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이 당길 때가 있다. 국물 있는 음식은 뜨거울 때 먹는 게 맛있기 때문에 빨리 먹에 된다. 특히 돼지국밥 같은 경우에는 고개를 들지 말고 숟가락으로 팍팍 떠먹는 게 맛있다. 그래서 탕이나 국은 밥을 말아서 후루룩 먹는 속도가 배가 불러오는 속도를 이기기 때문에 한 그릇 더 먹게 된다. 그래서 국에 밥을 말면 아주 많이 먹게 된다.
라면에 밥을 말아먹어도 맛있고,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도 맛있고, 복국도 그렇고 탕은 다 맛있다. 그래서 매일 국을 한 끼 꼭 챙겨 먹는다면 나는 아마도 살이 많이 쪘을 것이다. 하지만 국이나 탕이 맛있어서 왕왕 국물이 당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미치도록 당긴다.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다. 보통은 그럴 때 라면을 끓여 먹는데 라면을 끓이면 국물을 마신다기보다 라면과 밥에 딸려오는 국물을 먹기 때문에 국물을 후루룩 마시는 느낌은 없다.
그래서 국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미역국을 끓인다. 참으로 끓이기도 쉽고 푹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좋다. 기본적으로 나는 미역이 좋다. 한동안은 조깅을 하고 매일 들리는 동네 빵집에는 지역 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역으로 만든 미역 빵을 팔았다. 미역이 가장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다. 그래서 미역국을 끓이면 나는 엄청 먹는다. 미역국만큼은 누가 나무라더라도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 한동안은 가자미가 들어간 미역국을 먹었는데 내 입맛에는 소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이 딱이다. 푹 삶긴 미역과 푹 익힌 소고기는 궁합이 잘 맞다. 아주 좋다.
예전에 친구들과 한창 횟집에서 회를 먹으러 다닐 때가 있었다. 우리의 단골 횟집도 가면 회가 나오기 전에 여러 밑반찬을 주는데 거기에 미역국도 있었다. 아이들은 먹을 게 많기 때문에 미역국 따윈 거들떠도 안 보지만 나는 늘 그 미역국 그릇을 내 앞에 당겨 놓고 밥을 한 공기 주문해서 말아서 야금야금 먹었다. 내가 미역국을 좋아해서 먹기도 하지만 한 그릇 먹고 나서 회가 나오면 내 젓가락질은 줄어들기 때문에 친구들한테는 더 좋다. 회를 좋아하지만 회가 앞에 있다고 해서 눈이 반짝이거나 돌격대처럼 돌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횟집에 딸려 나오는 미역국에 눈이 더 간다.
다른 국이 다큐멘터리 적이라면 미역국은 문학적이다. 은유가 가득하다. 누군가 태어나면 우리는 미역국을 먹는다. 생일에 한 상 가득 맛있는 음식들로 채워져도 미역국은 주인공 앞에 꼭 놓인다. 미역국은 한 개인에게 있어서 떨어질 수 없는 음식이다. 또 낙태를 해도 미역국이 그 앞에 놓인다. 누군가는 미역국을 웃으며 먹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먹었다. 미역국은 한국에서 인간의 탄생과 소멸을 함께 했다. 먹고 나면 몸이 따뜻해지고 온후하다. 문학적인 맛이다.
인간이 문학과 떨어져 살 수 없듯이 미역국은 우리 곁에 늘 있는 문학과 같다. 오죽하면 미역국 라면까지 나왔을까. 미역국은 다큐적이지 않다. 카프카적이다. 검은 빛깔의 색도, 맑은 국에서 우러나는 맛도, 속을 따뜻해주는 만든 이의 그 마음씨도 모든 것이 미역국 한 그릇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