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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루몽 3 - 춘몽의 결結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12월
평점 :

옥루몽1, 2를 읽고, 마지막 옥루몽 3을 들어간다. '몽'자류 소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구운몽'은 우리 귀에 익숙한 제목의 책이고 이미 출간된 책들도 많다. 고등학교에서도 필수적으로 공부해야하는 고전작품이 바로 구운몽이다. 그렇기에 옥루몽은 나에게는 제목으로만 알고 있는, 구운몽의 언저리에 툭 던져져있는 작품이었다. 한번은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일부러 찾아 읽지 않았던 책이 옥루몽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진작 읽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구운몽의 구성이나 내용을 훨씬 뛰어넘는 작품이라 평을 하고 싶다. '구운몽'이 갖는 가치적인 평가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지만 옥루몽 작품도 구운몽에 뒤지지 않는 작품임에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옥루몽이라는 작품에 대해 이름정도만 알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늦게나마 이번 기회에 옥루몽을 읽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렇게나 흥미진진한 책을 여태 읽어보지 못했다니....
1권과 2권의 상당 부분은 광활한 중국 대륙을 침범하는 국경 주변 오랑캐와의 전투신이 펼쳐졌다. 홍흔탈(강남홍)의 신출귀몰한 진법과 검법은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 삼국지의 영웅들이 펼치는 전쟁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면서 읽게 된다. 치열한 전쟁 중에 펼쳐지는 양창곡과 다섯 명의 여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더욱 재미를 주고 있다. 양창곡에게는 두 명의 부인과 세 명의 첩이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단연 첩 강남홍과 벽성선이다. 정실 부인보다 기녀 출신의 첩을 뛰어난 인물도 그려내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심지어 두 여인은 천자에게서 벼슬까지 받으니.....
3권 전반부에서는 전원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양창곡의 모습을, 후반부에서는 양창곡의 여러 아들이 입신양명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느 누구 하나 예사롭지 않다. 옥루몽은 재미만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묻혀 작가의 현실 비판 의식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양창곡의 입을 빌어 붕당 정치와 과거 시험의 폐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을 놓치면 안될 것이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여성영웅소설, 군담영웅소설이라는 측면에서 옥루몽을 평가할 때 옥루몽은 기존의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여성의 가치를 높인 작품이다. 보통 여성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작품을 보면 주인공은 고귀한 양반의 혈통을 지녔다. 그러나 옥루몽의 홍흔탈은 양창곡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직접 쌍검을 들고 나가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여성의 몸이지만 벼슬까지도 받았으며, 양창곡은 그녀의 말이라면 귀담아 듣는다. 그녀의 말이 진리인 것이다. 천자마저도 위험에 처했을 때도 홍흔탈에게 의지를 할 정도로 그녀의 위상은 양창곡보다 위이다.
비록 소설이라하지만 미천한 신분임에도 자신의 이름 석자를 세상에 떳떳하게 알렸고, 여성이지만 영웅으로서 모든 사람의 공경을 받은 강남홍(홍흔탈)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옥루몽. 남영로의 옥루몽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조선 시대에 그려진 작품이기에 더욱 유쾌, 통쾌, 상쾌함을 주는 작품이 아닐까...우리의 고전 작품 옥루몽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볼 것을 권해보며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