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를 좋아한 사람들은 라이트세이버의 모양과 빛이 전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라이트세이버의 길이도 휘어짐도 손잡이 부분도 라이트도 모두가 다르다. 제다이들이 몰살당하면서 그 뒤에 나오는 영화 속 라이트세이버는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대비되었지만 녹색, 분홍색 등 각양각색이었다
라이트세이버의 광선에 닿으면 몸이 그냥 반동 가리가 나거나 닿아서 없어졌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쩐 일인지 불어 닿군 거대한 검에 잘린 것처럼 찢어졌다
스타워즈가 처음 나왔을 무렵, 70년대의 스타워즈 속 라이트세이버는 그야말로 강력했다. 닿으면 모든 것이 스르르 소멸할 만큼 무서운 무기였다. 70년대에 나온 스타워즈 세 편은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중간의 시점이다
2천 년대 초반에 나온 시스의 복수를 비롯한 시리즈가 세계관 중에서는 제일 앞부분이다. 2천 년대 스타워즈 속 라이트세이버는 처음 70년대에 나온 라이트세이버만큼 강력하지 않다. 세계관으로 본다면 시간적으로 70년대의 스타워즈가 중간적인 시점이니까 과학이 더 발전했다고 볼 수 있어서 라이트세이버의 강력함이 더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최근에 나오는 시리즈는 마지막 시점으로 레아 공주도 한 솔로도 다 늙었고 한 솔로는 죽고 없어졌기에 세계관 중에서는 제일 끝이다. 그렇지만 라이트세이버의 소리는 강력하게 들리지만 70년대 시리즈, 중간 세계관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스타워즈의 라이트세이버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스타워즈 마지막이 끝이 나고 사람들에게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으나 스타워즈 마니아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스타워즈가 30년 넘게 지속되니 마니아들은 스타워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열심히 일상에 몰두하고 있다가 스타워즈가 짠 하고 나타나면 또 모든 시간과 자신을 스타워즈에 쏟아붓는다
한국과는 달리 스타워즈는 영화뿐 아니라 테마파크, 피규어, 코스튬, 게임 등 스타워즈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냈기에 그 속에서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스타워즈는 상상력의 산물이기에 어른이 된 스타워즈 마니아들은 적어도 상상력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야구처럼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스타워즈에 빠져서 제다이나 다스 베이더로 변하여 ‘포스를 위하여’를 외친다. 일상에서 힘이 들 때 포스를 위하여를 외치며 다시 나아갈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영화는 단지 영화 속에서 생명이 다하는 게 아니다. 영화 밖으로 나와서 그 영화를 사랑한 모든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잃지 않도록 손을 꼭 잡아준다. 스타워즈의 내용과 무관하게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은 스타워즈가 내민 손을 잡고 겉은 비록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이로 머물러 상상력을 꽉 쥐고 있다
삶이 힘든데 상상력이 뭣이 그래 중하냐,라고 할지도 모른다. 회사나 조직이나 단체에서 상상력을 잃지 않은 사람 대부분이 리더를 하고 있다. 리더가 뭐 그렇게 좋냐?라고 또 할지도 모르지만 상상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어딘가 속해서 그저 시키는 일만 매일 똑같이 할 뿐이다. 회사를 뛰쳐나와 비록 힘들지만 자기만의 일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동해서 발품을 팔아 무엇인가 창조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인문학과 자기 개발서를 읽고 논하는 독서모임에 들라는 권유를 왕왕 받는데 나는 문학을 하는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전에 문학을 하는 독서모임에서도 자기 개발서를 읽거나 그런 비슷한 종류의 책을 읽고 모임을 가지면 3, 40분 정도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대부분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대부분은 고민, 걱정, 불안에 관해서 말하는 비극이다. 이런 이야기는 굳이 모임을 하지 않더라도 친구나 회사 동료와 늘 하는 이야기다
문학모임을 하는 이유는 소설은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글이니까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 같은 것이고 상상력을 잃지 않는 훈련 같은 것이다. 요즘 누가 문학을 읽습니까.라고 또또 말할지도 모른다. 문학을 읽는 사람이 사실 없다. 읽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소설을 주로 읽고 자기 개발서는 아직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말한다. 그렇다면 문학이 없어져야겠지만 이상하게도 하루키나 김영하나 밀란 쿤데라가 신간소설을 써내면 벌떼처럼 사람들이 달려든다. 그 이유는 뭘까. 상상력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오너, 스티브 잡스, 손정의, 택진이 형, 마원, 빌 게이츠, 조앤 케이 롤링 이 모든 사람들이 상상력으로 단단하게 뭉쳐 있는 사람들이다
매일 하는 이야기를 모임에서 굳이 하지 말고 문학을, 그 소설가가 그 소설에 접근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상상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 스타워즈가 마니아들의 손을 꼭 잡아주듯
스타워즈는 다른 세계관으로 다시 나온다는 소리가 있다. 스타워즈를 만드는, 그 세계를 형성했던 사람들은 상상력을 잃지 않는 어른들이다. 스타워즈 모임에서 라이트세이버에 관해서만 토론을 해도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리는, 남들이 들으면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들로 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은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