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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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등뼈가마지막에남는다 #샤센도유키 #블루홀식스 #서평단

신비로운 책표지와 책의 등뼈가 만져지는 책이다. 예전에도 이런 책을 봤는데 이번 만큼은 책 제목과 어울린다. 제일 먼저 생기고, 마지막에 남는 책의 등뼈 이야기..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왜 종이책이 금지됐는지 모르는 작은 나라. 이 교만한 나라는 책을 전부 불태웠으면서 이야기는 포기하지 않았다. 종이 대신 선택된 건 인간이다. 이야기를 올바르게 전하지 못하면 산 채로 불태워진다.

눈이 지져진 열은 사악한 책일까. 여행자는 비로소 그런 생각을 한다. 책이란 대체 뭔지 알고 싶은 여행자에게 열을 만나 보라고 했다. 열은 오늘 밤 중판을 앞두고 있다.

열은 중판의 명수다. 분서를 당할지 말지 오늘 밤 결정되는데 몹시 태연자약한 열이라 현실미가 없다. 기왕 왔으니 이야기를 들려 주겠다고 한다. 인기있는 가구야 공주를 들려준다.

중판의 시간이 되었다. 열이나 소녀, 둘 중 하나는 불태워진다. 세상 모든 지식을 포함해 모든 책을 망라한 교정사가 중판의 심판이다. 중판을 개시하고 여행자는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본다.

과연 누가 살아 남을 것인가? 새장에서 자행되는 심판은 쇠창살에 유린당하고,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불은 꺼지지 않는다. 뼈만 남을 때까지 새장은 불길 속에서 붉게 빛난다.

여행자는 편집자다. 책에 집착하는 자를 경멸하는 이 나라 특유의 호칭이다. 폐가 없는 책은 종이로 만든 서적을 가리키는데 그곳에서 왔다. 책이 당연하게 존재하는 나라에서 태어났다.

중판을 가리는 <백행 공주>는 우리가 다 아는 백설 공주 이야기다. 독사과를 누가 먹였는지, 그 나라가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지 아닌지도 안다. 하지만 결과는 언변에 참담하게 잡아먹힌다.

이 나라가 유지되는 이유..끔찍하다. 하지만 잃어버리면 견디기 힘들 그 기적이, 뼈조차 없는 그토록 약한 물건에 담겨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폐가 없는 책이 좋다.

충격적인 첫 번째 이야기가 표제작이다. 인간이었다가 동물로 탈바꿈하고 공동체 삶을 사는 이야기 <죽어도 주검을 찾아줄 이 없노라>는 인간의 숙명을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그동안의 변신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침내 구이나가 마주한 진실때문에 더 충격 먹었다.

사냥꾼에 쫓기는 케이주와 리리사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케이주의 이야기 <도펠예거>는 라이커스에자신의 의식 모델을 인스톨해 끔찍한 폭력을 가하는이야기다. 비참한 말로는 덤인가. 우리는 보여지는 모습으로 판단한다. 숨겨진 폭력이 자신을 향하고 있진 않은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지..라고 했던 대사가 떠오르는 <통비 혼인담>은 목의 거미줄을 통해 통증을 넘겨 받는 통비 자쿠로와 현란사 구자쿠의 이야기다. 끔찍하고 잔혹한 이야기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 내가 통비가 될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없지만, 구자쿠만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무 조짐없이 한 사람에게만 비가 내리는 기묘한 현상을 다룬 <금붕어 공주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금붕어 공주는 누구의 이야기인지 궁금할테지만 이런 황당무계함 앞에서도 인간은 물 속에서 살 수 없을까 고민해 본다.

그리고 다섯 편의 단편에서 아름다운 여자는 다 비극으로 끝나는가. 예외는 없다. <데우스 엑스 테라피>
역시 베케이션을 떠나 비극 속에서 스러진 죄 없는 사람을 구하는 로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예쁜 얼굴의 작가에게 사악함이 느껴지는 결말이다.

모두 일곱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샤센도 유키의 이야기는 이런 상상이 가능한가 싶게 처음 느끼는 맛이다. 특히 마지막 <책은 등뼈가 제일 먼저 생긴다>는 눈을 지진 집행관도 벌벌 떨게 만든 열과 서점 아이 도지의 이야기다.

모든 이야기가 작가에 의해 창조되었듯이 소설속 이야기도 재창조된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끝을 아는 이야기보다 숨은 이야기에 더 열광한다. 열이 말한 한마디가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P281
들려줘야 할 이야기가 있는 책은 절대로 불에 타서 사라지지 않아

비블리오마니아 샤센도 유키 작가님의 독특한 매력에 포로가 되고 말았다. 작가의 인내와 끈기도 재능이다. 재능이 담긴 샤센도 유키가 바로 장르다. 작가성이 확실하게 담겨있는 책임을 증명하는 책이라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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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탕후루 묵시록 저스트원아워(JUST1HOUR) 5
홍락훈 (저자) / 에이플랫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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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묵시록 #홍락훈 #에이플랫 #리디

탕후루에 박힌 해골을 보니 다시는 탕후루를 맛있게 먹기는 힘들겠다. 왜 탕후루 묵시록 인지 궁금하니까..전자책이라도 들어가 보겠다.

단군신화의 환웅 등장. 환웅은 진성 퍼리 furry 마니아였고 곰이든, 호랑이든 퍼리와 결혼하고 싶었다.
프렌스폼 머신에서 사람과 동물의 비율 50퍼센트에서 합의를 보자 사람이 되고 싶던 호랑이는 런을 쳐버리고, 21일후 곰을 꺼내보고 환웅은 실망한다.

그냥 인간의 얼굴..천계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보니 원하는 50퍼센트 변형 모델로 달성했다는 대답뿐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곰에게 화가난 환웅은 화풀이를 한다. 이에 곰도 펀치를 날리는데..앗
외모는 사람의 모습이지만 내용물은 곰자체였다.

곰은 순정을 망친 환웅의 얼굴을 때린다. 곰이 사랑하던 환웅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환웅을 반쯤 죽여놓고 다리를 질질 끌고 혼인신고를 하러 간다. 호랑이는 풀숲에서 이 모습을 보고 죽은 헥토르를 끌고 가는 아킬레우스 같아서 눈물을 흘린다.

<발광! 이야기 단군신화!>를 시작으로 김유신의 이야기 <닫는 노래는 신라의 달밤으로>는 말이 말을 하는데..하는 말마다 주옥같은 말에 유신이 석별의 눈물을 쏟는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노르드 신화에서 오딘이 다스리는 아스가르드의 거대한 저택, 전사들이 죽은 후 가는곳 발할라 V-alhalla
의 이야기는 전쟁의 신 로키, 신 중의 신 오딘, 천둥의 신 토르 이야기로 이어진다.

얼추 게임같은 이야기는 좋았다. 탕후루는 그러니까 탕후루는 추종자를 탕후루로 만드는 창조주는 뭐랄까 선을 넘었다. 인간 탕후루는 맛있을까. 세례를 받은 나로서는 찝찝함이 느껴지는 기상천외한 묵시록이다. SF 판타지 초단편 좋아하시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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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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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우리집도아니잖아 #현대문학 #이벤트당첨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댓글 이벤트가 있었다. 나에게 집이 의미하는 바는 언제나 좌절이고 슬픔이었다. 전세사기도 당하고, 친구에게, 점쟁이에게 속아 집을 날린적도 있다. 특히 점쟁이는 "너 거기 들어가면 죽어. 목매고 죽는다고..." 이런 말까지. 다른 사람들은 점쟁이 말을 믿느냐, 귀가 얇다 하지만 그때는 누가 건드리면 바스라질듯 아주 약한 멘탈로 살던 시절이라 믿고 싶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날린 집이 두 채다. 이불킥을 할만큼 억울하고 말도 안되는 짓을 경험했고, 내 이름으로 집을 사면 죽는다는 말에 내 명의의 집이 없다. 어차피 돈도 없고..대출받고 집사고, 대출금 갚느라 집날리는 짓도 해봤으니 집은 나에게 웬수다. 그렇다고 너무 불쌍하게 생각지 마라. 집은 없어도 난 지금 행복하니까.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의 책표지를 보면 건물이 뒤집혀 있다. 집 때문에 속도 뒤집히는 이야기일 것만 같다.

애완동물 사육 불가_김의경
VR홈투어에 나오는 집들을 구경하는 언니는, 개를 키우고 길고양이 밥을 준다는 이유로 주인과 갈등을 빚고 이사를 권유받고 집을 알아보는 중이다. 언니는 쌍년이 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라는데...작가 노트, 건강히 잘 지내시나요? 가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작가님의 개를 가족으로 인정해준 단 한 명의 고마운 집주인이셨다. 개아들과 함께지만 반려동물을 싫어하는 입장에서는 아니올시다 일수도. 인정은 하지만 삭막함에 서러움은 더 커진다.

평수의 그림자_정명섭
문득 사람들의 그림자가 이상하다고 느낀 김대리. 아파트가 어떻게 사람의 그림자가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그 그림자를 볼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최우수 고객인 회장님의 그림자에 놀라는데...그림자로 저울질하는 김평수 대리는 속물로 변해가니 좋은 능력은 아닌걸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느 대학 나왔냐고 묻거나, 어디 사냐고 묻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상대방의 가치 판단의 기준은 확고하면서 자신의 인격은 모르더라.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_장강명
한 달 전쯤 희정은 온라인 쇼핑으로 '트램펄린 스텝박스'를 사서 딱 하루 운동했는데 다음 날 현관문에 메모지가 붙는다. 그뒤 301호 커플의 소형차에 문자를 보냈는데...301호에 모인 여덟 명은 전세 입주자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가게 되어 알게된 날벼락같은 피해 사실. 고스란히 대출금만 남은 현실에 피해자들은 연합체를 만들지만 지리한 싸움에 자살, 이혼을 한다. 마빈 히메이어를 떠올리는 주인공은 아무것도 할수없는 안타까운 전세사기 피해자일 뿐이다.

밀어내기_정진영
결혼을 앞두고 신축 아파트 단지에 신혼집을 마련한다. 결혼 초부터 빚지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 아내와
같은 생각이지만 그 외엔 모두 엇갈려 심각한 감정싸움으로 번지는데...2년 연장의 계약에 안도해야하니 A가 현명해 보이기는 하다. 부동산 시장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전세 보증금 올려주기 바쁘고 타이밍을 놓쳐 끌려다니는 신세가 된다. 전세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쫓겨난 적도 있고 경매를 받은척도 있다. 오롯이 혼자만의 지옥뿐, 치고받고 싸울 동거인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베이트 볼_최유안
집을 찾는 나에게 봉성 씨가 세운 기준은 주차장, 대단지, 브랜드다. 세 가지 조건이 잘 갖춰졌음에도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서 선생이 소개한 중개업자는 계약을 밀어부치는데...배에서 내리게 일조한 한정아의 이야기와 맞물려 전개된다. 작가는 한 번도 집을 가져본 적이 없고 아직도 살 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계약서를 보는 시선을 통해 집을 구하는 일이 고통임을 표현했다.

소설을 쓰는 내내 화를 억누르느라 힘들었다는 정진영 작가님의 밀어내기 속 대사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다. 작가 노트를 보고 서두가 길어졌다. 소설이지만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다보니 하필 내가 겪은 고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집에 대한 키워드로 다섯 명의 작가가 말하는 전세사기, 전월세, 반려동물, 계약서, 이사 이야기는 내 집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현실을 그렸다. 다섯 작가의 앤솔러지를 기획한 장강명 작가님은 전모를 보지 못하고 해답을모르더라도, 정직하게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밝힌다. 그래서 더 소설같지 않은 이야기다. 아마도 현실은 더 빡세고 몇배는 더 고통스렵지 않을까.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 집이 있어 살아진다. 내 집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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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완전범죄연구(2025마주) - 블랙레이블 시리즈 블랙레이블 시리즈
프리키 / 책보요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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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연구 #프리키 #블랙레이블시리즈4 #전자책

프리키 작가님이 보내주신 메일과 씨름하다가 또 딸내미가 해결해줘서 읽었다. 역시 나는 종이책이 좋다는..사요 노의 추리소설 작품을 오마주한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늦여름 한낮, 서울과 양평을 잇는 한적한 국도. 순경 이동훈은 이상한 차량 행렬이 다가오자 놀란다. 차량에 탑승한 네 명의 여성이 벌거벗고 있다. 운전석에앉은 남성은 놀란 기색없이 마네킹이라고 한다. 김성일 회장님의 별장에서 열리는 파티용품이라고.

본인은 '마네킹 인형극'의 물품을 운반 중인 이벤트 회사 직원이라고 한다. 동훈은 남자의 면허증을 보는 척하며 잠시 고민한다. 막말로 마네킹인데 정원 초과도 아니고. 첫 번째 차량을 꼼꼼하게 확인한 후 나머지 두 대도 통과시킨다.

그날 밤, 마을 이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접수된다. 폐교된 공터에 형사과 동료와 확인한 동훈은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오늘 검문한 마네킹과 똑같은 마네킹의 왼쪽 손목에 사람의 피가 말라붙어 있다. 추적해보니 받은 명함도 차량도 다 가짜다.

며칠 뒤, 동훈은 또 다른 신고를 받는다. 마치 마네킹처럼 자세가 완벽히 고정된 채, 눈을 뜬 채로 죽어있는 여자는 진짜 인간이었다. 시신의 지문을 조회한 결과 얼마전 실종 신고된 은행원 한미호로 밝혀진다.
횡령 혐의로 조사받다 행방불명되었다.

동료에게 들은 수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이벤트 회사 직원이라고 속인 운전자는 모 인신매매 조직의 운박책이었다. 실제 피해자를 실리콘 마네킹 사이에 끼워
운반했다. 그날 밤, 야간 당직이던 동훈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든다. 창밖 누군가 서 있다.

경찰서 의뢰로 인신매매 루트 추적에 참여한 양석도.
자책하는 동훈에게 위로하고 그날의 CCTV 영상을 확인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김회장이 비자금 문제를 막기 위해 마네킹 사건을 벌이고 죽은 한미호는 김회장을 협박하다가 살해되었다.

운전자가 자신의 고백을 유서로 남기고 자살하자 수사는 마무리에 접어든다. 운전자는 자신이 제거될 것을 예상해 자살아닌 자살을 택했다. 자신의 유서를 이용해 진실을 교묘히 왜곡하려는 정교한 함정이었다. 마네킹 사건도 그의 조작극이다.

그리고 동훈에게 배달된 운전기사의 머리가 든 택배. 끔찍하고 이상한 결말로 끝나는 이야기는 모두 여섯 편이다. 동 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서로 얽히고 설킨 인물들이 완전범죄로 은폐하기 위해 공작을 펼치게 되면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 위에 더 한 놈이 등장하면서 반전을 거듭한다. 프리키 작가님의 기발한 발상에 재탄생한 완전범죄연구가 아닐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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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력 (스프링) - 하루의 위트를 키우는 일력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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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력 #가벼운고백 #김영민 #김영사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선보이는 일력 <드립력>이 출간되었다. <가벼운 고백>에서 고른 365개의 문장이 365일 내 하루를 충만하게 해주리라.

<드립력>이 '책상 위 작은 예술 작품'으로 제작된 만큼 시선을 사로잡는 과감한 색체와 그래픽이 시선을강탈한다. 책상 위를 차지할 선물로 짱이다.

인생의 불완전함을 꿰뚫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사유, 세계의 진부함을 파헤치며 이면을 들추는 김영민식 위트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부조리와 경이를 담은 문장을 읽으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매일의 작은 깨달음을 쌓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명확한 판단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1월 13일
누구나 인생행로에서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산에는 두 종류가 있다. 산 그리고 산 넘어 산.
2월 13일
내게도 자제력이 있다는 증거로서, 가끔 음식을 남기곤 한다.

3월 13일
늘 메모할 준비를 해야 한다. 상념은 고라니처럼 튀어나온다.

4월 13일
옷이 구겨지면 삶이 구겨지는 것 같아. 그러나 잘 구긴 옷은 예술이 된다.

5월 13일
어려운 말을 하면 사람들은 화를 내지.

6월 13일
나무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혼자 있으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던데.

7월 13일
다들 강해지고 싶어 하지 않나. 강해지는 좋은 방법은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다. 강해진 다음에 상대를 용서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용서함으로써 강해진다.

8월 13일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훗날 이때를 그리워할 때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9월 13일
이 직업을 유지하는 한,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포기하지 않는 일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도 노력 없이 되지 않는다.

10월 13일
대답하기만큼 어려운 것이 질문하기다.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 명료히 알아야 한다. 구쳬적 대답이 가능한 질문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대답이 불가능한 수사적 질문을 하고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질문 자체가 곧 대답이 되는 질문을 하고 있는지. 첫째는 연구자들이 하고, 둘째는 정치인들이 하고, 셋째는 선사들이 한다.

11월 13일
<그래비티>에 장관이 있다면, 침착하게 자신의 생명 끈은 놓아버리는 조지 클루니의 선택이다. 매일 아침 마음의 훈련을 위해 죽음을 상상해온 세네카나 사무라이처럼, 그는 '놓는다'."사실 속으로 날 좋아해오지 않았어?" 장광설과 같은 그의 농담 혹은 진담은그 놓아버림과 더불어 비로소 합당한 의미를 얻는다.

12월 13일
오늘도 건강을 보살핀다. 아집들과 편견들이 죽어 묻힌 무덤 위에서 말할 계획이므로.

13일만 뽑아 보았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것도 있고,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글도 있다. 김영민 교수의 통찰과 해학이 담긴 글을 보면서 1년을 보낼 준비를 한다. 철학적 사고로 성찰이 담긴 가벼운 고백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고백이다. 하루의 위트를 키우는 드립력으로 새해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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