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몇 분 동안의 장면은 진짜, 가짜 같은 개념을 무너트리고 가짜 이름 유리에서 가짜 이름 린으로 바꾼 쥬리가 노부요의 얼굴을 어루만질 때 보는 이들은 한없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

 

두 사람은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다. 같은 곳에 다리미로 누군가에 의해서 화상을 입었다는 것. 이 아픔은 유대를 형성하고 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이상한 가족을 형성하게 되는 이야기

 

가짜 성행위를 하고, 가짜 주문을 외우고, 가짜 아빠와 가짜 할머니와 가짜 이름으로 가짜 집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피로 이어진 진짜보다 마음으로 이어진 가짜가 더 따뜻하고 보듬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키키 키린은 마치 자신이 실제로 죽을 것을 알고 연기를 하는 것 같다. 키키 키린은 그 특유의 목소리가 주는 안온감과 유머가 있어서 아리에티에서도 목소리만 듣고 키키 키린이구나 할 정도였다. 만비키 가족에서 키키 키린의 모습은 더 야위었고 더 힘이 덜 들어가고 더 초연해졌다. 마지막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 검버섯 좀 봐, 하며 모래를 검버섯 위에 덮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키키 키린의 연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다들 고마웠어,라고 하는 마음속 대사는 그동안 피로 이어지지 않았던 수많은 관객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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