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케이지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2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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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형사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2탄이다. 앞권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읽은 덕분에 인물 관계도가 머릿속에 들어 있어 좀 더 편히 읽었다. 히메카와의 과거를 알면 그녀가 형사로서 갖는 마음가짐과 다짐에도 공감하기 쉬우니 가능하면 앞 권은 꼭 읽기를 당부한다. 시리즈의 묘미는 한 권 한 권 나아가면서 고정 등장인물들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혹여 <소울 케이지>부터 손에 든 분이 있다면 그런 즐거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 권도 읽으시라.
이번 편은 전편에선 히메카와와 내내 대치하는 모습을 보여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던 쿠사카를 조금은 새로운 눈으로, 애틋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히메카와 시리즈라고 공식적으로 명명된 만큼 히메카와가 주인공이지만 이번 평은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잡아서인지 자식을 둔 중년남인 쿠사카가 많이 부각되었다. 덕분에 그가 차가운 피의 냉철하기만 한 형사가 아니며 히메카와의 발목만 잡을 생각을 하는 비열한 라이벌도 아님을 알았다.둘은 단지 수사 방식이 달라서 충돌했을 뿐 기본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사건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은 같았다. 둘의 대치는 형사 간 수사 방법의 갈등일 뿐 선과 악의 갈등은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고 할까. 작가는 시종일관 균형 잡힌 시선으로 각각의 등장인물을 조명한다.
히메카와 시리즈를 2탄까지 보니 어떤 구조로 짜여 있는지도 더 눈에 잘 들어왔다. 용의자와 가까운 사람들의 시점과 히메카와를 비롯한 형사들의 시점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각 장마은 앞의 시점이 먼저 나온다. 그것은 이 시리즈는 단순히 히메카와의 직관적인 수사 능력을 뽐내는 원맨쇼를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 아님을 방증한다. 둘의 시점을 적절히 배합하고 교차시키면서 독자가 용의자와 주변인들의 심정에 감정을 이입하고 사건의 심층 배경에 들어가게 하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독자가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한다. 이런 부분은 훌륭한 사회파 미스터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형사들의 시점에선 추리물의 묘미라고 할 수수께끼 풀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또한 두 시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다중 시점 소설이 갖기 쉬운 약점을 넘어섰다. 그런 면에서 균형감각이 아주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번 편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키쿠타와 히메카와의 지지부진한 로맨스가 아닐까. 어쩐지 시리즈 마지막 권에 가서야 둘이 제대로 이어질 것만 같아 불길하다. 줘도 못 먹냐는 소리가 입에서 튀어날 뻔했다. 한편 로맨스가 잘 성립하면서 전개가 산으로 간 많은 작품들을 떠올리면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잘 짜여찐 추리소설을 읽는 일은 무척 즐겁다. 거기다가 감동까지 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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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존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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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판타지나 SF를 읽을 때는 작가가 구축한 세계를 머릿속으로 그려가면서 그 세계만의 규칙을 발견하고 사건마다 적용하는 재미를 느끼곤 한다.
이 소설 역시 그런 재미를 안겨줬다. 바둑이나 장기에 대해서는 만화 같은 데에서 슬쩍 맛만 봤을 뿐 잘 모르는지라 초반엔 고생하며 읽었지만 읽다 보니 어느 정도 세계관이 이해되면서 정신없이 사건의 본질과 전개를 더듬어가며 읽었다.
그리고 이러한 장르의 특별한 재미 중 하나라고 할 힌트 모아 퍼즐 맞추기를 즐겼다. 작가가 하나씩 던져주는 암시들을 모아가면서 이리저리 궁리했다. 처음엔 <매트릭스>와 같은 세계려나 추측했고 종반 부분에 다가갈 즈음 등장인물들의 머리만 두둥실 떠오르는 장면에서는 뇌만 따로 떼어 냉동시킨 냉동 인간들이 머릿속으로 구축해낸 세계를 대입하기도 했다.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루프물이었는데 어째 한때 SF를 지독하게 읽은 탓에 해답에서 비켜났다 생각하니 슬쩍 웃음이 났다. 물론 결말은 웃음을 이끌어내는 종류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과연 루프물답게 남자 주인공은 한심하고 여자의 마음을 영 몰라줬다. 이 작품에서 완벽하게 나쁜 사람은 주인공과 여자친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이간질한 여자 정도였고 나머지 사람들 그중에서도 오쿠모토는 끄트머리에서 비열한 짓을 잠깐 하기는 했어도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는 인상은 받지 않았다. 그는 주인공에게 책임 전가를 당해 인생 종친 불쌍한 사람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소심하고 나약해 빠진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문제에만 빠져 주위를 돌아볼 줄 모르던 한 남자가 잃고 나서야 진정 자신에게 소중한 게 무엇이었는지 깨닫는 이야기라고 정리된다. 가련한 남자는 끝없이 허무하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전장에 끝없이 나설 뿐이다. 그래 봤자 잃었던 것을 되찾을 가능성은 없는데 비록 허상일지라도 한 가닥 희망을 움켜잡고. 이 세상은 그런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그런 세상에서 자신의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행복들을 잊지 말라며 넌지시 충고를 던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시종일관 가혹한 전쟁터를 그리는데도 따뜻하고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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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방법의 연습
시오노 나나미 지음, 한성례 옮김 / 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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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방법의 연습』은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 씨의 에세이집이다.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황금빛 충고'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젊은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글을 썼으나 그 나이를 진작에 넘어선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충고들이 많았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도 자기 삶을 재구축하고 자녀의 양육 방식을 재고하는 데에 쓸모있는 책이지 않을까. 우선 나부터도 국어 공부를 철저히 하면서 외국어도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게끔 잘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앞으로 자녀를 키우게 되었을 때 어떻게 양육하면 좋을지도 고민했다. 모국어 교육을 철저히 하고 다양한 외국어들을 접할 기회를 주되 강요하지 않고 삶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것은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충고였다. 영어 유치원을 비롯한 과도한 영어 광풍, 일류 대학의 선점 등등 우리 사회의 병폐를 생각하면 무척 의미심장한 대목이 많다.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 씨에게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도 심심찮게 실려 흥미진진한 책이리라. 이탈리아 인 전남편 사이에 아들 하나를 뒀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으니까. 그녀의 젊었을 적과 자녀 교육 부분을 읽으면서 여장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작가의 로마 관련 저작물 애독자라면 그녀가 로마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과정들도 엿봐 수확이 쏠쏠한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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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사는 방법
야마사키 타게야 지음, 한성례 옮김 / 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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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사는 방법』은 다도와 삶의 태도를 연결하여 현재보다 좀 더 바람직한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로 들려준다. 나는 다도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었기에 다도는 어떤 식으로,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하는지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저자는 다도의 형식과 절차, 장소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삶을 살아갈 때도 형식과 절차 및 주변 정리와 간소하게 사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을 계속 읽노라니 그와 반대로 사는 것 같아 반성문을 한 장 빽빽하게 쓰고 싶어질 만큼 뜨끔한 대목이 많았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버리라는 부분에서는 책장에 꽂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방 한구석에 쌓인 책들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그리고 무심코 절차를 무시하는 버릇과 함께 인간관계의 맺고 끊음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졌던 일들이 머릿속을 무수히 스쳐 지나갔다. 나는 진작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일을 했더라면 훨씬 나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허튼짓을 어렸을 적 내내 했었다. 그런 면에서 '포기해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확실히 구별해서 생각할 것'이란 대목은 아주 뼈아팠다. 지금이라도 그런 허무한 관계를 청산하고 현재 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다행스럽다. 앞으로도 간소한 인간관계, 한둘로 초점을 맞춰 일할 것, 주변 정리 등을 염두하고 생활해나가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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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기술
오다 하야토 지음, 기정수 옮김 / 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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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기술』은 여자분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몰라 종종 당혹스러워하는 남자분들과 더불어 동성과 어떻게 하면 잘 어울려 지낼지 고민하는 여성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상황별로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실생활에서 써먹기도 쉬워 보였다.
 내 어머니는 이 책 속에 종종 등장하는 전형적인 여성상에 가까운 분이라 가끔 부딪치곤 했는데 좀 더 현명하게 대화로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얻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꼭 연인이나 배우자가 아니어도 여기 적힌 방법을 시도해볼 만한 여성들은 주위에 널려 있으리라. 어머니나 누나, 여동생, 선배와 후배 같은 여성들과 사이좋게 지내면 득이면 득이지 손해는 안 볼 테니 익혀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녀들에게 감동을 주고 갈등이 벌어졌을 때 적절히 타협하면서 관계를 무난하게 유지할 방법들을 획득할 수 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어머니가 위로를 구할 때는 군소리 없이 가만히 다가가 안아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와 갈등이 벌어졌을 때 어디에서 어긋났는지도 알게 되어 다음에 그와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이렇게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 시도하기는 어려울지라도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몸에 익어 그녀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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