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칼에 일단 빠지게 되면, 귀칼의 빠가 되고 나면 여러 장면에서 걷잡을 수 없는 감동으로 처맞게 된다. 이전의 몇 포인트가 있는데 아무래도 시초가 19회의 마지막 장면이 아닌가 싶다. 오니였던 루이에게 잡혀 몸에 피를 철철 흘리며 네즈코가 매달려 있을 때 탄지로가 목숨을 걸고 네즈코를 구하기 위해 물의 호흡이 불의 호흡으로 바뀌면서 루이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 때 감동이 훅 하고 밀려 들어오는데
그때 ‘울고 싶어 지는 듯한 다정한 소리’로 이어지는 탄지로의 노래가 나오면서 네즈코의 팔과 다리가 잘리기 일보 직전에 폭혈을 하고,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네즈코를 위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탄지로가 휘두르는 일륜도에 귀칼의 빠들은, 귀칼에 빠진 팬들은 그만 몰입 최강이 되어 감동으로 구타를 당한 다음 호흡 따위 하지도 못하고 눈물을 콸콸 흘리며 이성과 언팔하고 감성과 맞팔하게 된다.
https://youtu.be/sa48hrmYN04 카마도 탄지로 노래
네즈코 역시 오니이지만 죽어가는 그 속에서 엄마의 소리를 듣는다. 엄마가 나타나 오빠를 지켜야 한다고, 지금의 네즈코라면 할 수 있다고, 기운 내라고 한다. 지금의 네즈코는 너는 오니지만 오니 같지 않은 오니라서 오니에게서 오빠를 지켜라는 엄청난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다. 초주검이 되어가는 네즈코는 그때 각성을 한다. 오빠를 지키기 위해 각성을 한 네즈코는 폭혈을 하고 오빠와 동생,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오니의 저주 속으로 뛰어든다. 네즈코는 마블로 치면 블레이드 같은 존재로 오니인데 인간을 지키는 오니 공격형 오니다.
초 레어 특급 울트라 하이브리드 귀염 뽀작 네즈코의 디오라마,라고 쓰고 이전에 만들어 놓은 뮬란의 디오라마에 네즈코를 얹었다. 그때 어떤 촉이 발동해서 엘사 디오라마를 만들 때에는 엘사를 디오라마에 부착했지만 뮬란은 탈부착이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어쩐지 이렇게 사용될 줄 알았다고 하면 나는 미래형 인간. 초딩이 네즈코는 또 어떻게 알아서 네즈코의 디오라마를 만들어 달라는데 요즘은 만들기 시큰둥해져서 몹시 귀찮아졌다. 그나저나 초딩이 귀칼에 빠지는 건 좀 아닌 거 아닌가.
2019년에 귀칼 시즌 1을 보고 나도 홀딱 빠졌었다. 그건 완전히 '늪'이었다. 귀칼의 내용은 다 알 테지만 오니(사람을 잡아 먹는 괴물)에게 가족을 몰살당한 탄지로가 오니로 변한 여동생 네즈코를 어떻게든 인간으로 돌려놓기 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귀칼 시리즈는 원작 만화의 작화보다 애니메이션 버전이 더 인기가 많다. 이를 갈고, 작정하고 만든 유비 포터인가 그 회사에서 뼈를 갈아 넣어서 만들었다. 원작의 선이나 평면적인 작화에서 벗어나 2D와 3D의 잘 만들어진 조화로 화려한 연출과 함께 결투 장면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귀칼의 인기는 어느 날 넘볼 수 없는 원피스를 원작으로 이겨버리고 만다. 2019년 티브이 시리즈가 끝나고 이번에 나온 '무한 열차' 극장 편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또 이기고 만다. 2019년도에 이어 2020년에도 귀칼의 인기를 계속 이어지는데 귀칼의 피규어와 굿즈가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귀칼빠들은 오니들처럼 제일 복권 뽑기 투어를 위해 전국의 피규어샵을 돌아다녔다(이렇게 말하면 이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요).
귀칼의 굿즈와 제일복권 귀멸의 칼날 피규어를 뽑기 위해 이 불경기에도 사람들은 지갑 열기를 꺼려하지 않았다. 열쇠고리부터, 수건, 컵, 그리고 크고 작은 피규어들이 일본의 여러 피규어 회사들이 많은 버전의 피규어로 예판으로 판매를 시작했고 시작하자마자 순삭이었다. 중국 피규어 회사들도 귀칼의 피규어에 매달렸다. 비교적 저렴한 반프레스토 네즈코는 몇 배의 가격으로 거래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회사에서 흉내를 내지 못하는 장면은 일반인들이 3D로 작업하여 프린트해서 3D 팬으로 피규어를 직접 제작하여 도색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대단했다. 그 인기가 꺼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다가 쿄쥬로에게 또 한 번 감동을 처맞은 '무한 열차' 편이 나오면서 귀빠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다 큰 3, 40대 어른들이 극장에서 울고불고 난리 났다. 그게 참 이상하면서 이상하지 않는 현상이다. 왜 귀칼의 빠들은 탄지로, 네즈코, 젠이츠와 이노스케와 그 외의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오니인 루이나 다른 오니들에게도)에게 감동을 먹고, 나이도 먹을 만큼 인간들이 울고불고 난리일까.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소년 드라마다. 가족을 지키려고 목숨을 걸고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나처럼 나이가 든 인간들은 그동안 보호를 받으며 지내왔다. 그 세대가 이제 지켜야 할, 보호해야 할 가족이 생긴 것이다.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귀칼에 녹아들어 있다. 나 힘들다고 나 몰라라 하며 일상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탄지로는 하나 남은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는 이들이 그만 탄지로와 네즈코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에 과몰입하게 된다. 탄지로는 15살로 그 나이에 가족과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우리가 그 나이 때 그랬던 것처럼.
네즈코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더 어마어마한데, 시리즈 1 내내 대사도 없고 활약도 없는데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건 왜 그러냐? 그건 보면 안다. 보다 보면 인간이 오니보다 못할 때가 많고 오니가 더 인간적일 때가 있다. 네즈코가 그렇다.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려보면 된다. 한국 정발에서 오니를 도깨비라 부르고, 영문판에서는 데몬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젠이츠다. 젠이츠 역시 네즈코처럼 하이브리드가 아닌가 싶다. 평소 바보 같을 때와 박력일섬인지 벽력일섬인지를 시전 할 때 일륜도를 꺼내서 번쩍할 때 소름 돋는다. 네즈코처럼 각성 상태가 된다. 정말 멋있다. 탄지로와 이노스케와 젠이츠의 투닥투닥 티키타카 장면은 보는 내내 행복하다.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이렇게 행복할 수가, 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귀칼에 빠지면 장면 하나하나에 온통 의미를 두고 보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2년 전의 일이었다.
귀칼의 이번 극장판을 일본에서 2천6백만 명이 봤다. 미쳤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일까. 물론 나도 좋아하고 전 세계에서 탄지로와 네즈코를 좋아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흥행을 넘어 광풍의 수준이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귀칼은 원피스를 이겼을 만큼 인기가 높다. 그 말은 그동안 원피스를 압도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지난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우리나라 방구석 1열에 왔었다. 한국도 영화 독점, 이런 것들이 처참하지만 그래도 일본보다는 낫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극장 개봉을 하는 건 이제 일본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다. 고 감독은 한국 영화계를 아주 부러워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와이 슌지 같은 감독의 영화는 일본의 극장에 많이 걸리지 않는다. 외국에서 영화상은 수상을 하는데도 극장에 걸리지 않는다. 일본은 그렇다. 그만큼 일본은 이제 문화에 있어서 정체된 지 오래되었다.
문학에서도 하루키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귀칼의 경우 올해 유곽 편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시리즈 3편이 되겠다. 역시 흥행 돌풍을 일으킬 것이다. 귀칼의 내용으로 보자면 네즈코가 인간이 된 다음에는 귀칼은 끝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 뒤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끝내지 않고 질질 끌게 되면 더 이상 새로운 창작물이 나오지 않는다. 뭐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최고로 인기가 많은 원피스는 안 끝난다. 아마 5년은 더 나올걸. 소년챔프에서 원피스를 놓지를 못한다. 그러니 이야기를 쥐어짜서 억지로 만들어서 계속 나오고 있다. 팬들에게 욕을 들어 먹어도 일단 다음 편에 나오게 되면 어마어마하게 팔리게 된다. 하지만 그러다가 베르세르크 꼴 난다. 89년부터 나온 베르세르크의 작가는 결혼도, 심지어는 여자도 못 사귀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대로 화석처럼 늙어서 아직도 펜을 들고 있다.
명탐정 코난? 안 끝난다. 소년 챔프 다음 잡지사로 소년 선데이는 아마도 명탐정 코난 연재를 끝내면 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다음 이야기가 쓰레기라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코난은 26년째 저 나이로 머물러 있다. 드래곤 볼? 에이, 안 끝난다. 프리저와 그의 아버지도 끝장내고 시간이 흘러 손오공이 심장병 약을 먹고, 베지터의 아들 트랭크스가 미래에서 오고 인조인간 18호와 크리링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셀과 결투하고 손오반이 오공보다 더 초초초수퍼사이아인이 되고, 이 와중에 부르마는 시간이 갈수록 더 예뻐지고... 아무튼 안 끝난다. 여기까지는 아직 오천도 태어나지 않았다. 계왕신의 신이 나타나고 마인 부우 편으로 이어지고 어쩌고 왈왈왈. 퓨전이랍시고 그런 식의 합체도 이상하고, 오공이 신에게 에너지를 받는 장면이나, 이후 나오는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고 드래곤볼이 재미없다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문제다. 하지만 끝을 내야 할 때는 끝을 내야 한다. 우리가 할아버지 된 다음에도 손오공이 날아다니고 그러려나.
드래곤볼을 보면 손오공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매번의 전투에서 자신의 극한을 실험하는 장으로 여긴다.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서 결투를 하다가 상대가 다치면 선두를 먹여 다 낫게 한 다음 다시 결투를 한다. 그런 손오공의 모습을 탄지로가 닮았다. 오니와 결투를 할 때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탄지로 녀석은 여자들의 마음만 두근거리게 하는 말이나 하고- 너의 마음도 전장에 가지고 간다느니, 카나오에게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느니, 정의와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해서 여자들은 온통 탄지로 녀석에게 빠져든다. 그런 탄지로가 순간 목숨 걸고 네즈코를 지키려는 장면을 보는 이들도 탄지로의 마음과 비슷하게 된다. 무한 열차 편도 그렇고 누군가를 미치도록 지키고픈 그런 마음으로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았을 귀빠들이 흘린 눈물은 또 유곽 편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우리가 하나 느껴야 할 것은,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스위트 홈'을 아직까지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귀칼은 19년도에 시리즈 1이 끝났음에도 지금까지 인기가 식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동안 미쳤었다. 스위트 홈이 인기를 얻었다면 그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식지 않고 인기를 죽 끌고 갈 무엇이 필요하다. 피규어라든가 굿즈가 계속 나왔어야 했다.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피규어들이 나와서 마니아들이 구입하여 리뷰를 하고 유튜브 영상을 올리며 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회자되어야 하는데 뚝 끊겼다. 킹덤도 마찬가지다. 귀칼은 만화고 스위트 홈은 실사잖아요,라고 하면 그것까지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중요한 점은 전 세계의 엄청난 팬들을 거느린 홍콩의 피규어 회사 핫토이에서 실사 얼굴 조형을 만드는 조형사, 조형 작가들 중에 한국 작가들이 최고라는 것이다. 한국 작가들이 손을 떼면 대번에 얼굴이 엉망이 된다. 이상한 얼굴의 토니 스타크를 받은 전 세계의 팬들은 핫토이를 향해 비판했다. 그만큼 한국 조형사들은 중요하다.
이번에 나온 원더우먼 84 버전의 피규어를 실사와 똑같이 만들어 버린 JND 스튜디오의 겔 가돗을 함 보라. 이건 완전히 겔 가돗이다. 이전의 여타 겔 가돗의 피규어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바로 한국 회사에서 만들었다. 그리고 이소정 작가의 작품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어떤 무엇을 만들어내어 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인기를 끌고 가야 한다. 귀칼의 인기는 앞으로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또 재미있다. 오니와 인간의 대결뿐인 그런 소년 드라마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재미있다. 그 재미 속에는 감동이 있다. 와 쓰고 보니 TMI네. 아직 쿄쥬로에 대해서 말 도 못 했는데.
https://youtu.be/SJOT3i3cY2U
일본에서 웃긴 건 인기 떡락인 스가 총리가 인기 최고의 귀칼의 대사인 ‘전집중 호흡으로 답변을 하겠다'라고 국회에서 그렇게 발언하더라. 오니처럼 생겨가지고. 스가 너는 전집중 호흡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를 해라. 탄지로는 모든 게 마음에 드는데 단 하나, 귀걸이 문형이 참 별로다. 카마도 탄지로의 노래를 가장 잘 커버한 가수는 우리나라 유튜버 달마발이다. 여러 커버 버전을 들어봐도 최고다.
https://youtu.be/MhuDPmTOtQ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