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 신부,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다. 말띠 신부는 66년 1월 1일에 개봉을 했다고 한다. 맨발의 청춘 이후 대한민국의 대스타가 되어 버린 신성일과 엄앵란을 극중 부부로 만들어 주연을 하는데, 황정순의 젊은 시절도 볼 수 있고 남미리, 최지희, 윤일봉의 아주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역시 고전영화를 보는 재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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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당시 봉건주의적인 한국 문화, 문화 중에 전통보다는 악습을 꼬집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금기를 깨고 있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을 타파해버리는 것 역시 영화의 훌륭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윤일봉과 신성일은 당시 전업주부로 나온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윤일봉의 모습이 이채롭다. 선 굵은 역의 윤일봉이 앞치마를 두르고 어떻게든 예쁜 부인을 덮치려고 하는데 아내는 임신 중이라 안 된다고 한다. 그에 윤일봉은 남편인데 왜 아내도 못 덮치냐며 삐진다. 그건 엄앵란의 남편인 신성일도 그런다. 또 절개를 지켜야 하는 것을 덕목으로 삼고 있던 한국 여인의 표본이었던 사감 선생인 황정순은 그동안 순결을 지키며 살아온 것이 아까워 결혼과 동시에 남편과 섹스를 마음껏 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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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팔자가 세다는 42년 생의 말띠 동창생들, 엄앵란, 최지희, 남미리, 방성자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엄앵란과 남미리는 신성일과 윤일봉과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지내지만 거짓 임신으로 남편과의 성관계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유는 다음 해가 60년에 한번씩 돌아온다는 백마 띠 해라 행여 팔자가 드센 딸이라도 낳을까 걱정해서이다. 최지희는 남자들 틈에서 남자들을 잘 다루면서 생활을 한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뒤죽박죽 할 것 같은데 김희갑의 해설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개연성이 있게 전개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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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밴드 키보이스가 나온다. 이때부터 한국은 음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전쟁을 치른 나라들을 보면 미국이나 독일 같은 강대국이 개입을 함으로 해서 그 나라들의 문화가 전쟁국가에 흘러들어 간다. 미팔군에서 공연을 하던 윤복희, 패티 김, 신중현이 나왔고 이후 세시봉이 생기면서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같은 미소년 스타일의 가수가 나타났다. 이때까지는 대체로 외국의 곡을 번안해서 불렀는데 이장희, 한대수 같은 가수가 등장하면서, 김민기 같은 가수가 나타나면서 한글로 된 시에 곡을 입히는 작업들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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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띠 신부 속 최지희의 모습은 독보적이다. 사람들과 춤을 추는 장면은 뮤지컬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 장면은 수많은 리메이크 장면을 탄생시킨 존 트라볼타의 토요일 밤의 열기를 연상케 한다. 말띠 신부가 66년이고 토요일 밤의 열기가 77년이니까 얼마나 앞선 것인가. 60년대에도 이렇게 뮤지컬 형식의 영화가 있었는데 근래의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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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근래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전국노래자랑’에서였다. 전국노래자랑은 꽤 괜찮은 영화였다. 재미도 있었고 영화가 갖추어야 할 덕목도 가지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이 들었다. 김인권과 류현경 역시 연기도 좋았고. 류현경은 참 연기를 잘 하는 거 같은데, 뒤늦게 뜨는 배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영화가 12년도 영화였으니 인도영화처럼 영화 속에 등장인물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이 들어가는 한국 영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 500일의 썸머에서도 그런 장면은 영화 속에 잘 녹아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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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는 밀착된 춤추던 복장으로 허장강의 사무실에 들어가는데 사무실에 일하는 사람들도 놀란다. 하지만 최지희는 여봐란듯이 허장강의 방에 들어가 수표를 받아내는데, 이때에도 네일 손질을 하고 스킨톤의 매니큐어를 했다. 마광수 교수가 젊은 시절 이런 영화를 보면서 손톱에 강한 페티시즘을 강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당시에는 네일 손질하는 곳이 따로 없었을 텐데 주로 집에서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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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악습의 금기를 깨는 장면과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결국 백마 띠의 드센 딸이 태어날까봐,라고 생각하는 관습에 얽메여 있다. 아홉수라는 관습은 아직까지 내려오고 있고 점집은 없어지지 않고 망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요즘도 재미든, 생사가 걸린 문제든, 젊은 사람들은 타로를 보러, 어머니들은 점을 보러 간다.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아마 우리나라보다 미신을 더 믿을 것이다. 더 이상한 점집이 우리나라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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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속옷만 입은 장면이 자주 나오고 성관계 바로 직전까지 가는 코믹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총알 탄 사나이의 이전 버전이라고 할까. 꽤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코믹하게 넘어가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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