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코는 죽으러 간다는 할머니를 붙잡지 못한다. 그 사실이 내내 유미코 마음 한 편을 어둡게 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신혼 생활을 하던 유미코에게 찾아온, 느닷없는 남편 이쿠오의 자살은 생활의 결락을 가져온다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황경신의 말처럼 이쿠오의 부재가 존재를 증명하는 시간을 매일 가진다. 이 알 수 없는 결락을 치유해 주는 건 보잘것없는 일상이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다 같이 앉아서 수박을 먹으며 결락을 조금씩 버텨나간다

우리가 그토록 벗어나고픈 보잘것없는 일상은 일탈에서 받은 상처의 치유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은 그 결락을 화면으로 표현을 한다. 마치 그림 한 장 한 장이 이어지는 기분이 든다. 자연광으로만 촬영을 한 필름은 내내 어둡고 탁하기만 하다. 유미코의 마음과 같다. 하지만 유미코는 일상을 통해 결락을 버텨간다

영화에서 유미코의 아이들이 동굴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있다. 눈부시고 아름답다. 마치 유진 스미스의 ‘천국으로 가는 길’을 오마주 한 것 같다. 정말 아름다워서 몇 번이나 그 장면을 돌려봤었는데 며칠 전 다시 몇 번을 돌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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