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재판의 변호인
기미노 아라타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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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재판의변호인 #기미노아라타 #톰캣 #서평단
#본격미스터리

제 2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히든카드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기미노 아리타 작가님은 정신과 전문의다. 요즘은 본업과 상관없이 글들을 너무 잘쓰시는게 아닌가. 전업작가들은 어쩌라고 쓸데없는 걱정을 해보며 책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재작년인 1555년 겨울에 고향을 떠난 로젠과 리리의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때로는 폐허에서 노숙하고, 마을을 찾아 며칠이나 걷기도 했다. 짐승이나 강도에게 습격당한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로젠은 이 아이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소녀는 신기하리만치 직감이 뛰어났다. 상대방 이야기에 섞인 거짓말을 꿰둟어 보았고, 위험이 닥쳐오면얼른 알아차렸다. 리리의 직감 덕분에 목숨을 구한 적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리리의 직감이 어디서 유래됐는지는 짐작이 갔다.

목적지인 마을에 당도하자 마녀재판 중이다. 로젠이 리리와 여행을 떠난 이후 마녀재판을 마주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톨릭과 루터파가 화의를 맺은 만큼 다시 마녀에게 공세를 돌리는 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지만 마녀재판이 활발해지고 있다.

로젠은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에른스트 대학교의 전직 법학교수다. 마을 촌장 모그는 부디 마녀를 심판해 달라고 한다. 아인슈타인령의 통치자인 기욤 글란 아인슈타인 후작의 차남인 란드센 영주가 두 사람을 맞이한다.

마녀가 세 명을 죽였다고 한다. 첨탑에 갇힌 마녀는 앤. 리리는 눈앞의 여성은 화형을 당해야 할 죄인이 아니라고 이미 확신한다. 란드센은 전 사법관 부부와 물레방앗간 관리인이 죽었다고 한다. 신탁사 코펠의 해석에 로젠이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것은 앤의 어머니가 마녀로 처형당했다는 편견에서 시작된 것이다. 앤의 어머니가 만진 아기가 열이 나고 죽었다는 이유로 고발당하고 이변없이 유죄 판결을 내려졌다. 또 마녀의 업이 어머니에게서 딸로 이어진다는 소문이 빠르게 구금된 거였다.

사람들의 증언도 그냥 앤이 마녀이길 바란게 아닐까. 심문과 재판은 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로젠은 말한다. 로젠과 리리는 빈약한 물증과 비논리적인 증언, 명백한 모순이 눈에 띄었지만 무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앤은 마술을 사용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발 당했다.
쟁점은 앤이 마술을 사용했는지, 아닌지를 밝히는 거다. 하지만 어떻게 구별한단 말인가. 결국 끔찍한 고문을 받아 자백한 후에 화형을 당할 공산이 높다. 앤을 마녀라고 단정한 자들에게 앤의 결백을 납득시킬수 있을까.

로젠의 마녀재판 경험은 사랑하는 엘레나가 마녀로 고발당해 변호했다. 사법 당국의 압력과 책략에 빠져 결국 처형되었다. 그 일로 사표를 내고 리리와 도시를 떠났다. 연인을 잊기 위한 시간은 후회로 갈수록 그곳으로 되돌아갔다.

이번에야말로 무죄를 증명하는게 엘레나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앤이 구금된 상태에서 집 열 채에 주술이 사용되었다. 코펠의 예언은 맞긴 한건가? 천상의 목소리는 커녕 악마의 속삭임은 아니고? 성 메니니누무스를 너무 남발하는거 아닌가 싶다.

로젠은 수호성신을 절대시하는 마을에서 오직 논리만으로 앤의 무죄를 입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로젠은 이 어려운 임무를 성공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마녀재판이 본격 미스터리의 불가능 범죄는 완벽한 특수설정 미스터리답게 완벽하게 끝난다.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다. 오늘 죽기 딱 좋은 날이네..나만 떠올랐을까. 16세기의 마녀재판이 눈앞에 펼쳐지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독자들이 선택하기 딱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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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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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게 #정영욱 #부크럼 #도서협찬 #에세이추천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잘잘잘의 작가님 신작 서평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읽다가 내 생각에 빠져드는 거 아닌가..였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손에 놀아 나는데 반면 산문은 매번 내 기억을 끄집어 내고 헤쳐 놓는다. 좋은 기억이건 슬픈 기억이건. 분명 작가님의 이야기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산문이 주는 맛은 맵고, 달고, 쓰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작가님의 글에서 위로받고 감동받은 애독자 들은 생각할 것이다. 내 얘기 같고, 내 얘기는 아니지만 공감가는 이야기들에서 밑줄 긋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을수록 이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구나..또는 아픔도 진솔하게 고백해서 내가 힐링받는구나하고.

예를들면, 어릴적 친구의 다마고치를 훔쳤던 일, 좀도둑처럼 무언가를 훔치고 들키면 수습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여겨져 더는 남의 것에 손대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훔치는 작가가 되고 만것이 아닌가. 그리고 기억으로 남은 아버지의 훈육, 만약에 본인에게 가해진 폭력이었다면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지금은 '사랑의 매'라는 존재 자체가 용납이 안되는 세상이다.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이라 불리며 애틋한 감정으로 재해석되는걸 봤다. 포장되고 관대해진 추억도 조작된 기억도 상실 앞에서는 어쩔수가 없더라. 아니라고,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고 해봐야 이미 없는 사람을 나무라기보다 그 기억을 간직한 사람을 모욕하는거 같아서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만큼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이 또 있을까. 그러니 기다림도 클수밖에 없다고 본다. 미련은 미련맞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는 정말 어떤 인물이었을까. 세상의 반은 부정, 나머지 반은 환멸인 사람. 또 그럴수 밖에 없다고 본다. 주변에서 발생했던 일들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수에게 애정은 네네와 치킨이라는 고양이뿐인가. 아니다. 수와의 만남, 사랑은 특별해보인다. 일단 사람이 특별하니까. 박멸에 동참하기로 하고 왁싱을 선택하거나, 귀가길 전화를 받아주는 일. 쉬운것 같지만 쉬운일이 아니다. 연민과 다정을 품게 하고 홀연히 날아가 버린 무책임한 사람에게.
언어를 해독해야 하고 표현을 해석해야 알 수 있는 수다. 수는 왜 끝끝내 자신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출간된 에세이 중에서 가장 사적인 기록이 아닌가 본다. 사람과 삶과 사랑의 이해를 향한 회고록으로 이해받지 못했던 사람을 향해 오직 이해했던 단 한사람의 기록이 아닐까. 수 뿐만아니라 죽음과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오었던 비, 비도 독특하다. 선물은 써야 한다던. 그래서 비의 말처럼 써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 그것이 바로 사랑이고 글이 되어 산문의 시작점이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닮아가던 비. 사랑을 하면 그를 닳는다. 아니, 사랑을 하면 내가 닳는 것이다.

비의 이야기는 내게 버겁다. 질투를 유발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다. 요즘 세대의 자유분방함에 당황스럽다. 사랑과 다정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추락해 갈때쯤 손을 내밀어 준 구원. 원이다. 산문의 제목이 구원인걸 보면 사실상 주인공이 원인가 싶다. 사랑과 비극을 동시에 꿈꾸는 얄팍한 심경을 결핍이나 우울로 치부하지 않을 사람, '안녕을 바란다'는 문장을 시작의 의미로 해석해 줄 사람. 그래서 편지를 받고 슬프다는 원에게 사랑에 빠진다.

원의 이야기는 책으로 확인하기 바란다. 다 알려주면 재미없으니까. 딱히 반전은 없다. 아버지의 훈육으로 느꼈던 작가님의 아버지. 뺨을 맞았다는 대목에서 갑자기 화가 났다. 가난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은 마음이 가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믿음..속상하다. 부모님과 지인들의 이야기가 사랑이야기보다 더 와닿는다. 이번 산문에서 사랑은 그럭저럭 공감했다고 해야할까. 참고로 나는 60대다.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세상에 그 사람이 없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진다. 목숨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 난 이걸 사랑이라고 여기고 산다. 젊은 사람들의 연애관, 가치관은 존중한다. 구원에게 보내는 정영욱 작가님의 신간을 통해 이 시댕디 사랑법을 또 배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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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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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이는모두날아오른다 #요아힘마이어호프 #사계절출판사

아이가 그린듯한 그림이 그려진 책표지, 자신의 자전적 삶을 다룬 이야기. 독일에서 가장 바쁜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내가 자란 주립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헤스터베르크'라 불린다. 아빠는 의사였는데 원장이 되었을 때 환자 수는 무려 천오백 명이 넘었다. 천오백 명의 정신적 육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들과 나는 환자들에게 갖가지 별명을 붙여주었다. 큰형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저능아였다.

일곱 살이 되고 혼자 학교에 갈 수 있는 권리를 얻은 나는 철문 위로 기어 올라가 문을 넘으려다 화단에서 쓰러진 남자를 발견한다. 학교로 쏜살같이 달려가 교실 문을 열자마자 들뜬 목소리로 기쁜 소식을 전한다. 죽은 사람을 발견했다고. 선생님은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야단친다. 죽은 사람 얘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살이 붙었다.

두 개의 게이트와 병동 현관 앞에서는 극적인 장면이 자주 펼쳐진다. 병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든 나가는 길이든 많은 사람에게 공포의 현장이다. 물론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큰형은 "슬픈 부엉이들의 뒷마당"이라 불렀다. 얼굴조차 구경할 수 없는 환자도 많았다. 여기가 나의 집이었다.

나는 일 학년을 불과 사개월만 다니고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정신을 잃고 분노를 폭발하는 일이 점점 잦아진 것이다. 프리랜서 재활 치료사로 일하는 어머니를 따라 시골로 동행했다. 어머니가 농부들에게 바른 자세를 가르치는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아버지도 가끔 나를 데리고 다녔다.

정신병원 담장 너머의 도시는 정신병원 경내보다 훨씬 비체계적이고 혼란스러웠다. 우리 집은 정원 울타리로 보호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요새의 심장부다. 그 넘어의 도시는 더 이상 내가 속한 세계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정신병원이라는 우주의 주관자였고 의사이자 왕이었다.

거대한 정신병원에서 자란 작가의 유년시절부터 혼란스러운 청소년기, 청년이 되어 집을 떠나기전까지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요하임은 선생님에게는 골칫거리, 가족에게는 시한폭탄이지만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가졌다.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이해받지 못하던 요하임이 공교롭게도 세상이 정신질환자라 부르는 완두콩 왕자페르디난트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세상에서 격리된 이들이 응집된 곳에서 요하임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운다. 환자가 아닌 어른들은 요하임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사실 아버지나 어머니, 선생님들도 요하임의 눈에는 환자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았다.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가? 이 작품 전체가 정상성에 대한 질문이자 유쾌한 풍자인 셈이다. 편견없는 시선으로 인간의 면면을 바라봤던 요하임.

나름대로 이해하려 애썼던 요하임이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가족을 냉담하게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자신조차 정신병원의 환자들을 낯선 존재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요하임이 집을 떠났다가 아버지의 죽음이 가까워지자 정신병원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을 잃고도 추한 욕망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곁으로 어머니는 이제 막 구축한 새 삶을 허물고 온다. 오랜 세월 배신한 남편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본다. 이 모습은 인생에서 부모님과 함께한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간직된다.

아버지가 떠난 뒤, 폐쇄를 앞둔 정신병원을 거닐며
새삼 자신이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그들의 무절제함과 끊임없는 소란, 너무나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던 그들의 일상적 광기. 한 세계의 상실을 애도한다. 한때는 부정했던 자신의 유년과 화애하면서 비로소 벗어난다.

자전적 삶을 그린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통해 삶의 통찰을 얻는 경험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까마귀인줄 알았는데 검은지빠귀였다. 책표지처럼 재기 발랄하기도 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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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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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나가 #김진영 #오팬하우스 #서평단

공포영화 <미혹>의 김진영 김독님은 <마당이 있는 집>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드라마도 봤는데 역시 책이 재밌었다. 서스펜스 스릴러를 잘 쓰시는 듯. <여기서 나가>도 딱 공포 분위기다. 그럼 안 나가고 확인해보겠다.

사흘째 멈추지 않는 비로 논과 밭이 침수 위기에 놓였다. 예감대로 비닐하우스 근처 배수로엔 이미 물이 넘칠 듯 차올라 장화 신은 발이 진흙속으로 빠진다. 물길을 내던 상조의 귓가에 스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꺼내줘'

밭 한가운데 서있는 검은 형체. 상조는 본능적으로 낫을 집어 들고..검은 형체는 상조를 한참 바라보다 서서히 허리를 숙인다. 그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소주병과 붉은 꽃잎이 떨어져 있다. 붉은 글씨로 쓰인죽은 아들의 이름에 예삿일이 아니라 짐작한다.

형용은 입사 동기인 재환의 말투에 모욕감이 느껴지자 아버지 땅에 베이커리 카페를 해도 좋겠다는 거짓말이 나온다. 잔인한 재환의 말에 형용은 자신도 모르게 현실을 인정하고 만다. 술기운 탓인가, 묻어두었던 감정이 저항 없이 밀려온다.

일주일 전 새벽에 고향집에 내려라는 상조의 다급한 전화에 형용과 성희가 모였다. 아버지는 형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다. 식사가 끝나고 상조가 식탁 위에 문서들을 꺼내 올린다. 죽기 전에 미리 상속을 하려고 하니 절차를 알아보라 한다.

형진의 아내 해령과 딸 수인에게 자신의 땅을 상속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수인이는 형진의 핏줄도 아니다. 형진의 꿈에 형이 나타나고 땅문서의 존재를 알게된다. 음산한 터에 어머니의 명의까지 빌려 사들인 땅에 낯선이가 제까지 올린다.

형과 아는 사이라는 필석은 형진이 집을 지으려 했다고 한다. 형용은 가족을 모두 데리고 군산행을 감행한다. 유화도 남편의 뜻에 따라 건물이 들어서는 현장을 지켜본다. 일본식 가옥의 가게 이름은 '유메야'란다. 꿈이 담긴 집이라는.

유화가 들른 맛집 사장이 그 땅은 먹는장사 하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이전 주인 할매 무당이 땅을 오랫동안 지키던 이유가 땅 때문에 사람이 죽어 나갔기 때문이라고. 해령이 찾아와 죽은 남편이 1억을 대출받아 행방을 찾는다고 한다.

유화는 해령이 다녀가고 막연한 두려움에 점점 잠식해 간다. 밤중에 해령이 나타나 땅의 소유권을 주장했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던 차에 해령이 집까지 찾아왔다고 하자 형용도 한층 더 불안해진다.

형용은 필석이 시킨대로 막상 담보대출을 받고보니 아득하다. 유메야의 터에서 처음 만난 필석이 그 땅의 역사를 풀어놓았다. 90여 년 전 이곳을 차지한 일본인은 군산에서 손꼽히는 부자였고, 여기 터가 부자를 만드는 땅의 기운 때문이라고.

사실은 부의 기운을 쓸어 담으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형용도 유메야가 가져올 성공이 정해진 운명처럼 느껴졌다. 필석에게 1억만 투자해달라고 무릎을 꿇는다. 자신의 눈물에 약해진 필석에겐 미안하지만 형용은 부의 기운을 누구와도 나눌 생각이 없다.

형용의 욕심은 당연한 걸까? 음식이 쉽게 상하고, 일본 옷을 입은 하얀 얼굴의 남자를 떠올리며 유화는 비로소 땅에 대해서 알아본다. 형진의 죽음도 이 땅을 사고부터가 아닌가. 그 땅이 사람을 죽인다는 소문이 맞을까, 부자의 땅을 만든다는 말이 맞을까?

유메야는 성공의 땅인가, 아님 저주의 땅인가. 삿된 기운의 땅이 가져온 운명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지켜보게 된다. 이야기는 중간중간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여주며 이어진다. 이 기사를 찾아낸 유화가 화자인 셈이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땅의 역사는 곧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땅에서 죽었어도 남아있는 자, 죽은 자를 불러내는 자, 땅을 지키려는 자의 이야기가 K-호러가 주는 한국적인 신앙, 저주가 어우러져 오컬트 호러의 뜨거운 맛으로 안내한다.

댓가를 요구하는 무엇으로 부터 재물을 탐하겠는가, 그래도 부를 원하는가. 탐욕을 부리지 마라. 살고 싶다면..여기서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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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되살아난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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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되살아난다 #나카야마시리치 #블루홀식스 #서평단

내 너를 만나려고 달렸다. 마녀의 부활을 예고하는 제목과 까마귀가 인상적이다.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초기작이라니 뭔가 신선한 맛이 나지 않을까..그럼 바로 확인해 보겠다.

수사 현장 12년의 마키하타 게이스케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시신은 처음이다. 마을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늪지에 유기된 시신은 살점과 뼈만 남은 조각에 불과하다.

마치 수십 명이 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 먹고 버린 것을 잔뜩 쏟아부어 놓은 듯한 광경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검은 코트, 옷의 잔해마저 없었다면 사람의 시신이라 유추 할 수 없었으리라.

지뢰라도 터진 현장 같다. 반장 와타세는 어떤 살점 조각을 집어 든다. 끝이 피로 물든 검은 깃털이다. 조각조각 해체되어 보란 듯이 방치된 시신은 자신의 범행을 전시하는 쾌락 살인이다.

검정 지갑에서 나온 얼굴 사진이 담긴 사원증은 스턴버그라는 회사의 것이다. 기류 다카시. 서른 살. 최초 발견자 순경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두 달 전에 문을 닫은 스턴버그 회사의 연구소로 향한다.

연구소 건물을 본 순간 마키하타의 등줄기를 따라 차가운 한기가 흐른다. 그것은 피로 얼룩진 살해 현장이나 시신이 묻혀 있던 자리에 서 있을 때 느끼는 섬뜩한 감각은 불길함이다.

땅과 연구소 모두 독일인 소유다. 기류 다카시는 왜 연구소 근처에서 살해당했을까? 그것도 폐쇄된 곳 근처에서. 사건 현장과 연구소를 맴도는 불길한 까마귀가 해결의 실마리 일까?

범인은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고 했던가? 그럼 범인은 까마귀? 일단 등장인물은 모두 용의자다. 브랜든 리의 크로우가 떠오른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길로 인도한다는 까마귀.

대학 선후배로 사이라는 마리무라 미사토. 오늘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마키하타가 처참한 현장을 설명하자 감정과 싸우던 미사토는 학생증을 맡기고 사라진다.

기류의 아파트와 치과를 찾아간 결과 기류는 모범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생긴 대로 순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치과 의사의 마지막 증언에 의구심을 갖는다. 기류 자신이 마녀의 후예라 했다니..

수사본부가 꾸려지고 경찰청 생활안전국의 구조 고헤이가 방문한다. 신종 마약 히트와 스턴버그 제약 회사로 사건의 방향이 잡힌다. 기류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죽음의 상인'이란 걸 알게 된 걸까?

마녀의 후예를 차처하던 기류가 맞은 최후는 상징적으로 느껴진다. 또 다른 유괴사건이 발생하면서 두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점친다. 기류 사건이 단순 엽기 살인이 아닌 것처럼 단순 유괴가 아니다.

구조와 한 팀이 된 마키하타는 구조가 왜 마약 범죄를 증오하는지 알게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범죄자 새끼들. 그러니 마약이라면 치를 떨 수밖에.

기류는 정말 본인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려 했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까마귀 밥이 되었다해도 자업자득 아닌가. 사실 마키하타도 꿈을 꿀 정도의 트라우마가 있다. 자신의 정의를 잃었던 과거의 고통으로.

마키하타의 공포와 분노는 생명의 불꽃이 꺼져갈 때 각성제가 되었다. 이보다 처절한 한판 승부가 있을까. 지옥에서 살아남은 자가 누릴 수 있는 사명이고 정의다. 속죄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처음부터 예상은 했지만 설마설마했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처음부터 반전의 제왕이 아니었나 싶다. 최초의 작품이라는 티가 전혀 안 나는 타고난 작가의 처녀작이다. <마녀는 되살아난다>에서 다풀지 못한 '히트'의 또 다른 이야기가 출간 예정이다. <히트업>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으리라 본다. 진작 소환되어야 할 책들이다. 기다리마 어여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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