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리로디드를 오랜만에 다시 봤다. 매트릭스가 나왔을 때 정말 두 명만 모이면 매트릭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굉장하다, 고 생각한 영화였다

매트릭스란 수열처럼, 아주 잘 짜인, 정해진 세계를 말한다. 이런 매트릭스를 누가 만들었냐고 하면 인공지능이 만들었다. 수십, 수천,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설정해놓고 거기에 맞게 움직이는 세계. 그것이 매트릭스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매트릭스의 세계를 알려면 매트릭스 시리즈의 영화보다 매트릭스의 애니메이션을 먼저 봐야 한다. 거기에 매트릭스의 세계가 왜 도달했는지 알게 된다. 인간은 위험과 정확성과 신속성, 향락을 위해 인공지능을 만들어내기 시작하고, 인간이 해야 하는 위험한 일은 인공지능이 하기 시작한다. 인공지능이란 말 그대로 생각을 하는 지능을 가진 인간이 아닌 로봇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자신들이 인간의 노예와 같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던 중 한 인공지능이 주인을 살해하는 일이 발생하고 인간들은 인공지능을 전부 없애기 시작한다. 그에 위협을 받은 인공지능은 인간과 전쟁을 하기 시작하는데 인간들은 인공지능의 발화원, 태양열을 없애기 위해 대기에 오염물질을 뿌려 태양열이 인공지능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인간은 인공지능에 지고 만다. 인공지능은 태양열 대신 인간의 역전류(등과 머리에 호스를 꼽아 뭔가를 빨아먹는 것)을 모아 인공지능을 유지한다. 하지만 생명이 짧은 인간이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매트릭스를 만들어 그곳에서 인간들이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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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로디드를 보면 매트릭스를 만든 아키텍처도 완벽한 매트릭스에서 오류를 자꾸 발견한다. 아키텍처 역시 인공지능으로 생각이 높은 인공지능이 생각을 가장 최적화하게 만든 것이 아키텍처이므로 생각으로 만들어진 매트릭스가 완벽해야 하는데 오류가 자꾸 나타난다. 그게 바로 인간의 ‘마음’ 때문이었다.

 

당시 매트릭스를 보면서 하루키가 내내 떠올랐는데(정확히는 하루키가 아니라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런 것을 보면 홀든 녀석 보다 셀린저가 떠오르고, 뫼르소보다 카뮈가, 병수보다는 김영하가 떠오르는데, 아서 코난 도일보다는 홈즈가 먼저 떠오르니 아서 코난 도일은 불행한 사람임에는 분명하지 싶다) 매트릭스 속에는 하루키가 말하는 이데아의 본질? 같은 것이 대사에 많이 나온다.

 

매트릭스 1편에서 모피어스와 도복을 입은 네오가 훈련을 할 때 모피어스가 그런 대사를 한다. 넌 실은 이것보다 빠르다, 생각을 하려고 하지 마라, 인식을 하려고 해라,라고.

 

그리고 숟가락을 휘게 하는 초능력을 가진 동자승도 네오에게 생각을 하려고 하지 마라, 진실을 보려고 해라,라고.

 

하루키의 여러 소설에 많이 나온 말이지만 최근 버닝에서 가장 잘 나왔다고 본다. 해미의 대사. 없는 귤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귤이 여기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거야, 중요한 건 귤이 먹고 싶다는 거야, 이제 진실을 이야기해봐.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에는 마음이 소멸한 인간들이 사는 저쪽 세계가 나온다. 그곳이 매트릭스다. 이미 정해진 대로 움직이고 눈물이 없고 시간과 장소에 맞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마음이 사라지고 나면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즉 사랑이라는 것을 할 수 없는 곳, 그런 곳이 바로 매트릭스다.

 

매트릭스라는 영화와 하루키의 세계가 말하는 것은 이런 매트릭스의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있는 곳, 단체 즉 회사에서는 마음을 드러내고 질문이 많고 호기심은 좋지 못한 것, 규율에 어긋나는 것, 범우주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대체로 마음으로 움직이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면 생각에 맞게 행동을 해야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맞춰진 인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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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당신에게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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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가 어렵다면 그건 추상적이라 어려운 게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라 그럴 수 있다. 대놓고 말해도 못 알아듣는 것은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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