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이가 처음으로 웃었을 때 보는 사람은 울 뻔 했다. 은솔이는 아빠에게 지 엄마 닮아서 귀여운 데도 없고, 웃는 것도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사람들 앞에서 절대 웃지 않았다
그랬던 은솔이가 웃었다. 은솔이를 웃게 만든 사람은 칠칠맞고, 바보 같고, 다리 떨고, 술 좋아하고 잘 속아 넘어가는 동진이었다. 동진은 사람을 웃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잘못할 한 것도 아니지만 동진과 은호는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도 만나지 않은 채 적절한 거리를 두며 거의 매일 만났다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건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솔직해지는 게 착한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남 앞에서, 엄마 앞에서도 절대 웃지 않았던 은솔이는 동진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 웃게 되었다. 은솔이는 웃는 게 이상하지 않아, 웃는 모습이 예뻐. 동진은 솔직하게 은솔이에게 말했다
은솔이는 동진과 종이컵 전화기로 대화하는 시간에는 많이 웃을 수 있다. 연결된 실을 통해 동진의 진실이 은솔이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실은 동진은 은솔이를 통해 죽은 동이와 못다한 꿈을 잠시 꾼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랑은 뜻밖이고, 어떤 사랑은 오해에서 시작되고 어떤 사랑은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기도 한다 - 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