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veQlKahhjUU



영화 ‘캣 런’은 2011년에 나온 영화로 B급 영화라 하기에는 정말 화려하고 야하고 통쾌하고 적나라한 액션이 과감없이 나온다. 주인공 외 여자 킬러인 자넷 맥티어는 모두들 설거지 해버린다. 화끈하다. 설거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즘은 책보다 브런치의 글을 더 많이 읽게 되는데 브런치에는 독자보다 작가가 많고 발에 밟히는 사람이 출간작가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 지기 싫어서인지 글이 전부 좋다. 나처럼 술렁술렁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근래에 가장 많이 검색해서 보는 글들이 ‘설거지’에 관한 글이다. 설거지는 달리기만큼 각자의 방식에 따라 철학이 깊고 다르다. 설거지의 방식과 방법과 노하우와 자기만의 도구가 다 있다

설거지의 미학은 청량감이다. 순식간에 더러운 그릇이 깨끗해지는 쾌감이 있다. 나 같은 경우 음식을 먹자마자 바로 설거지를 해버린다. 밥을 먹고 아아 좀 쉬었다가,라는 게 거의 없다. 그릇이 비워졌다 싶으면, 밥을 다 먹었다 싶으면 바로 싱크대에 가서 설거지를 해 버린다

설거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물기제거다. 설거지를 다 한 다음 물기제거용 스펀지로 싱크대와 그릇에 있는 물기를 바짝 다 닦아 내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나는 생각한다. 기름기가 많이 묻은 그릇을 세제로 씻었다면 설거지를 한 다음 물에 아침까지 담가놓는다. 그래야 그릇에 붙은 세제가 물에 빠져나갈 것 같기 때문이다

기름기가 정말 많이 묻은 음식을 먹었다면 싸구려 치약으로 기름기를 닦아내면 세제보다 잘 닦이며 심적으로 안정이 된다. 치약으로도 설거지가 아주 깨끗하게 된다

설거지를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즐겨야 한다. 그런 의미의 행위가 가득한 것이 설거지다. 그건 생존과 관계가 깊다. 설거지는 어떻든 음식을 먹고 난 후 음식을 담은 그릇을 깨끗하게 씻는 행위다. 음식은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 음식의 종류는 선택이 가능하나 음식 자체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게 된다. 음식을 먹고 난 후의 설거지 역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한다면 즐기는 쪽으로 몸과 마음이 기운다면 설거지에서 오는 쾌감에 빠져들 수 있다

설거지는 기묘해서 좀 모아놨다가 해야지,라고 하는 순간 쾌감에서는 점점 멀어진다. 말 그대로 재미에서 노동이 되는 순간 그것은 힘들고 하기 싫은 그 무엇이 된다. 매일 싱크대에 가족들이 먹고 난 후의 그릇이 가득 들어차 있으면 생활에서 느끼는 기쁨은 사라지고 삶의 회환까지 든다

설거지는 손등과 손바닥 같은 것이다. 같은 행위인데 쾌감을 느끼게 하느냐 노동으로 치부되어서 꼴배기 싫은 것이 되느냐, 그건 종이 한 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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