청 혼났었는데 어른이 되어서 더 보는 것 같네. 귀여움과 귀여움으로 심장어택 당하다가 감동의 풀 스윙을 먹어 버렸다. 더위 먹는 것보다 낫지.


닌자 베베 귀염둥이를 나올 때 어쩔 뻔. 티나의 막 나가는 귀여움과 타바타의 노래는 또 왜 그렇게 좋을까.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신나고 귀여워서 죽을 것 같지만 어린이보다 으른이가 보면 더 좋을 영화가 아닐까 싶다.


내 아이들이 나와 점점 멀어진다고 느낄 때(싫지만 분명 그런 시기가 오기 때문에) 보스 베이비 2를 보라. 돈이 좋고 돈을 버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돈을 많이 벌었어도 지나고 보면 꼭대기는 외롭다.


정신없이 보다가 정신 차리고 난 후에는 뭉클한 영화 보스 베베 2였다.




5.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  

https://youtu.be/58mGvTiQ4Yg

영화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는 26년 전에 마이클 조던이 벅스 바니와 손잡고 외계 종족들과 농구 한 게임을 해서 지구를 구하는 스페이스 잼의 후속 편이다. 학생들과 어른들의 우상 마이클 조던과 아이들의 우상인 벅스 바니가 만나서 농구로 빌런들을 무찌른다는 이야기.


마이클 잭슨의 노래 ‘잼’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마이클 조던이 나와서 농구를 한다. 거기서는 마이클 잭슨도 살아서 마이클 조던과 같이 농구를 하면서 노는 모습이 마치 꿈처럼 몽글몽글하다. 랩 하는 부분에는 크리스 크로스도 나온다. 걔네들이 누구냐면 미국의 량현 량하 같은 애들인데 빌보드 찍었었다. 랑현 량하를 크리스 크로스를 보고 따라 만들었을 것이다 박진영이.


당시 흑인 음악에 빠져 있었으니까 박진영이. 그래서 빌보드 찍고 세계 난리 난 크리스 크로스 같은 어린 노무 세키들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크리스 크로스의 점프는 지금 들어도 신난다. 하하하하하 학교를 안 갔어, 와는 다르다. 박진영이 너는 이번에 '잇지' 노래 가사도 똥망이야 알지. 프로듀서나 하란 말이야. 크리스 크로스 형제 중에 한 명은 얼마 전에 죽은 것으로 안다.


여하튼 그래서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는 근간의 농구 천재 릅신이라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인 에이아이 같은 돈 치들에게 빼앗긴 아들을 찾기 위해 벅스 바니와 농구팀을 이루어서 대결을 한다. 마이클 조던처럼 연기할 엄두가 안 났던지 온전하게 만화가 되어 벅스 바니와 투니버스 캐릭터들과 한 팀을 이루는데 그 과정이 나는 너무 재미있었다.


빌런으로 워 머신 돈 치들이 나오는데 돈 치들은 첫 연기가 30년 전인데 그때 모습이 마치 지금 돈 치들의 1초 전의 모습 같다. 돈 치들은 날 때부터 저런 얼굴로 태어난 것 같다. 이 영화의 재미있는 점은 워너 브라더스의 작품들이 그대로 나오고 그 안으로 벅스 바니와 릅신이 만화가 되어 들어간다는 점이다.


매트릭스에서도, 매드 맥스의 그 장면에서도, 킹콩과 해리포터에도, 그리고 왕좌의 게임에서도 똑같이 용을 타고 나온다.  이런 장면 너무 재미있고 좋았음. 다시 실사로 돌아온 릅신. 실사, 2D, 3D의 완벽 조화. 시청 고고고.




6. 발신제한

https://youtu.be/WSmgHodVqDk

영화 발신제한을 보면서 든 생각은 빌런에게 제발 사연을 주지 말았으면 한다. 그냥, 그저 돈이 좋은 똘아이가 폭탄 설치하고 끝으로 치달았으면 한다. 빌런에게 딱한 사정을 주고 복수를 위해 이런 일을 펼치지 말고 그냥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사이코패스라서 그냥 돈이 필요해서 재미로 폭탄을 설치하고 사람을 죽여줬으면 한다.


발신제한의 연기들을 보면서 호평이 가득한데 나만 보면서 답답했는지 모르겠다. 경찰들이 미운 건 알겠는데 정말 너어어어어무 무능하고 답답하게 연출을 했다. 왜 이러는지 당최 모르겠네.


제네시스 광고하는 김에 버튼을 누르면 창의 한 편에 홀로그램으로 아내와 대화를 하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비상약 상자가 튀어나오고, 또 다른 버튼을 누르면 수륙양용차가 되어서 바다가 있는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질주를 하다가 바다에 뛰어들어 붕 하며 바다 위를 달려가고, 어떤 버튼은 날개가 나와서 그만하자.


아무튼 자산어보 한 번 더 봤는데 조우진 역시 대박임. 아 진정 연기는 이렇게 하는 거라.




7. 노바디

https://youtu.be/zeWm0Snl-Fo

질질 끌지 않는다. 답답함이 없는 테이크의 향연. A급 바로 밑까지 바짝 다가온 B+급의 액션이라 더 마음에 들었던 영화.


일상에서 늘 보던 중년 아저씨의 이유 불문 악당을 향한 차별이 없는 통쾌한 타격을 영화 마지막까지 보여준다. 존 윅의 스핀 오프라고 까지 소개하는 ‘노바디’의 빌런들은 어쩌면 존 윅에게 깔끔하게 당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카타르시스가 오랜만에 팍팍 터져 나왔던, 존 윅이 이성을 잃게 만든 게 기르던 반려견이었다면 하치에겐 딸이 아끼던 반려묘의 팔찌가 사라지면서 폭발하게 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조깅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며 출근 후에 책상에 앉아 엑셀이나 하는 반복의 매일을 보내는 허치. 어느 날 밤 집에 강도가 들어와 아들 대치를 하지만 허치는 저항 없이, 저기 돈 있으니 가져가라면서 그저 강도를 보내준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또 주위 모든 이들에게 무능하고 나약한 아버지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허치의 선택을 손뼉 쳐주고 싶다. 그렇잖아, 영화지만 현실과 타협을 한 장면이었다. 아버지로서 어쩌면 가장 바람직하고 멋진 모습이 아닐까. 생활을 ‘유지만 하고 있다’고 속상했던 때가 그리운 지금은 ‘유지만 하면 좋겠어’가 된 요즘이다. 살도 계속 찌는 사람들이 늘어나 ‘유지만 되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허치가 인내를 가지며 일상을 유지하는 모습은 삶이든 살이든 유지하기 힘든 요즘에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잘 흘러가나 싶지만 끔찍이 사랑하는 딸의 고양이 팔찌가 사라지며 허치는 코만도가 된다. 일반형 히어로가 되어 펼치는 허치 이야기. 맨손 격투는 물론이며 총기며 일상의 생활 도구의  무기화, 부비트랩을 사용하는 것까지 막힘없이 흘러간다. 에이 특공대처럼 만드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점점 허치에게 우리는 빠져든다. 이 아저씨 도대체 뭐야!


그리고 귀를 너무나 즐겁게 해주는 음악이다. 라이프 이즈 비치를 시작으로 왓 어 원더풀 월드나 하트브레이크 등,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산타 에스메랄다 버전으로만 알고 있던 ‘돈 렛 미 미스 언더스투드’가 니나 시몬의 버전으로 나올 때는 와아 음악들이 리발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동네 아저씨의 빡침으로 시작하는, 내용을 떠나 신나고 통쾌한 액션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들로 버무려져 90분이 즐거웠던 영화. 나 같은 인간이 좋아할 만한 영화 ‘노바디’였다.


*

지난주 할리우드 소식에 노바디의 밥 오덴커크가 영화를 찍다가 의식이 없어서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소식이 있었다. 




8. 괴기맨숀

https://youtu.be/y8ZT2xXp414

괴기맨숀은 올해 나온, 괴기맨숀 이전의 한국 공포 영화보다는 훨씬 좋았다. 한국 공포물로써 한국 공포가 지니는 민담, 설화를 무서운 이야기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놀래는 점프 스퀘어도 없고, 랑종처럼 굉장히 징그러운 장면도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꼭 손이 쓱 나올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영화다.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이어진다. 각기 다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한 장면에서 한 번씩 만나거나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일단 제목에서 흥미롭다. 괴기맨숀. 제목이 올해 나온 한국 공포 영화 중에서는 가장 궁금하다. ‘괴기’라는 단어가 던지는 기기묘묘하고 안갯속에 가려진 식인 하는 생물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의문을 자아낸다.


나는 모든 에피소드가 다 재미있었는데 마지막 김보라가 그 아파트 관리실에서 선배를 보고 선배! 하며 반가워하다가 선배의 뭔가를 보고 얼굴 표정이 굳어진다. 그 뭔가가 뭔지 모르겠네. 하도 금방 지나가버려서. 그리고 선배의 눈동자가 전부 검게 변하는 장면이 0.1초 나온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의 장점은 빠르다. 질질 끌지 않는다. 그리고 공포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그게 장점이다. 또 아주 별거 아닌데 그게 별거 아닌 게 아니라서 무섭다. 요컨대 “자기야 나 여기서 목욕한다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라는 말을 계속하면 그게 공포다.


평소에도 가까이 있는 사람이 정신적인 문제로 계속 같은 말을 한다면 그게 정말 무섭다. 또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데 우리 사랑했었잖아, 우리 사랑하는 사이였잖아, 라며 계속 그러면 굉장히 두렵다. 현실에서도 공포의 질과 종류는 다양하다.


마지막 그 뭔가가 뭘까.




9. 블랙위도우

https://youtu.be/BOEVQSprNv4

이 영화의 포지션은 어벤져스 2를 지나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 중간에 있다. 그래서 나타샤는 동생에게 받은 그 조끼를 엔드게임에서 죽기 직전, 인피니트 워에서 줄곧 입고 나온다.


초반의 반딧불은 마지막의 반딧불로, 초반의 어린 나타샤와 어린 옐레나가 우리는 거꾸로 보인다고 했나? 아무튼 거꾸로 대사는 마지막에도 한다. 그렇게 블랙 위도우는 가족이라는 것에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마블의 영화답게 코믹한 부분을 곳곳에 배치했다. 그걸 찾아내는 재미 또한 관객의 몫이다. 데드풀 2에서 슈퍼파워들의 착지를 꼬집는 부분을 옐레나도 꼬집었다. 그리고 한 번 따라 한다. 그건 마치 엘사가 처음 나왔을 때 모두가 엘사엘사하며 렛 잇 고를 부를 때 흥, 하며 유행은 따라가기 싫어! 하지만 혼자일 때 레 잇 고,를 한 번 몰래 불러본다. 그런 심리와 비슷하다.


만약 스탠 리가 살아있었다면 어느 장면에 깜짝 등장했을까. 아마 나타샤와 옐레나 둘이서 작은 슈퍼에 들어가서 내가 옳니, 네가 나빠, 같은 대사를 할 때 계산하는 점원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그 둘의 대화가 레드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였으니까.


나타샤에게 여권을 스무 개씩 만들어 주던 친구에게 이런 이름은 강아지 이름 같잖아?라고 하는데 쿠키에서 나타샤는 죽고 옐레나가 차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내리는데 그 이름을 부른다.


마블 시리즈는 이제 그만 나와도 될 것 같은데 또 나오면 보게 된다. 당연하지만. 아직 완다 비전이나 로키 시리즈도 못 봤는데 세계관이 넓어도 넓어도 너무하네.


이 영화에서 좀 재미있는 건 레이첼 와이즈의 얼굴은 플로랜스 퓨의 얼굴과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을 다 섞어 놓은 것처럼 닮았다. 또 나타샤를 잡으려는 로스 대령인가 로스 장관은 아주 오래전, 에드워드 노튼의 헐크 시절의 로스 대령이었는데 마블 시리즈에 줄곧 나온다. 그때 딸로 리브 타일러가 나왔는데 그동안 리브 타일러는 왜 소모되지 않았을까.


아무튼 마블 영화는 보고 나면 영화 이외에도 할 이야기가 많음.




10. 리플리

https://youtu.be/oo9UHZp3V2A

코로나 확진자로 극장에도 갈 수 없고 요즘 영화에 지칠 때는 예전의 영화를 보면 된다. 다시 봐도 재미있는, 아니 다시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리플리’다.


우선 이 영화에서 주드 로의 미모는 가히 천만 불 짜리다. 영화에는 가장 예쁠 때의 케이트 블란쳇과 귀넷 풸퉈뤄우가 나오지만 주드 로가 다 이겨버릴 정도다.


맷 데이먼의 리플리가 디키(주드로)를 죽이면서 점점 걷잡을 수 없는 곳으로 치닫는다. 야망을 위해 점점 거짓을 확대시키고 또 확대시킨다. 상대방 앞에서 디키인 척 행동하는 리플리와 혼자 있을 때 괴로워하는 리플리의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또 몰입된다.


피아노 조율사로 호텔 보이로 미래가 캄캄한 리플리는 이 지옥 같은 뉴욕을 떠나고 싶다. 별 볼일 없는 리플리가 선박 재벌의 제안을 받으며 달콤한 유혹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을 죽였지만 거짓을 늘어놓을수록 아름다운 여인과 자유와 쾌락과 바닥이 보이지 않는 돈이 달콤한 인생을 살게끔 한다.


무엇보다 디키의 친구로 나오는 프레디 역의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연기가 압권이다. 리플리를 경멸하듯 쳐다보는 눈빛, 멸시하는 말투, 가난한 자와 선을 긋는 행동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프레디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리플리에게 조각상의 머리로 프레디 머리는 작살이 나고 만다.


1999년 ‘리플리’의 원작은 훨씬 이전에 알랭 드롱의 ‘태양은 가득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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