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나오는, 상영관을 점령한 한국의 상업영화를 보면서 망작에 괴작이라 일컬었던 ‘리얼’을 다시 대하게 됩니다. 리얼을 다시 대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리얼은 아방가르드 한 맛이라도 있었습니다. 리얼을 보면 괴작이기는 하나 촬영, 이 하나를 잘 하려고 한 노력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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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곡성을 그대로 리메이크한 여곡성은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우오오 소름이 돋고 극장을 박차고 나가버릴 정도로 무서웠어요. 정말 손나은이 대사를 칠까 봐 무서웠던 영화. 적외선카메라는 웬 말이며, 감독은 이 영화 관계자들은 도대체 왜 어째서 영화를 이렇게, 영화를 좋아하는 중학생들이 폰을 들고 촬영한 것보다 못 찍은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반성은 서영희를 향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졸작에 망작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어 손익분기점을 맞춰 자신의 배를 불리려고 하는 얄팍하고 괘씸한 생각을 하다니. 아무리 에이핑크의 팬들이 많고 충성도가 높다고는 하나 팬들이 등을 돌리면 더 싸늘해진다는 걸 모르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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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는 ‘틀’ 때문입니다. 흥행공식의 틀이 있는데 거기에 맞추어서 영화를 만들어서 홍보에 열을 올려 상영관만 확보하면 어느 정도,라는 얄팍한 생각 때문입니다. 그 틀의 공식에 맞게 영화에 나오는 배우가 마동석입니다. 동네 사람들로 인해 이제 마동석에 대해서 팬들 역시 등을 돌리게 됩니다. 곧 나올 성난황소 역시 불 보듯 뻔한 영화입니다. 오히려 미션임파서블처럼 범죄도시의 마석도의 캐릭터 시리즈를 만들면 더 나을 뻔했지만 틀에 박혀서 영화를 만들어내면 이렇게 졸작들만 나옵니다. 마동석은 소속사인 티씨오에서 영화를 만들면 배우를 섭외하기도 하고 제작에 같이 참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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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이렇게 틀에 박혀서 영화를 만들어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려고 합니다. 요즘의 관객들은 바보들이 아니거든요. 이 ‘틀’이라는 건 영화 판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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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중학생이 추락사한 사건 아시죠. 죽은 친구를 괴롭힌 아이들이 죽은 친구의 잠바를 입고 걸어 나오는 장면을 봤을 겁니다. 이 아이들을 처벌하는 청소년 법은 20년 전? 아무튼 그때 만들어 놓은 ‘틀’입니다. 바꿀 생각도 없는 ‘틀’에 맞게 일을 처리하려다 보니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전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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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핫 한 사건으로 번진 이수역 사건으로 래퍼 산이와 연예인 오초희가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어떤 식으로든 공격을 받고 있는데요. 산이의 페미니스트의 가사 내용은, 나는 남자로 여자를 좋아하고 이해하는 페미니스트인데 속으로는 여자를 혐오하는 남자의 내용이다. 주어가 그렇고 그런 ‘남자’ 내지는 겉과 속이 다른 ‘나’를 말하고 있는데요. 오초희는 나도 머리가 길 때까지 밖으로 나가면 안 되겠다,라고 썼다가 공격을 받고 있는데 이 사건은 머리가 짧아서 폭행이 이루어 진것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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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틀의 구조는 정치적으로 대립이 되었습니다. 신지예와 이준석의 대립으로 틀과 틀의 논리 싸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터지면 논리 싸움에서 이기는 쪽이, 논리 싸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쪽이 이기게 되는 것인데, 이기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사람들은 생각 이상으로 많고, 많은 사람들의 각각의 생각은 전부 다르기 때문에 어떤 ‘틀’ 속에 모두를 집어넣을 수는 없는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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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실은 민주주의 거의 없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라는 부드러운 껍질을 벌리면 그 속에는 딱딱한 상하 구조의 틀이 자리를 꽉 잡고 있습니다. 학교가 그렇죠, 회사가 그렇죠, 영화판이 그렇죠, 공직사회는 더 그렇죠. 이들의 근간이 되는 가정 역시 틀이 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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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만들어진 한국의 상업영화 중에서 틀을 깨버린 영화가 암수살인이었습니다. 영화의 틀을 깨 버렸어요. 흔한 흥행의 공식을 무너트린 영화였습니다. 대도시 부산의 화려한 모습을 없애고 스산한 골목이나 범죄가 일어날 법한 외진 곳을 배경으로 나오는 것도 그렇고, 사투리 때문에 말은 많았지만 주지훈의 캐릭터도 틀에서 벗어났어요. 폭력도 영화 VIP처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폭력이 없습니다. 폭력의 폭과 넓이와 깊이를 보는 이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그래서 분노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잘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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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아이돌이 주연급으로 나오는 건 나쁘지는 않습니다. 아이돌은 긴 시간 동안 엄청난 노력을 통해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요. 시선처리나 동작들을 무리 없이 해냅니다. 하지만 연기 역시 노래 하나를 세상 밖으로 내놓기 위해 노력을 했듯이 그렇게 연습과 노력을 해야 그것이 겨우 화면 밖으로 돋보이는 것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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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은 한국이 세 번 째인가? 두 번째 리메이크 작품이었고 학원물은 아직 일본이 잘 만들고,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영화를 굳이 만들 필요는 없지만 괜찮은 성장영화는 상영관에서 밀리고 틀에 맞추어서 상업영화를 만들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졸작이 많이 나오고 있네요. 근래의 틀에 박힌 상업영화를 보면서 나 역시 틀에 박혀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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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8-11-23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괴에서 혜리의 대사, ˝넌 누구냐!˝란 들었는 때 얼굴에서 경련이 튀어 나오려 하더군요

교관 2018-11-23 18:16   좋아요 0 | URL
저는 경련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세상틈에 2018-11-2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부턴 저런 영화를 보면 그냥 화만 났지만 이젠 한국 영화계 자체가 막장을 향할까 두려워집니다...

교관 2018-11-24 15:09   좋아요 0 | URL
튼튼이의 모험이나 박화영 같은 영화도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당당하게 걸렸으면 좋겠어요. 좋은 영화들은 사실 많은데 볼 수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