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판 써니다. 원작인 한국 판이 신디로퍼를 기점으로 나미의 노래가 유행이었던 80년대가 배경이면 일본 판 써니는 아무로 나미에가 열도를 흔들었던 90년대가 배경이다

90년대 일본 여고생들은 아무로 나미에의 화장법이나 스타일을 죄다 따라 했는데 일명 갸류라고 불리는 선탠을 한 것처럼 하고 다녔다. 90년대의 일본은 고갸루 여고생들 위주로 돌아갔던 시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조교제, 입던 팬티 판매, 샐러리맨들의 지갑을 터는 것도 여고생들이 했을 만큼 여고생들의 한 마디가 파워를 가졌던 때가 90년대의 일본이었다

일본 판 써니는 90년대를 살아가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일본 판 써니는 원작과 거의 흡사하게 흘러간다. 유호정의 성인이 된 나미의 역은 시노하라 료코가 받아서 잘 살렸다. 나미는 일본 판에서도 이름이 나미로 나오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일본 판도 원작만큼 재미있는데 아쉬운 건 ‘써니’가 ‘소녀시대’와 맞짱을 뜨는 장면이 압권인데 그만큼의 재미를 따라오지 못한다. 요컨대, 세렝게티면 사자지?라고 춘화가 말하니까 소녀시대의 리더인 김예원이, 호랑이도 몇 마리 있을걸! 같은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

성지루의 찰진 연기는 릴리 프랑키의 능글맞고 노련한 연기가 대체했다. 써니는 일본 리메이크가 먼저 개봉을 했지만 베트남과 미국에도 리메이크가 확정이 되었다. 베트남은 촬영이 끝났을 테고 미국은 자기네 나라에 맞게 시나리오 작업 중인 것으로 안다. 베트남 판 써니는 재미있을 것 같다. 베트남 영화들이 대체로 재미있다

써니가 말하고자 하는 건, 빤짝이고 늘 그대로이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지금이 시간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깨지고 닳고 못쓰게 되는 삶이지만 추억을 연료로 삼고 그것을 조금씩 연소시켜 나가면 거지 같고 지옥 같은 삶도 괜찮은 삶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적당히 열심히 하자. 잘 안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써니도 거의 10년 정도가 되어 간다. 그래도 볼 때마다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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