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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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이는모두날아오른다 #요아힘마이어호프 #사계절출판사

아이가 그린듯한 그림이 그려진 책표지, 자신의 자전적 삶을 다룬 이야기. 독일에서 가장 바쁜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내가 자란 주립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헤스터베르크'라 불린다. 아빠는 의사였는데 원장이 되었을 때 환자 수는 무려 천오백 명이 넘었다. 천오백 명의 정신적 육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들과 나는 환자들에게 갖가지 별명을 붙여주었다. 큰형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저능아였다.

일곱 살이 되고 혼자 학교에 갈 수 있는 권리를 얻은 나는 철문 위로 기어 올라가 문을 넘으려다 화단에서 쓰러진 남자를 발견한다. 학교로 쏜살같이 달려가 교실 문을 열자마자 들뜬 목소리로 기쁜 소식을 전한다. 죽은 사람을 발견했다고. 선생님은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야단친다. 죽은 사람 얘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살이 붙었다.

두 개의 게이트와 병동 현관 앞에서는 극적인 장면이 자주 펼쳐진다. 병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든 나가는 길이든 많은 사람에게 공포의 현장이다. 물론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큰형은 "슬픈 부엉이들의 뒷마당"이라 불렀다. 얼굴조차 구경할 수 없는 환자도 많았다. 여기가 나의 집이었다.

나는 일 학년을 불과 사개월만 다니고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정신을 잃고 분노를 폭발하는 일이 점점 잦아진 것이다. 프리랜서 재활 치료사로 일하는 어머니를 따라 시골로 동행했다. 어머니가 농부들에게 바른 자세를 가르치는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아버지도 가끔 나를 데리고 다녔다.

정신병원 담장 너머의 도시는 정신병원 경내보다 훨씬 비체계적이고 혼란스러웠다. 우리 집은 정원 울타리로 보호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요새의 심장부다. 그 넘어의 도시는 더 이상 내가 속한 세계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정신병원이라는 우주의 주관자였고 의사이자 왕이었다.

거대한 정신병원에서 자란 작가의 유년시절부터 혼란스러운 청소년기, 청년이 되어 집을 떠나기전까지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요하임은 선생님에게는 골칫거리, 가족에게는 시한폭탄이지만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가졌다.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이해받지 못하던 요하임이 공교롭게도 세상이 정신질환자라 부르는 완두콩 왕자페르디난트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세상에서 격리된 이들이 응집된 곳에서 요하임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운다. 환자가 아닌 어른들은 요하임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사실 아버지나 어머니, 선생님들도 요하임의 눈에는 환자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았다.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가? 이 작품 전체가 정상성에 대한 질문이자 유쾌한 풍자인 셈이다. 편견없는 시선으로 인간의 면면을 바라봤던 요하임.

나름대로 이해하려 애썼던 요하임이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가족을 냉담하게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자신조차 정신병원의 환자들을 낯선 존재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요하임이 집을 떠났다가 아버지의 죽음이 가까워지자 정신병원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을 잃고도 추한 욕망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곁으로 어머니는 이제 막 구축한 새 삶을 허물고 온다. 오랜 세월 배신한 남편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본다. 이 모습은 인생에서 부모님과 함께한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간직된다.

아버지가 떠난 뒤, 폐쇄를 앞둔 정신병원을 거닐며
새삼 자신이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그들의 무절제함과 끊임없는 소란, 너무나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던 그들의 일상적 광기. 한 세계의 상실을 애도한다. 한때는 부정했던 자신의 유년과 화애하면서 비로소 벗어난다.

자전적 삶을 그린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통해 삶의 통찰을 얻는 경험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까마귀인줄 알았는데 검은지빠귀였다. 책표지처럼 재기 발랄하기도 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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