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6u5CWarfLek
소중한 날의 꿈, 이 영화를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통쾌하고 쾌변의 기쁨이 아니라 지브리의 ‘귀를 기울이면‘을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하지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특별히 롤러코스트 같은 굴곡이 있는 것도 없지만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그 마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 내 곁으로 오는 것처럼 ‘소중한 날의 꿈’은 그런 오래된 소중한 마음을 꺼내준다
주인공 이랑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를 따라간다. 라디오, 마라톤, 뜀틀, 여고생, 교복, 영화 포스터, 방앗간, 카세트 테이프, 비닐우산이 잔뜩 나온다. 빵집에서 틀어놓은 티브이에서는 시대를 알 수 있는 드라마 여로가 나온다. 이런 장면장면들이 아주 디테일하다
개인적으로 만화의 시대가 70년대와 80년대가 섞인 것 같다. 어떤 시점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7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는 모든 풍경을 영화의 배경으로 집어넣은 것 같다
대사 같은 것들이 아주 와 닿는다. 아름답고 문학적인 대사가 아니라, 여학생들을 보며 남학생들이 ‘쟤 얼굴이 우리 엄마 닮았어”같은 대사나, 우주 비행사가 꿈인 철수가 학교 옥상에서 대형 방패연을 만들어 몸에 묶어서 뛰어 내리려고 하니 친구들이 “야 영희랑 놀아야지 너 죽으면 교과서 바뀐다” 같은 대사들이 무척 재미있다
그리고 이랑이가 철수를 처음 만나서 나누는 대사가 요즘의 아이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영화는 지브리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당시 분위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색감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명동의 만화거리에도 영화의 장면장면이 벽화로 있다
달리기로 일등이었던 이랑이 어느 날 달리기 시합에서 상대에게 추월을 당하면서 일부러 넘어진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잘 하는 것에서 오는 배신을 느끼며 성장해가는 영화다. 서울에서 전학 온, 교복마저 딱 맞게 입어서 예쁜 수민을 보면서 엄마에게 자신의 교복은 왜 딱 맞지 않고 이렇게 크냐고 투덜거리는 장면은 영화 내내 이어진다
성장통이라는 건 눈을 떠서 눈을 감는 하루 내내 나를 찌른다. 그 성장통을 견디고 버티며 우정을 만들고 이성을 만나면서 조금씩 커가는 이야기다. 보고 싶으면 유튜브에 공짜로 풀려 있어서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