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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수집가 - 어느 살인자의 아리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정창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운명같은 천재성속에 숨겨진 저주, 그리고 그 저주를 풀어가는 죽음을 넘는 사랑이 펼쳐진다.
위르겐 신부는 전임신부였던 슈테판 신부의 노트3권을 읽게 된다. 천재음악가 루트비히 슈미트의 고백이 슈테판신부의 노트에 담겨있다. 루트비히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자신의 몸에 받아 들여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음악가가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곧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매혹적인 사랑의 소리를 발견하게 된다. 사랑의 소리를 듣는 여인들은 곧 루트비히의 관능적인 목소리에 사랑을 구걸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을 나눈 후 그 여인들은 모두 죽는다. 루트비히는 축복받은 자신의 사랑의 소리에 담기 저주의 진실을 알게되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저주 받은 목소리.자신의 목소리로 남자든 여자든 관능과 매혹으로 이끌지만 정작 사랑을 나눈 상대는 죽어야하는 비극. 천상의 목소리로 모든 여자들을 반하게 만드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와 사랑을 나눈 여자들은 모두 죽어야했다. 자신의 저주를 풀기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한때 머물렀던 음악학교 교장을 만난다. 교장은 이졸데의 후예인 여인과 사랑을 나눈 후 절정의 순간에 그녀의 심장을 찔러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러면 자신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루트비히의 운명적 사랑 마리안느는 절정의 순간에 자신을 찔러 루트비히를 살리려한다. 자신을 위해 운명과도 같은 사랑하는 여인을 찌르지 못하는 루트비히는 자신의 음낭을 도려냄으로써 마리안느를 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교장의 계략이었을 뿐이었다. 평범한 사람으로써의 삶으로의 자유를 만들어 주려했던 루트비히는 결국 죽고, 마리안느는 그 슬픔에 광기어린 여생을 보내게 된다. 슈테판신부의 노트를 전하러 가는 과정에서 위르겐 신부는 이 모든 비밀을 풀게 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후예, 천재적인 음악가의 이야기를 다룬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사랑이야기를 읽고, 2006년 개봉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다시 보게 됐다. 운명적인 사랑은 언제나 죽음으로 그 사랑의 공고함을 확인한다. 바그너의 오페라로 더욱 유명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이후 운명적 사랑을 노래하는 로미오와 줄리에트 등으로 계승되기도 했으며 그 자체도 서사문학으로 사랑받았다. 아직도 트리스탄의 무덤에는 장미가, 이졸데의 무덤에서는 포도덩굴이 자라 서로 엉켜있다고 전해 내려온다. 운명적 사랑의 끝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처절하고 참혹하지만 건널 수 없는 운명의 강을 건너는 죽음의 모험이 사랑을 완성한다. 한 호흡으로 읽었지만 더 긴 여운을 남기는 관능적이며, 매혹적인 작품이다. 90세가 된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읽는 사람에 대한 흡입력이 대단하다. 무더운 여름날, 읽는다면 읽은 후 몸 곳곳에 홍건히 벤 땀조차 몰랐다는 사실에 놀랄것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
“아, 죽음이여! 죽음이란 굴복의 순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최상의 기쁨을 안겨주는 순간이지. 사랑과 죽음, 그런 의미에서 그것들은 동일한 운명이고.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