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오토바이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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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던하고 무심한 아들 염종세, 그는 기업에서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그리고 대형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던 저돌적인, 전형적인 성공스토리를 만들려고 하는 샐러리맨이다. 하지만 그는 대형프로젝트에서 실패해 회사에서 명예퇴직 당한다. 하릴없는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아버지의 부고가 날아든다. 다 먹은 밥상을 치우는 것처럼 느껴졌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내려간 그 곳에서 그는 아버지의 오랜 친구이자 일터 동료였던 ‘장기풍’을 만난다. 언제나 아버지가 안계셔서 자신의 삶이 힘들고 소외받았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장기풍은 아버지의 여러 면목들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삶속에 스며있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떠올려봐도 여전히 염종세 그에게 아버지는 정의롭지 못했고, 억척스럽게 돈모으는데 정신팔린 노인네였다. 하지만 장기풍은 그에게 세상에 모든 사람이 그러해도 너는 그러면 안된다고 일갈한다. 염종세를 아버지를 돈 때문에 계획적으로 살해한 파렴치한으로 의심하는 형사에게 그는 형사의 의심에 어이없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아버지는 어쩌면 자신의 존재감조차 자식에게 얻지 못하고 오래전에 염종세에게서는 벌써 사라진 존재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과연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을까? 나에게...

지금도 가장 어려운 시절을 이야기하면 아버지는 전쟁과, 끼니를 거르던 60년대를 말씀하신다. 산업화시대, 아무것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굶지 않고 살려면 무언가를 만들어 팔아야만 했던 시대였다. 그것은 사회교과서에 나오는 잘 교육된 ‘노동력’이 아니라 아버지세대의 ‘희생과 ’헌신‘이었다. 아내와 정신질환을 앓는 큰 아들을 치료하기위해, 그리고 꿈 많은 아들을 잘 먹여살리기 위한 임시헌은 어쩌면 ’정의‘보다 어떻게든 먹고 살아내야만 했던 시대의 아버지 자화상일지 모른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악한이라고 불러도, 자신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의 아버지는 그렇게 살아냈다. 아니 살아내기 위한 자신의 존재감을 갖지 못했다. 그런 아버지의 삶을 한 인간의 삶으로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인간이 가장 어리석은 점은 수 많은 지식과 지혜를 보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당해보지 않고서는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되지 않고서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삶으로 아버지를 생각해보지 않는다. 우리에게 남은 지혜와 성찰의 힘이 있다면 우리의 삶에 대한 토양을 제공했던 아버지의 삶속에 자식에 대한 헌신과 희생에 대한 인정과 감사가 아닐까.

"사내가 제일 참기 어려운 고통은 처자식이 굶는 것을 보는 거구나 p36
“제 자식 먹이고 입히는 것보다 정의를 따지는 놈이 뭐 그리 대단한 놈이야?” p 208

아버지의 오토바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에 묵묵한 무언가가 이야기의 진행속도와 더불어 쌓이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내 삶에도 이러한 아버지에 대한 무언가가 겹겹이, 차곡차곡 내 존재의 심연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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