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챙겨 먹기란 어려운 것은 아니나 쉽지 만은 않다. 게다가 나처럼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 인간에게는 끼니란 정말 여가는 1도 없는 오로지 생존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고 결국 끼니의 걱정에서 해방하려면 죽는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매일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거창하게 끼니를 때울 수가 없기 때문에 늘 간결하게 챙겨 먹게 된다. 보기에는 간결한 음식인데 간단하지 만은 않다. 이유는 뭐랄까 단지 배를 부르게 먹는 것보다는 먹는 음식의 영양가 같은 것도 조금은 생각해야 하고 간결한 한 끼를 차리는데 간단하지 만은 과정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멸치 덮밥은 실패도 없고 뒷정리도 아주 깨끗하게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맛이 좋다. 그리고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린다. 멸치 덮밥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맛있게 보였는데 실제로도 해 먹으면 아주 맛있다. 원래는 덮밥 위에 간장소스를 뿌려 먹지만 곁들이는 깻잎무침에 양념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비벼 먹으면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의 멸치 덮밥은 음식에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어서 주인공들은 더 맛있게 먹는다. 박찬일 요리사의 글처럼 추억의 절반은 맛이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이란 건 기억보다는 추억으로 그 맛을 내면 깊숙이 간직하게 된다.


그런데 이 맛있는 멸치 덮밥을 해 먹으려면 간단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과정이라는 건 음식을 만드는 과정보다는 저렇게 조리가 다 된, 아주 맛있는 멸치를 구하는 일이다. 촉촉하면서 간이 살짝 배인 멸치가 정말 맛있는데 여기 근처 백화점에만 판다. 매일 파는 것도 아니며 인기가 좋아서 그런지 오후에 가면 다 팔리고 없다. 그저 멸치볶음이라서 다른 곳에서 구입하면 전혀 맛이 다르다. 그러면 한 번 갈 때 왕창 사 오면 되는가? 그것도 어려운 게 많이 비싸다.


멸치볶음을 뭘 어떤 식으로 볶는지 몰라도 집에서 하는 그런 멸치볶음의 맛과는 다르다. 간결하게 보이지만 간단하지 않은 멸치 덮밥을 슥삭삭삭 비벼서 한 입 먹으면 먼저 멸치의 고소한 맛과 살짝 단 맛이 치고 들어오며 밥과 어우러질 때 깻잎의 풍부한 맛이 들어온다. 입 안에서 앙상블을 느낄 수 있다. 이 정도로 간결한 음식을 만들어 먹기 까지가 꽤나 험난한 과정이 있다.


따지고 보면 간결한 음식들은 대체로 간단하지 만은 않다. 제일 간편한 컵라면도 컵라면을 사러 거기까지 가야 하고 컵라면에 스프를 뜯어 넣고 집이나 직장이라면 물도 끓어야 한다. 우리는 컵라면을 먹기 위해 벌이는 이런 일련의 행동을 거의 귀찮아하지는 않지만,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그렇지 않다면 간단하지만은 않는 과정을 거쳐야 끼니라는 걸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음식은 어떤 음식이 맛있냐면 다른 사람이 해주는 모든 음식이 맛있다.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을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이것을 넘겨야 다시 이것을 벌 수가 있는데, 속이 쓰려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은가. 대책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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