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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평점 :
#인터메초 #샐리루니 #노멀피플 #은행잎3기 #은행잎서재
은행나무 책들은 깊이가 있고, 재밌다. 재미가 최우선이라 은행나무 서포터즈 소식에 바로 신청했다. 그렇게 은행잎 3기의 첫 책이 샐리 루니의 <인터메초>
625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이다.
책표지의 사람들 그림자가 뭔가 했더니 체스판 위의 누군가의 그림자였다. '인터메초'가 체스에서 흐름을 깨는 예상 밖의 한 수를 이르는 말로 간주곡이나 막간극을 뜻한다고 한다. 그럼 인터메초를 확인하러 가보겠다.
아버지의 장례식. 조금 있으면 스물세 살인 아이번은 치아교정기를 끼고 정장은 두 눈을 믿기 힘들다. 열 살 많은 형 피터는 촉망받는 변호사다. 더러운 불법 주택 점거인 나오미와 성적 관계를, 그리고 비밀리에 금전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실비아를 만난다. 완벽한 카리스마의 실비아는 대학 강의에서 만난 냉정하고 침착한 친구다. 그리고 친구라는 허울로 계속 만나는 헤어진 연인이다. 피터는 잡을 수 없는 옛 연인과 정착할 수 없는 지금의 연인 사이에서 길을 찾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4주쯤 아이번은 체스 클럽 행사에 참가한다. 그를 어린 소년으로 착각한 마거릿은 아트센터에서 일한다. 아이번을 숙소로 데려다 주기 위해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아이번에게 호감을 느낀 마거릿은 키스를 허락한다.
나이 격차가 크긴 하지만 마거릿은 아이번이 너무 다정했기에 이 바보 같은 일을 후회하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모르는 사람과 밤을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이번은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마거릿은 연락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마거릿은 지금까지 평범한 삶에 억눌리고 통제되었다. 이제 그런 힘에 통제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제 그 무엇도 그녀를 통제하지 않는다. 아주 이상한 사람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마거릿은 아이번에게 전화를 할까?
체스판의 다섯명은 바로 피터와 아이번 형제, 실비아와 나오미, 마거릿이다. 형제는 갑작스러운 상실로 인해 삶의 막간, 삶의 인터메초를 맞닥뜨리게 된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순간에 찾아온 사랑과 애증, 관계의 소용돌이를 보여준다.
체스는 잘 모르지만 넷플릭스에서 '퀸스 갬빗' 이라는 천재 소녀 이야기는 재밌게 봤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번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새 아버지 가족과 어머니를 향한 원망에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번이야말로 지극히 정상 아닌가.
더군다나 애견 알렉시를 책임지려는 선한 마음까지..피터는 자신에겐 너그럽고 동생에겐 야박한 잣대를 가졌다. 사랑은 누군가에겐 불장난일지 게임일지 아님 의리나 의무처럼 보인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삶에서 세상의 눈을 뜨는 경험을 하는 소설이다.
상실의 아픔과 실연의 상처도, 형제간의 갈등도 감정을 소통하는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용서는 모든 것을 무해한 것으로 돌려 놓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상대편을 이해하는 노력이 사랑과 관계에 꼭 필요 요소임을 느끼게 한다.
샐리 루니 작가는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를 통해 알게 되었다. 청춘남녀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사랑이 빠질 수가 없고 당연히 어른의 로맨스가 등장한다. <노멀 피플>이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처럼 <인터메초>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난 책으로 읽기를 권하고 싶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몇배는 더 재밌을 테니까. 감동의 쓰나미에 눈물도 흘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