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 우리가 기억해야 할 기지촌 여성들의 기록
영춘 외 지음 / 세종마루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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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명자 #영춘 #세종마루 #만화 #서평단

책 제목보고 젤 먼저 떠오른 것은 임권택 감독의 <창>이다. 창녀를 뜻하는 <창>을 호기심에 봤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떠오른 생각은 그저, 부모님이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여겼다. 17세의 영은처럼 명자도 기구한 삶을 살았을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기지촌 여성들의 기록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1951년 칠흑같이 어두운 겨울 밤에 태어난 冥子. 이름을 이따위로 지은 아버지는 조금만 잘못해도 두들겨 팼다. 아버지의 폭력은 어머니도 말릴 수가 없었다. 사남매 중 장녀였던 명자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을 땐 남의 집 식모가 된다.

여러 집에서 식모일을 하며 온갖 수모를 겪던 명자는 남편과 바람이 났다고 의심하는 주인집 아줌마에게 두둘겨 맞고 도망쳐 나온다. 그때가 스무 살이다. 친구네 집을 돌며 신세를 지던 명자는 아는 언니를 따라 평택에 가게된다.

그곳은 별세계나 다름없는 곳으로 놀고 자고보니 사흘동안 육 만원의 빚이 생겼다. 그렇게 미군 전용 클럽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게 된다. 두 계절이 지나도 오히려 빚만 늘어가고, 방세가 밀리자 포주는 성매매를 부추기는데...결국 성매매까지 하게 된 명자.

명자의 애인 찰스와의 사랑과 임신 그리고 입양. 자살시도와 明子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명자>는 평택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의 인터뷰와 구술집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내놓을 수 있어 기쁘다고.

몇 년 전 평화박물관을 통해 후원자들에게 전해졌던 <명자>를 프랑스 국제 만화축제에서 소개할 기회가 있었고, 스페인에서도 출간되었다. 이 작품을 만든 의미, 더 늦기 전에 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고 한다.

다시보니 명자는 피해자다. 가난과 폭력, 성매매에 시달린 힘없는 국민이다. 2022년 대법원이 기지촌 성매매를 조장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데 이어, 당시 구조에 주한미군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묻는 소송으로, 지난 3월에는 정부가 기지촌 여성들에게 공식 사과했지만, 피해자들은 미군과 미국 정부의 책임에 대한 명확한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은 기지촌 여성들의 존재를 알리는 묵직한 증언이다. 생존자들에게 혐오의 시선이 아닌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인세 전액이 기지촌 할머니들의 평안한 일상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명자>를 향한 위로와 연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당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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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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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않는벚꽃 #유즈키유코 #문예춘추사 #서평단

현민안전상담계 소속 이즈미는 올해로 4년째지만 여기서는 막내다. 시민의 불만과 상담에 대응하고 현청 현민상담실로 접수된 경찰 관련 사건 사고의 해결을 담당한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걸려 온 항의 전화는 마흔여섯 통이다. 벌써 세 시간째 노성과 악다구니를 듣고 있다.

도가시 다카유키 과장은 자기 책상 위의 신문을 노려보나가 내던진다. 지역 신문사의 헤드라인 뉴스 코너를 화려하게 장식한 '히라이시 여대생 스토킹 살인 사건, 경찰은 사건 수사는 뒷전이고 워크숍을 갔던 것으로 밝혀져' 가 톱기사다.

2주 전, 노상에서 남성이 휘두른 칼에 여성이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21세의 나가오카 아이리, 여대생이다. 범인은 안자이 히데토, 34세. 나가오카가 아르바이트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손님으로 그동안 스토킹하며 협박하고 괴롭혔다.

나가오카의 부모는 경찰을 찾아가 상의했지만, 안자이라는 확증이 없다는 이유로 꿈쩍도 하지 않닸다. 나가오카의 부모는 단념하지 않고 거듭 경찰서를 방문하고, 담당자를 채근했다. 겨우 신고서가 수리되지만 이틀 후에 나가오카는 살해됐다.

즉시 수리하고 수사를 시작했더라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경찰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가 관할서 직원들의 워크숍 참가다. 반성은 커녕 수리를 미루고 워크숍에 갔던 사실이 어디서 샜느냐를 따지며 경찰 내부 사람을 의심한다.

이즈미는 항의 전화에 매달리느라 메일 확인을 깜빡했는데 이번 스토킹 사건에 대한 비난 메일이 이백 통이나 된다. 그 중에 현경 기자 클럽에 소속된 기자의 메일에 흠칫 놀란다. 요네자키 신문 기자 쓰무라 지카는 할 얘기가 있다고 만나고 싶다고 한다.

지금 경찰은 워크숍 건이 어디에서 유출됐는지 찾고 있다. 지카를 만나면 의심을 사겠지만 꼭 물어봐야 할 일이 있어 만난다. 이즈미의 빈정거림에 지카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즈미는 지카를 믿을 수 없다. 고등학교 동창인 둘은 속마음을 털어 놓는 사이지만 비밀이다.

지카는 간절히 호소하지만 이즈미는 분노가 치솟는다. 자신이 출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사실 지카는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타인을 배신할 사람도 아니다. 뭔가 내막이 있는 것 같다는 지카는 조사해 보고 배신자의 낙인도 지우겠다는 한다.

그런 지카가 우에노강 하류에서 시신으로 발견 된다. 지카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더우기 자신을 의심하는 도가시 과장에게 범인을 잡는 게 최우선이라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털어 놓는다. 도가시도 자신이 알고있는 정보를 알려준다.

지카의 죽음으로 이즈미는 사건 관계자 신분이 된다. 이즈미에게 워크숍에서 사온 초콜릿 쿠키를 전해준 이소카와도 정보 제공자로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처음으로 지카가 단짝이었다고 밝히는 이즈미. 과자 얘기를 흘렸고 입단속도 시켰지만 기사가 나왔다고 전한다.

그리고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도..이소카와는 경악한다. 이즈미가 직접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하자 이소카와도 협조하겠다고 한다. 이제 누가, 왜 지카를 죽였는지 범인을 쫓는다. 굳이 누굴 탓한다면 스토킹 담당자였던 헨미가 아닐까 싶다만.

이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이즈미와 이소카와는 또 한사람의 죽음을 마주한다. 두 사람의 죽음이 무관할까?
또한 신흥 종교 단체 소노프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이비 종교 단체와 공안은 사건에 어떤 영향럭을 미칠까? 이즈미가 마주하게 될 진실은 무엇일까?

한 편의 영화처럼 대사와 그림이 그려지는데 영화로 상영되었다고 한다. 절친의 죽음을 파헤치는 주인공은 회한의 눈물 뒤에 새로운 결심으로 나아간다. 일본 경찰 소설로 진실을 찾아가면서 드러나는 민낯은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부조리의 끝이다.

현경 홍보과의 스물아홉 살의 사무직원 이즈미와 세 살 연하의 이소카와의 로맨스는 전혀 없었지만, 두 사람의 앞날을 응원한다. 이즈미의 마지막 결단에 갈채를 보내며 꼭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에 큰 몫을 하길 바란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그러니 썩은 물은 흘려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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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괴담 - 기괴하고도 불길한 일본 실화 100
마츠바라 타니시 지음, 김지혜 옮김 / 시원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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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괴담 #마츠바라타니시 #시원북스 #서평단

기괴하고 불길한 일본 실화 100이라니 100가지 이야기다. 작가님 모습이 하하 닮은꼴..머리 때문인가. 개그맨이시라 직업에 투철하신듯..특히 오사카 사고물건에서 생활했다는 이력이 특이하다. 여기서 사고물건이란 자살, 살인, 고독사 등으로 사람이 사망한 이력이 있는 집을 뜻한다. 무서운 괴담은 저자가 직접 겪거나 전해들은 기묘하고 섬뜩한 이야기들을 담은 실화 괴담집이다.

첫 번째 본오도리부터 세 번째 이야기까지 그렇다쳐도 네 번째 이야기가 열네 번째로 빌린 사고물건. 더욱이 리모델링 전이라 사건 흔적이 남은 집으로 동생이 형을 때려죽이고 스스로 배를 찌른 후 사망한 집이다. 화장실 안쪽에 마련된 작은 방에 스스로 들어가 갇힌 작가. 아니 왜 스스로 위험에 뛰어드는지 이해불가다. 담력이 강한가? 아님 무모한가?

열여섯 번째 사고물건은 쓰레기 집으로 원인 불명의 화재로 타 버렸다고 하니 위험천만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 어째 갈수록 사고물건에 집착하는 느낌이다. 귀신의 존재가 목격된 집을 계약하고 인터폰 모니터에 찍힌 방문자를 확인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곳곳에 증명이라도 하듯 사진들은 섬뜩함을 더한다.

사고물건 뿐만아니라 <마츠바라 타니시의 오싹오싹 채널> 유튜브 프로그램도 맡고 있다. 심령 스폿 세 곳을 방문하고 전해주는 이야기나 사건이 발생하는 이야기는 기묘하다 못해 불가사의하다. 정령 괴담을 위한 작가인가. 일본 각지에서 전해지는 기묘한 존재와 사건들은 읽을수록 공포로 몰아 넣는다.

가장 공포스러웠던 괴담은 <오락>으로 재밌는 일이 전혀 없는 시골 마을에서 누군가 자살한 시신을 구경하면서 축제같다고..누군가는 죽음을 오락거리로 느낀다는 자체가 두꺼비나 너구리를 죽이는 저주 이야기보다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 소름끼친다.

손에서 금가루가 떨어지는 여자친구 이야기 <금가루>는 개부럽지만, 검은 나비 꿈을 세번 꾸고 다음에 또 보면 죽는다는 <검은 나비의 춤>은 왠지 불길하다. 내가 팔랑팔랑 검은 나비를 그동안 몇 번이나 봤을지 헤아리게 된다. 소원도 함부로 빌어서는 안된다는 마지막 이야기 <도모카즈키>가 끝이다.

나 괴담 매니아인데, 공포 소설 애정하는데 요건 뭐랄까 실화가 주는 압박이 100을 향할수록 더 커져간다. 읽고 나면 뒤끝이 쎄하다. 초단편으로 짧은 괴담들이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아마도 초자연적인, 초현실적인 이야기는 분명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에서는 계속 발생하고 있으리라 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저 멀리 보이는 실루엣, 뭔가가 남기고 간 흔적들..나도 일상의 공포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 느낌. 영화보다 책이 더 오래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매력이다. 다만 영적인 능력이 없는 나는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즐겼다. 마지막으로 불길한 뭔가를 못 본 척, 들려도 못 들은 척 하는 게 중요한 꿀팁이라 알려드린다. 항상 자신의 촉을 믿고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현명하게 구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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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따위 멸망해도 ㅣ 사계절 1318 문고 155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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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따위멸망해도 #남유하소설 #사계절1318문고 #조각서평단

남유하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 세상 따위 멸망해도 뭐 눈 깜짝 안한다에 한표지만 작가님의 신간은 궁금하다. 조각 서평단에 내가 선택한 키워드는 [LOVE] 우리를 살게 할 사랑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빛나지 않아>
엄마가 만지거나 안아 줄 때면 언제나 진주처럼 빛나는 아이, 사랑 받을때 피부에서 빛이나는 특별한 연우에게 엄마는 조금만 조심하라 한다.

5학년 때, 친구가 정말 좋아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의 손을 잡았던 연우. 친구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도망친 이후로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피코가 있었으니까. 그런 피코가 죽고, 학원에서 만난 남자 아이는 연우의 손을 노랗게 물들이지만 남자 친구를 사귀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만난 태오와의 28일, 더 이상 빛나지 않는 연우에게 태오가 남긴 마지막 말..처음으로 자신을 감싸 안아주는 연우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에 이런 경우가 나에게 생긴다면 난감할 것만 같다. 무한 애정과 신뢰를 주는 피코같은 강아지가 아닌 남편이나 자식에게서는 배신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럼 어쩐다? 따지나? 아님 부담스러워 할텐가. 사랑받는 것은 온 몸이 빛이 나는 불꽃놀이지만, 나의 감정은 어떤가?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초능력도 아니고, 저주도 아니다. 상대편이 아닌 나에게 집중한다면 덜 상처받고, 덜 실망할테니 오롯이 자신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들여다보길..사랑이란 게 콩깍지가 벗겨지기 마련 아닌가.

<세상 따위 멸망해도>
12월 31일 토요일, 언니가 없다. 옆집에 초인종을 누른다. 조용하다. 화단 옆 주차장에서 재이가 날 쳐다본다. 재이가 찾아오자 복도로 나간다.

세상 사람들이 사라진걸까. 둘은 편의점에 간다. 역시 아무도 없다. 세상 사람들이 사라진 이유가 서로 자기 때문이라 한다. 재이는 원숭이 손에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세상에 둘만 있게 해달라고..낭만적이긴 한데 결과적으로는 끔찍하다. 재이가 남아있는 자체가 소원때문이라는게 맞고, 이제 한번 남은 소원은 신중하게..

표제작인 <세상 따위 멸망해도>는 다른 세상에 둘만 남은 나와 재이의 24시간이다. 원숭이 손 원작처럼 실수하지 않도록 소원도 신중하다. 비밀에 부친 소원이 귀엽다랄까, 풋풋하달까..십대의 사랑이 느껴진다.

<살아남은 아이>
5년 전, 에키노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우리는 학교에 산다. 어른들은 위험에 빠트릴 수 있으니까 교사들은 화면을 통해 수업하고 로봇이 잡일을 한다.

균이 없는 세상인 학교 안에는 기숙사가 있고 룸메이트는 미로다. 미로의 이야기보다 목소리가 좋다는 것은 나만의 비밀이고 나는 운이 좋다.

무균실 속에서 날이 갈수록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이 두렵다. 토요일 바람의 숲에 가자는 미로를 거절한다. 몸을 뒤척이다 숲으로 가지만 미로가 안보인다.

다시 만난 미로는 탈출하자고 한다. 무모한 계획을 세우고 탈출을 감행한다. 막판에 미로는 학교로 돌아가기로 하지만 나는 퇴소를 결심한다.

돔 밖의 세상이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바람의 냄새가 난다는 것만이 희망이다. 미로의 기억을 가지고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을까.

키워드가 LOVE라서 그런가 달콤쌉싸름하다. DEATH는 또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하다. 남유하 작가님의 청소년 소설집으로 일곱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소년의 눈에 비친 LOVE와 DEATH..나머지도 꼭 확인해 보고 싶다.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 처럼 결말이 날까 걱정했는데 전혀, 우리들의 청소년들은 야무지고 성숙하다. <세상 따위 멸망해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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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렁이 구조대 ㅣ 이야기친구
유인근 지음, 메 그림 / 창비교육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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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지렁이구조대 #유인근 #창비교육 #지렁이구조 #어린이동화

저자는 인천도담초등학교 교사..너무 반갑다. 2025년 '이다 생명권 행동 지원 사업'에 '지렁이 구조대' 프로젝트가 선정되어, 반아이들과 함께 지렁이를 구조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활동을 펼치고 이때를 바탕으로 쓰신 첫 동화다. 지렁이 구조대가 무엇을 배우고, 느꼈을지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산들 선생님은 수학, 영어 점수보다 '세상의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보라'고 강조하시는 특이한 분이다. 오늘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길에서 지렁이를 옮겨 주려는데 잘 안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신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말하고..우리가 함께하면 더 많이 구할 수 있을거라 하신다.

여기서 잠깐,
지렁이는 약 2억 9천만 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 서식하고 있다. 지렁이는 눈, 코, 귀가 없지만 피부를 통해 호흡하고, 피부 아래의 '감광 세포'로 빛을 감지해 이동할 수 있다. 이빨 대신 식도 뒷부분에 있는 모래주머니로 먹이를 잘게 부수어 먹는다.

선생님은 '지렁이 박사님'을 교실에 초대한다. 지렁이 박사님의 이름은 김지룡, 아이들은 웃으면서도 의아한 표정이다. 박사님은 지렁이에 대해서 알아 가다 보면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지 알게 될 거라 하신다. 지렁이 똥을 한 웅큼 쥐어 올리니 여기저기서 탄성이 흐른다.

냄새를 맡아 본 승연이는 그냥 흙냄새라 한다. 아이들이 분변토 체험을 마친 후 지렁이가 땅속에 굴을 만들어 준 덕분에 땅이 숨을 쉴 수 있다고 한다. 또 지렁이 똥은 식물에 좋은 양분이 된다고. 그저 땅속을 기어다니는 징그러운 벌레라 생각했는데 매우 중요한 존재다.

여기서 문제,
박사님의 이름이 왜 지룡일까요? 몇백 년 전에 지렁이는 '땅속에 있는 용'이라는 뜻으로 지룡이라고 불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발음이 변해 지금은 지렁이라 부른다. 땅 속을 지켜 주는 용, 지렁이가 다시 보이는 순간이다. 선물로 새끼 지렁이를 분양해주신다.

우성은 특별히 어려울 건 없어 보여도, 지렁이를 키우는 게 내키지 않는다. 교실 한쪽에 화분을 모아, 두 달 동안 지렁이를 기르기로 한다. 아이들은 어느새 '지렁이 아파트'라 부른다. 제각각 이름도 지어준다. 우성은 그냥 셋 다 '룡룡이'로 짓는다.

산들 선생님반 아이들이 지렁이를 키우면서 겪는 이야기다. 지렁이 탈출 사건을 해결하는 지수는 영웅이 된다.
고민 끝에 지렁이의 안전을 위해 학교 텃밭 근처로 지렁이를 풀어주게 되자 아쉬워하는 친구도 있다. 우성의 마음에도 허전함이 슬며시 자리잡는다.

뜨거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며 땅 위로 나오는 지렁이들이 미처 돌아가지 못해 말라 죽는다고 지렁이를 구조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본다. 길 잃은 지렁이를 구조하는 것이 목표다. 지렁이 구조대 출동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호수 공원에서 지렁이 떼죽음 사건이 일어나고 우성이반 아이들은 지렁이 구조에 나서는데..지렁이 냄새를 맡는 영우의 재발견으로 많은 지렁이가 구조되긴 하지만 너무 많은 지렁이 떼의 죽음이다. 새로운 구조 방법이 절실하다. 과연 지수의 아이디어는 통할까?

책이 나오기전, 작년에 지렁이 구조에 대한 지인의 말을 듣고 길에서 만난 지렁이마다 구조한 경험이 있다. 구조 도구로 납작한 손부채를 들고 다녔는데, 종이로 만드는 구조 도구는 아이들이 만들면서 더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지렁이를 구하면 지구를 구한다로 인식해주면 좋겠다. 지렁이를 살리는 일이 아름다운 지구를 살리는 위대한 일의 시작이 될테니 말이다. 글과 그림 모두 재밌고, 교육적이라 그 어느때보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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