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 울 뻔했다. 일행이 있어서 잘 참았지만 드레곤 길들이기의 마지막 편은 꽤 뭉클했다. 나도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저렇게 아버지에게 매달려 있거나 안겨 있는 사진이 많다. 그것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아버지는 어디 갈 때 나를 안고 다녔던 것 같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영화에서처럼 멋진 말을 한다거나 사랑 같은 단어를 쓴 적은 없다. 딱히 아버지의 부재가 큰 공백을 만드는 경우도 없다

 

그래도 그립다거나 보고 싶다거나하는 마음은 4월의 어느 날 내리는 눈처럼 뜬금없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한 번 밀려오면 강하게 오고 만다. 불어터진 라면(아버지는 나에게 늘 이렇게 끓여줬다)을 먹을 때나 이렇게 드레곤 길들이기 3을 볼 때처럼 확 밀려온다

 

아버지가 보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나올 것 같다기보다는 평소에 내가 느끼지 못하는 어떤 감정의 편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가 작은 계기를 통해 그 편린들이 한곳에 모여서 와아 하면서 나올 때 몸속에 있는, 마음에 있는 조절이 안되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같이 어딘가로 표출되면서 눈물이 나오는 샘을 건드리는 것 같다

 

남들 다 울면서 봤던 ‘생일’은 또 덤덤하게 봤는데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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