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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6년 2월
평점 :
#구원에게 #정영욱 #부크럼 #도서협찬 #에세이추천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잘잘잘의 작가님 신작 서평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읽다가 내 생각에 빠져드는 거 아닌가..였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손에 놀아 나는데 반면 산문은 매번 내 기억을 끄집어 내고 헤쳐 놓는다. 좋은 기억이건 슬픈 기억이건. 분명 작가님의 이야기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산문이 주는 맛은 맵고, 달고, 쓰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작가님의 글에서 위로받고 감동받은 애독자 들은 생각할 것이다. 내 얘기 같고, 내 얘기는 아니지만 공감가는 이야기들에서 밑줄 긋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을수록 이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구나..또는 아픔도 진솔하게 고백해서 내가 힐링받는구나하고.
예를들면, 어릴적 친구의 다마고치를 훔쳤던 일, 좀도둑처럼 무언가를 훔치고 들키면 수습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여겨져 더는 남의 것에 손대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훔치는 작가가 되고 만것이 아닌가. 그리고 기억으로 남은 아버지의 훈육, 만약에 본인에게 가해진 폭력이었다면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지금은 '사랑의 매'라는 존재 자체가 용납이 안되는 세상이다.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이라 불리며 애틋한 감정으로 재해석되는걸 봤다. 포장되고 관대해진 추억도 조작된 기억도 상실 앞에서는 어쩔수가 없더라. 아니라고,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고 해봐야 이미 없는 사람을 나무라기보다 그 기억을 간직한 사람을 모욕하는거 같아서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만큼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이 또 있을까. 그러니 기다림도 클수밖에 없다고 본다. 미련은 미련맞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는 정말 어떤 인물이었을까. 세상의 반은 부정, 나머지 반은 환멸인 사람. 또 그럴수 밖에 없다고 본다. 주변에서 발생했던 일들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수에게 애정은 네네와 치킨이라는 고양이뿐인가. 아니다. 수와의 만남, 사랑은 특별해보인다. 일단 사람이 특별하니까. 박멸에 동참하기로 하고 왁싱을 선택하거나, 귀가길 전화를 받아주는 일. 쉬운것 같지만 쉬운일이 아니다. 연민과 다정을 품게 하고 홀연히 날아가 버린 무책임한 사람에게.
언어를 해독해야 하고 표현을 해석해야 알 수 있는 수다. 수는 왜 끝끝내 자신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출간된 에세이 중에서 가장 사적인 기록이 아닌가 본다. 사람과 삶과 사랑의 이해를 향한 회고록으로 이해받지 못했던 사람을 향해 오직 이해했던 단 한사람의 기록이 아닐까. 수 뿐만아니라 죽음과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오었던 비, 비도 독특하다. 선물은 써야 한다던. 그래서 비의 말처럼 써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 그것이 바로 사랑이고 글이 되어 산문의 시작점이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닮아가던 비. 사랑을 하면 그를 닳는다. 아니, 사랑을 하면 내가 닳는 것이다.
비의 이야기는 내게 버겁다. 질투를 유발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다. 요즘 세대의 자유분방함에 당황스럽다. 사랑과 다정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추락해 갈때쯤 손을 내밀어 준 구원. 원이다. 산문의 제목이 구원인걸 보면 사실상 주인공이 원인가 싶다. 사랑과 비극을 동시에 꿈꾸는 얄팍한 심경을 결핍이나 우울로 치부하지 않을 사람, '안녕을 바란다'는 문장을 시작의 의미로 해석해 줄 사람. 그래서 편지를 받고 슬프다는 원에게 사랑에 빠진다.
원의 이야기는 책으로 확인하기 바란다. 다 알려주면 재미없으니까. 딱히 반전은 없다. 아버지의 훈육으로 느꼈던 작가님의 아버지. 뺨을 맞았다는 대목에서 갑자기 화가 났다. 가난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은 마음이 가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믿음..속상하다. 부모님과 지인들의 이야기가 사랑이야기보다 더 와닿는다. 이번 산문에서 사랑은 그럭저럭 공감했다고 해야할까. 참고로 나는 60대다.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세상에 그 사람이 없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진다. 목숨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 난 이걸 사랑이라고 여기고 산다. 젊은 사람들의 연애관, 가치관은 존중한다. 구원에게 보내는 정영욱 작가님의 신간을 통해 이 시댕디 사랑법을 또 배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