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바닷가에는 당연하지만 갈매기가 있다. 바닷가에 나오면 너무나 마땅하게도 있는 갈매기를 우리는 볼 수 있다. 매일 출근하기 전 바닷가에 나가서 갈매기들을 하릴없이 바라보는데 지겹지 않다. 대형마트 어항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질리지 않는다.


바닷가에는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그것이 평범하고 평온하다면 평온하고 안정된 바닷가의 모습일 것이다. 갈매기는 오를 때 날갯짓을 하는데 다리를 몸통에 바짝 붙여서 활공을 하기 때문에 다른 새들에 비해 굉장히 날렵해 보이고 멋진 모습이다.


시간이 된다면 사람들이 갈매기를 봤으면 한다. 갈매기를 바라보는 것도 꽤 흥미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활공을 할 때는 날개를 쭉 펴서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데 체공시간이 비둘기에 비해서 길다. 갈매기는 물과 인접해서 서식하는 다른 새들과 조금은 다르다.


황량한 바다를 제외하고 그들은 대부분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경우가 잘 없다. 언제나 정박해있는 어선이나 부표 위에서 숨을 고르게 쉬며 시간을 죽여가고 있다. 항상 내려앉는 자신의 자리에 다른 갈매기가 앉아있으면 가서 쪼아내는데, 자신보다 서열이 높으면 쫓아내지 못하고 그 자리를 피해서 비행을 하면서 울부짖기도 한다.


어떻든 갈매기를 바라보는 것이 깔깔깔 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지겹지는 않다. 갈매기가 바닷가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기 바닷가에는 당연한것처럼 비둘기도 갈매기화되어 있다.


골목이나 건물 사이에서는 비둘기가 오랜 시간 활공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하지만 바닷가에서는 어쩐지 갈매기에게 지기 싫은지 비둘기들도 날개를 활짝 펴고 해변 위를 길게 날아다니는데 멋있다기보다 뭔가 재미있다. 큭큭 웃음이 나온다.


갈매기들은 해변에 무리로 내려앉아 눈을 감고 있기도 하는데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갈매기가 있으면 어김없이 그 근처에 비둘기가 고개를 앞뒤로 까닥거리며 어슬렁어슬렁 간다. 바짝 가까이는 가지 않고 늘 거리를 둔다. 마치 염탐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떻든 재미있는 장면이다.


갈매기들이 그런 비둘기가 신경이 쓰여 무리로 다가오는 비둘기를 쫓아내면 머리를 앞뒤로 까닥거리며 저만치 도망을 가지만 멀리 가지는 않는다. 늘 여지를 두고 ‘어이 갈매기 네가 이 바닥에서 얼마나 하는지 두고 보겠어’라고 하는 것 같다.


어떤 날은 갈매기는 보이지 않고 비둘기가 해변을 점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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