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하고 괴기하고 괴랄하고 공포스럽고 무서운 ‘타인은 지옥이다’의 주인공 종우는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갑충이로 변해버린 그레고르가 아니라 호밀밭의 홀든 녀석을 더 닮은 것 같다

 

선생님은 뭐가 다른데요? 선생님 눈에도 전 그냥 유령이잖아요. 한 번도 저한테 말 걸어 주신 적 없잖아요

 

홀든 녀석은 모든 일을 불평으로 일관해버리는 말투와 늘 삐딱한 태도와 시선으로 욕을 뱉어낸다. 어른들은 홀든을 늘 불만에 가득한 문제아라고 낙인찍어버린다. 그리고 홀든은 퇴학까지 당한다. 홀든 녀석은 모든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지만 작문에는 재능을 보였다. 어른들의 세계에는 혐오를 드러내지만 세상을 떠난 어린 동생에게는 여리고 여린 마음을 드러낸다. 벽처럼 단단한 마음의 틈으로 동생을 향한 추억 어린 그리운 마음이 뚫고 나온다

 

홀든의 이야기는 당시 추악한 위선으로 얼룩진 세상을 바라보는 상처 받은 청소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종우의 모습은 홀든을 닮았다. 작문에 탁월해 종우는 범죄소설을 쓰고 싶어하고 언젠가는 소설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모두 거짓과 위선으로 뒤덮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타인, 인간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사회가 미쳐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사이에서 종우는 홀든 녀석(은 끝내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지만)처럼 숨어 있던 마음이 그대로 밖으로 표출하게 된다

 

나를 가만두기를 바라지만 이 사람, 저 사람 모두가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한 마디씩 하는 그 말에는 전부 나를 공격하거나 비꼬고 있고,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며 나 몰래 여자친구를 만나 무엇인가 꾸미고, 여자나 몰래 훔쳐보는 찌질한 놈이 내 선배이며, 예쁜 총각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고시원 아줌마는 엉덩이를 툭툭 치고, 방 사람들은 모두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고시원에서도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종우는 결국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자아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던 초자아와 이드가 튀어나오고 만다

 

임시완의 여러 자아를 드러내는 연기는 와아 할 정도로 잘한다. 넋이 나간 모습도 환멸에 찬 모습도, 두려움에 쩌는 모습은 압권이라 할 만하다. 생글생글 웃으면 한없이 천진난만한 얼굴인데 증오와 분노로 이드가 표출될 때는 타인은 지옥이다에 나오는 무서운 캐릭터보다 더 괴물처럼 보인다

 

그거 맛있어요? 그거 사람 고긴데. 이 짧은 대사만으로도 오싹하게 만들었던 타인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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