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는 날이 흐리고 비가 곧 쏟아질 것 같다, 싶으면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 진지하게 내리는 비는 좋다. 흩날리는 비는 옷의 어두운 부분을 적셔서 몹시 기분을 다운시키지만 우산을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진지한 비는 좋다. 비를 바라만 보는 것도 마음에 들고 우산을 쓰고 걸으며 우산 천장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도 듣기 좋다. 마치 버브의 드러머가 쉴 새 없이 우산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리듬 있게 떨어진다.


여행지에서 비를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행지에서 물놀이를 하고 저녁에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때 아닌 비가 쏟아진다. 옛날 민박집이라면 처마 끝에 앉아서, 펜션이라면 발코니에 앉아서 비를 바라본다. 꼭 음료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된다. 마빈 게이의 음악이 있다면 더 좋다.



비가 오면 당연하지만 우산을 써야 한다. 우산은 별거 아닌 물품인데 비가 내리면 반드시 찾아서 들어야 하는 물품이다. 우산은 써야 하는 이유가 확실한 물건이다.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우산을 유심히 바라보면 연령대별로 들고 다니는 우산의 형태(라고 말해야 할까)가 다 다르다. 디자인이 확고하게 다른 것이다. 아직까지 남자들은 사용하는 우산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우산도 비를 피하는 적확한 용도만큼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하면 많아졌다.


비가 오는 날 이층의 카페에 앉아서 거리를 바라보면 컬러나 조금씩 다른 모양의 우산들이 총총걸음을 옮기고 있다.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움직인다. 어떤 우산은 뱅글뱅글 돌아가기도 한다. 그 우산은 비교적 다른 우산에 비해 작다. 우산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어떤 이는 비가 오면 우비를 입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우비를 입고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난다. 비가 오는 와중에 찝찝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여자들의(남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경우 머리가 망가진다. 기껏 고대기로 말아 놨는데 우비를 입고 우비에 딸린 모자를 스고 약속 장소까지 가서 그 사람을 만났는데 머리카락은 미역처럼 머리에 뜩 붙어있고 땀 때문에 팔을 들 때마다 겨드랑이에 흐른 땀은 그 사람과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우산 없이 집 밖을 나왔다가 비가 오면 어쩔 수 없이 우산을 구입하게 되는데 이왕이면, 하는 마음이 든다.



노래에도 있듯이 우산은 종류도 많다. 3단 접이식, 2단 접이식, 장우산 등 여러 가지다. 게다가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한 우산에 대해서 블로그를 통해서 사용 후기를 적어 올리고 공구를 하고도 한다.


비는 지구가 생선 된 이후로 꾸준하게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지구는, 인류는 큰일을 당하게 된다.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쓰는데, 도대체 우산은 누가 만들었을까. 분명 우산을 처음 만든 사람이 있을 것이고 만들어진 시대의 우산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편리한 물품 전체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는 냉대를 받았거나 소외당했다.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의 우산이 되었는지 몹시 궁금하다. 그러다 하루키의 ‘더 스크랩’에 세상에 탄생한 첫 우산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제일 처음 우산을 쓰고 런던 거리를 걸었던 영국인에게 인생은 결코 달콤한 장미정원이 아니었다. 그 남자는 조나스 한웨이라는 박애주의자로, 때는 서기 1750년의 일이다. 우산이 널리 일반에게 퍼지게 된 것은 그 후로 약 삼십 년 뒤이니, 그 삼십 년 동안 한웨이 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마차를 타든가, 아니면 신의 뜻대로 비를 맞고 다녀!” 하는 식의 비난 세례를 받았다. 18세기 영국에서 우산이 별로 보급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의 남자들 대부분이 칼을 차고 다녀서였다. 우신이란 건 상당히 우스꽝스럽고, 무엇보다 우산과 칼을 둘 다 갖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비에 젖지 않도록 우산을 펴고 다니는 모습은 사람들 눈에는 뭔가 비열해 보였던 것이다. 19세기가 되어서 사람들은 겨우 칼을 들고 다니기를 그만두고, 대신 지팡이를 갖고 다니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우산은 남자다움이라는 점에서 몇 단계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1852년에 요크셔에 사는 새뮤얼 폭스라는 남자가 요즘 사용하는 금속 뼈대의 우산을 발명하여, 둘둘 말아서 단단하게 접어 날씬한 우산 집에 넣도록 연구했다. 덕분에 그것은 칼집에 든 칼이나 지팡이라고 해도 충분히 통할 정도의 모양새가 되어, 사람들은 비로소 우산을 인정해도 좋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고작 우산 하나에도 여러 가지 복잡한 역사가 있는 법이다. 제일 처음 전철에서 워크맨을 들었던 선인의 고충이 짐작된다.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우산 가게는 스웨인 아데니 브리그&선스(이하 브리그로 줄임)로, 이 가게는 왕실에도 조달한다.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최대한 단단하게 감긴 우산이야말로 신사의 긍지라고 믿는 적잖은 수의 영국인들이, 우산을 빨고 다림질하고 단단하게 말기 위해 매일 아침 10시가 되면 우산을 들고 브리그 문을 두드렸다. 브리그 우산은 절대 디자인을 바꾸지 않는다. 수북하게 밥을 다은 밥공기 같은 모양으로 둘이 같이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혼자 쓰면 비에 잘 젖지 않는다. 한 개의 우산을 만드는 데 브리그에서는 여덟 명에서 열 명의 직인이 세 시간을 들인다. 가장 싼 나일론 모델이 약 15,000엔이라고 하니 그 정도라면 우리도 살 수는 있을 것 같다. 최고급품은 14만 엔 정도.


하루키가 적어 놓은 소설 이외의 글은 읽고 있으면 어떻든 재미가 있어서 키득거리게 된다. 검색으로도 우산의 유래 같은 것을 잘 알 수 없었는데 이렇게 흘러 들어와 비가 오면 들고 다니게 되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가 있다.


우산이 귀찮아서 비가 오는 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매일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하고 특별하게 여기기도 한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반드시 우산이 있고 우산공장에서는 비가 많이 내릴수록 룰루랄라 하며 우산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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