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싸구려 커피를 마시다가 스벅 커피를 한 잔 마셨던 적이 있었다. 싸구려 커피라고 해도 샷 추가해서 먹기 때문에 진하고 아주 맛이 좋다. 내 입맛에는 딱이다. 이천 원이고, 거기까지 걸어가는 동안 오전을 시작하는 상가들의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비가 쏟아지고 우산이 없으면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스벅에서 스몰 사이즈로 한 잔 마실 때가 있다. 스벅 커피는 특유의 맛이 있는데 그 맛에 먹는다는 사람도 있고, 그 맛이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커피의 맛이라는 건 라면의 맛처럼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그 특유의 맛이 싫으면 다른 곳의 커피를 마시면 되고, 그 특유의 커피 맛은 싫지만 특유의 공간이 좋으면 다른 음료를 마시면 된다. 스벅의 제일 작은 사이즈는 손으로 집어 들면 요만하다.


커피는 마시는 건 분명 의식적인 행동인데 무의식의 영역으로 들어와 버린 것 같다. 요컨대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변기에 가서 앉는다던가, 바지에 오른발을 먼저 넣는다던가,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기지개를 켠다든가, 양말을 벗으면 양말 통으로 던진다던가. 날마다 무의식에서 행해지는 행동이 있다. 그 속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처럼 느껴진다. 커피를 안 마신다고 해서 크게 별다를 것 없는데 별다르다. 그러니까 성격은 급한데 느긋할 때는 느긋하고, 친구들을 만나서 놀고 싶은데 만나기 싫고, 조깅을 하고 싶은데 운동은 싫고, 짜증은 나는데 화는 내기 싫은, 좀 우습지만 그렇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 그 시간을 건너뛰어버린다고 해서 하루 일과에 지장이 전혀 있지 않지만 미미하게 따라다니며 조금씩 신경을 긁는 듯한 기묘함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계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묘한 의식 같다. 마치 무언 중에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커피를 마시는 호흡이나 요령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커피를 마시는 것에는 무의식적인 의식의 행동으로 하는 의식이 스며있다.


여자들에게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남자들은 매일 면도를 하는 것이 무의식적인 의식의 행동일지도 모른다. 매일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들을 매일 한다고 해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하루 정도 빠트리게 되면 묘하게도 표가 난다. 어딘가 보이지 않는 구멍이 뚫리는 기분이 든다. 그 구멍이라는 게 보이거나 만져질 만큼 크지 않아서 처음에는 모르다가 한 번씩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조금씩 커져서 나중에는 메꿀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느끼는 이상한 점은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 안 그런데, 아아를 마시게 되면 배가 부르다. 그래서 아아를 마시고 난 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 정말 배가 부르다니까.


커피 이야기 나온 김에 맨해튼 트랜스퍼의 알럽 커피, 로 시작하는 자바 자이브나 한 번 듣자. 맨해튼 트랜스퍼는 택시에서 손님과 기사로 만났나? 손님과 손님으로 만나서 뭐 하시는 분이에요? 저요? 음악 해요, 재즈. 그쪽은요? 이렇게 해서 멤버가 되어서 세계적인 그룹이 되었다. 세상은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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