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 번을 계속 보는지 모를 토이 스토리4에서 이 장면은 무척 감동적인 장면이다. 소외된 자, 소외된 것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내가 상대방을 향해 도와줄게,라고 말하는 부분은 무척이나 공감하게 된다. 나처럼 하찮은 인간은 늘 소외된 자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촉망받았던 엘리트였다고 해도 사회에 뛰어 들어 조직 속에 스며들어 버리면 그저 하찮은 존재로 전락하기도 한다. 나는 소외된 자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나는 소외된 자이다

 

그래서 소외된 자, 하찮은 것, 작은 것들에 대해서 노래를 한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방탄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그렇게 전반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50명 중에 서너명 정도가 좋아한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흐름을 타야한다. 음악만 듣고 가사만 듣고, 이러면 깊이 빠지기 어렵다. 그들의 음악을 오랫동안 들어온 사람들, 방탄 음악세계의 깊이를 아는 사람들, 뮤직비디오의 미학적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방탄에 깊게 빠져든다. 안무부터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은 서태지와도 흡사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지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태지의 음악세계와 패션, 손짓 하나하나 깊이 있게 좋아한다.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는 보브 딜런의 의식에 빠져 들려면 보브 딜런의 음악을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꾸준하게 들어야만 한다

 

소외된 자들, 왕따에 관한 이야기는 외국에서 많이 만들어져 나오고 있다. 최시원과 친하며 최시원의 얼굴길이만한 에드리언 브로디가 나온 ‘디테치먼트’도 소외된 자들에 관한 영화 중에서는 좋은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에드가 알렌 포의 어셔가의 몰락의 스산하고 불안한 첫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말미에 태양의 빛이 에리카를 밝게 비출 때 아, 하는 잘 표현 할 수 없는 것이 올라온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한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에 따라 우리는 울고 웃게 된다. 그 거리를 조절하는 건 다름아닌 나 자신이다

 

디테치먼트에서 좋은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모두가 고통을 느끼고 누구나 혼돈 속에서 살아가니까 삶은 몹시도 혼란스럽지,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고, 하지만 네가 이걸 잘 견뎌낸다면 모두 괜찮아질 거야,라는 대사가 있는데 토이 스토리4의 저 장면에서 간단하게 내가 도와줄게,라고 소외된 자가 소외된 자에게 마음을 여는 장면과 교차된다. 디테치먼트에서 제목이 왜 디테치먼트일까. 그런데 디테치먼트의 반대말이 어테치먼트였다는 것을. 영화라는 게 한 편 만들어지는 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최근 ‘뭉쳐야 찬다‘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초기 시절의 무한도전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초기 무도는 뭐든 도전을 했다.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무모하게 닥치는 대로 도전을 했다. 가수와 배우에 비해 그들만큼 인정을 덜 받는 개그맨들과 가수지만 가수 같지 않은 가수와 방송 일을 하고 있지만 여기저기에 제대로 들지 못하는 방송인이 모여서 아주 무모한 도전을 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무도는 도전을 해서 성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은 세상에 적응 못하고 루저로 살고 있는 하찮은 나 같은 인간도 도전을 하면, 무모하지만 도전을 하면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주었다. 그들의 도전은 친밀했고 위로였고 감동이었다

 

뭉쳐야 찬다를 보면 멤버들은 무도 멤버들과는 다르게 이미 세계 1위를 한 슈퍼스타들이다. 자존심도 하늘을 뚫을 듯하고 자기 분야에서는 타인이 넘볼 수 없는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랬던 멤버들이 평소 관심 없었던 축구를 하니 엉망진창인 것이다. 무도멤버들보다 더 수준미달에 다른 멤버에게 잘못을 떠넘겼다. 왜냐하면 팀의 패배가 최고였던 ‘나’라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이들이 있다 보니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는 것도 귀찮다

 

오합지졸도 이런 오합지졸이 없다. 세월의 흐름을 정통으로 맞아서 전성기 때와는 다르게 살도 올랐다. 이런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왕년의 슈퍼스타들이 축구를 통해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무엇을? ‘나’라고는 자신을 극복해 나간다

 

무도 멤버들이 더 떨어질 곳 없는 사람들이 불가능에 도전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면 뭉쳐야 찬다 멤버들은 세계의 꼭짓점을 찍은 슈퍼스타들이 미개척세계였던 축구를 통해 일반인들과의 대결에서 패배를 맛보면서 성장해 나간다. 축구에서는 소외된 자들이 팀을 위해서는 희생을 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무도의 초기 멤버들에게서 받았던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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