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다시 본 영화 고스트는 꽤 재미있었다. 영화 속 몰리는 참 예뻤다. 요즘 말로 존예다. 무엇보다 패트릭 스웨이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패트릭 스웨이지의, 패트릭 스웨이지만의 미소, 보는 이들까지 환하게 만들어 버리는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지금 보면 영화의 그래픽은 엉성하기만 하다. 21세기에는 나올 수 없는 영화다. 그래서 21세기에 어울리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요즘 영화가 예전 촌스러운 그래픽의 영화보다 더 재미있느냐 한다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최초 고스트를 극장에서 봤었다.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처럼 어린놈 주제에 친구들에 비해 극장에 가는 걸 좋아해서 돈을 모아 극장에 영화를 보러 다녔다. 당시의 극장은 지금처럼 좌석제가 아니라 그저 먼저 들어간 사람이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그래서 대기실에 앉아서 쥐포를 씹어 먹다가 영화가 끝나갈 시간이면 모두들 붉은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시동을 거는 분위기가 있었다. 대기실에는 수족관도 보이고 테이블 위에는 바둑이나 장기판도 있고, 아도루켄같은 오락기도 두 대 정도 있다.

대기실의 한 편에는 매점이 있어서 영화를 보면서 먹을 수 있는 오징어나 쥐포를 구워 팔기도 했고, 캔 맥주를 사서 마시며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대기실은 늘 북적였고 큰 벽걸이 티브이 같은 티브이에서는 지난 영화가 쉴 새 없이 나오고 있어서 극장에 가는 것은 일상에서 완전하게 탈피하는 기분이었다.


극장마다 대기실만의 개성이 확실히 있었다. 사람의 귀가 모두 다른 모양을 하는 것처럼 극장마다 대기실의 분위기가 다른 것이다. 마치 대기실을 어떤 식으로 꾸며 놓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 같았다. 늘 설레고 여행 가는 마음을 잔뜩 지니게 하는 곳이 극장이었다. 요즘의 시설 좋은 상영관과는 확실하게 달랐다.

고스트, 사랑과 영혼을 볼 때 극장 안은 콩나물시루였다. 지정석이 없으니 자리가 꽉 차도 극장 측에서는 표만 팔면 되는 시기여서 자리가 없는 사람은 통로나 맨 앞좌석 앞의 바닥에 앉아서 목을 60도로 꺾어서 영화를 봤다. 나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통로에 쭈그리고 앉아 한 손에는 환타를 들고 보고 있는데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어른이 덩치가 커서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봐야 했다.

그럼에도 영화에 박수가 인색하지 않았고 함성도 크게 질렀다. 추억이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꼭 토토와 알프레도가 영사기를 돌리는 순간 마을 사람들 모두가 영화의 바다에 퐁당 빠져서 기쁨을 느끼며, 모두가 탄성을 지르는 것처럼, 사랑과 영혼을 보면서 박수와 탄성이 오고 갔다. 통로에 쭈그리고 앉아서 영화를 보면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싶어서 영화가 끝이 나고 다시 한번 더 봤다.

어른이 된 후에 타지에 여행을 가면 그곳의 극장에 들어가서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모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 아! 나는 여행 중이었지, 좋군, 하게 된다. 춘천에 갔을 때에도 영화를 보는 것은 좋았고, 포항의 극장도 재미있었다. 광주도, 순천도 그리고 거제도의 극장도 기억이 많이 남는다.

어릴 땐 서울에 가면 대한극장에 꼭 영화를 보러 갔다. 70년대 극장은 아주 긴 영화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어서 화장실에 다녀오게 했고 빵과 우유도 극장 측에서 나눠 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거대한 극장이 존재하는 서울은 참 대단했다. 그러다가 63 빌딩의 아이맥스 영화를 보고 경이롭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여기 어촌에도 시지브이 아이맥스 대형 영화관이 버젓이 있다.

극장에서 사람들에게 치여가며 사랑과 영혼을 보면서 어린놈 나이에 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고 나도 하늘에서 샘이 기다리고 있으니 살아가는데 열심히, 행복하게 생활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만 같았다.

고스트에는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언체인드 멜로디가 나온다.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노래들은 지금 들으면 더 좋다. 누구도 없는 새벽의 도로를 달리며 듣기에 괜찮은 노래가 많다. 몰리가 눈물을 흘리며 샘을 보내줄 때 사람들은 잠시라도 순수해져서 사랑이 주는 아름다움에 힘껏 빠져든다.

패트릭 스웨이지는 죽었고 몰리는 나이가 들어 버렸다. 패트릭 스웨이지의 노래 ‘쉬 라이크 윈드’를 들으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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