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끝장나는 날, 이 영화는 병맛인 영화다. 하지만 퀄리티가 높은 병맛인 영화다. 무엇보다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 그리고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조합으로 ‘황당한 새벽의 저주’ ‘뜨거운 녀석들’이후 사람들은 이들의 조합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계속 기다렸다. 그리하여 에드가 라이트는 이 병맛의 조합으로 이 병맛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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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영화가 좀비였다면 이번에는 외계인이다. 이들의 구질구질한 대화 속에는 비트는 대사들이 많다.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영국의 코미디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요컨대 외계인들이 스타벅스를 만들어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거나 하는 대사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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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 없이 보면 그저 어릴 때 살던 동네로 가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가 앗 하며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와 친구들은 늘, 언제나, 주야장천, 주구장창 이 병맛같은 퍼브로 간다. 영국 하면 퍼브니까. 거기 화장실에서 외계인들과 마주치게 되고 외계인들은 죽지도 않고 서서히 인간들을 아나힐레이션으로 만들려고 하는 음모에 휘말리고 마지막에는 외계인들이 이 주인공 녀석들과 대화를 섞기 싫어서 지구를 멸망시키고 마는 내용이다. 뜬금없는 반전과 뜬금없는 대화와 뜬금없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데 그래서 에드가 라이트의 팬이라면 취향을 저격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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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라이트의 베이비 드라이버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였다. 밀고 당기고의 강약과 잘 익은 떡과 같은 질감, 섹시하고 큐티하며 빛과 그늘을 잘 다뤘다. 군더더기 없고 영화 속 노래가 사람을 미치게 했다. 캐릭터는 팔딱이는 물고기처럼 살아있었고, 모든 리듬은 액션이 되었다. 쉴 틈 없는 음악, 정말 최고였다고 말하겠다. 에드가 라이트가 각본, 기획, 감독을 도맡아 하면 다 재미있는 것 같다. 에드가 라이트의 코르네토 3부작 중 ‘지구가 끝장나는 날’을 최고로 뽑는 사람들이 많다. 병맛인 소식이지만 로자먼드 파이크는 명예부산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