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 가끔 궁리에 대해서 생각을 하곤 한다. 일큐팔사를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에 사로 잡혔다. 이 곳은 바닷가이며 바닷가에 앉아서 일큐팔사를 읽다가,


고양이 헤시시가 비도 오지 않는데 서럽게 운다. 헤시시는 마치 이 세계와 저쪽 세계를 접합하려는 듯 고독한 소리를 냈다.


헤시시의 소리를 듣고 리틀 피플들이 호우 호우 내려온다. 헤시시는 리틀 피플들과 접합하려 더 크게 울었다. 헤시시의 고독에 겨운 소리를 들으며 나는 궁리에 빠졌다.


궁. 리.

궁리는 생각과 조금은 차이가 날걸. 졸음과 잠의 사이에는 여러 가지 골이 있는 것과 비슷할 거야. 궁리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언제였더라. 궁리에 대해서 생각을 할수록 늪은 깊고 끈적여 발이 빠지면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들어가고 만다.


궁리는 한문으로 窮理 다.  한문에 대해서도 궁리를 해본다. 한문은 어려워서 당연하게도 멀리하게 되지만 궁리만이라도 한문으로 옮겨 적어 보고 싶다. 그건 꼭 이름을 잃어가는 사람의 이름을 한 번 불러주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오래전에는 말이야 사람들이 너도나도 궁리를 했었어. 그건 생존에 관계된 것이거든. 궁리를 하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궁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 배고픈 자에게 허울 좋은 말을 해봐야 그저 개 짖는 소리로 들릴 뿐이야, 배고픔을 벗어나는 궁리를 하지 않으면 깨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 수밖에 없어.


배고픔을 잊는다는 것. 다양한 감정으로 마음의 배고픔을 채우는 것. 그러고 나면 조금 행복해질 거야.

오규원의 시와 영화 라따뚜이에는 궁리가 있다. 그렇게 조금 행복에 가까워진다. 봄이 오면 민들레 홀씨가 된다. 이 많은 형제들 틈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궁리를 해야 했고 바람을 타고 저 멀리멀리 날아가는 길을 택한다. 바람에 몸을 실어 살아남는다.


살아남아서 궁리를 한다.


성석제는 투명 인간을 통해 궁리를 말했다. 사실 어쩌면 궁리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궁리를 하지 말아야 할 것에는 기를 쓰고 궁리를 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헤시시가 일어나서 리틀 피플들과 손을 잡고 두 개의 달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 헤시시는 궁리가 끝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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