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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호라이즌 #배리로페즈 #북하우스 #서평단 #최강벽돌책 #지금까지이런책은없었다
어마무시한 두께에 놀랐다. 500페이상을 벽돌 취급했는데 무려 927페이지다. 역대급 가장 긴 장편일것 같다. 책표지는 푸른빛의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이다. 제목을 나타내는 그림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그럼 배리 로페즈의 최후의 역작 호라이즌 속으로 들어가보겠다.
열일곱 살의 배리는 세상과 직접 맞닿는 경험을 갈망한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에는 남자 동급생 열다섯 명과 두 명의 선생님과 함께 소형 피아트 버스를 타고 두 달 동안 서부 유럽을 돌아다닌다. 포르투갈에서 동쪽으로 달려 스페인과 프랑스를 지나고 알프마리팀주를 거쳐 이탈리아로 들어가 남쪽으로 로마까지 갔고, 그런 다음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서독을 거쳐 다시 프랑스 로렌에 도착했고 거거서 파리로 갔다. 칼레에서 도버 해협을 건너 도착한 뒤에는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갔다. 아일랜드에서 보낸 마지막 날,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부터 이탈리아의 황량한 브렌네로 고개까지, 십자가들과 다윗의 별들이 펼쳐진 아르투아와 피카르디의 묘지들부터 아일랜드 클래어주의 근엄한 모허 절벽까지 이른 이 여정이 절대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여행이 준 자극이 어떻게든 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식의 틀이 되기를 원한다.
이십 대 초반이 되었을 때 한 해 여름은 와이오밍주에서 말과 부대끼다가 또 다른 해에는 몬태나주 헬레나의 하계 간이 극장에서 보내는 식으로 살고 있었다.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마흔여덟 개 주 가운데 한두 곳을 제외하고 미국 전역을 차를 몰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유럽과 잉글랜드에도 다시 가고, 의붓아버지의 조상들 땅인 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에도 갔고, 첫 단편소설도 발표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수도 생활이 내 인생의 목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켄터키주에 있는 트라피스트회 수도원을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내 인생의 목적지가 아니었다.
이제 결혼도 하고 석사 학위도 받은 배리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문예 창작을 공부하기 위해 오리건주로 옮기지만 금세 환멸을 느낀다. 그 무렵 대학의 삶은 가정적 안락함을, 평범하게 일하며 사는 세계에 대한 의도치 않은 무관심을 의미하게 된다. 강의실의 삶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은둔적으로 느껴져 대학은 계속 머물기에 안전하지 않은 장소라 느낀다. 그 후로 더 많이 여행하기 시작하고, 구체적으로 미국 서부 전체를 거의 쉬지 않고 여행한다. 1970년대 초에는 집을 떠나 호주 노던 준주의 선주민들과 여행하고, 케냐에서 캄바족들과 화석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또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을 거슬러 올라가 남극의 퀸모드산맥을 넘고, 양쯔강을 따라 충청에서 우한까지 여행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바미안 계곡 암벽도 탐험하고 일본 북부와 중동, 남태평양도 여행한다.
처음에는 저널리스트로서 여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작가로서 미학적 의미뿐 아니라 윤리적 의미도 있다고 확신한다. 그 의무란 세계를 집중하며 경험하고 그런 다음 내가 본 것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언어로 옮기며 다른 나라에서 그 땅과 그 거주자들과의 경험을 통해 실제로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지에 관해 몇몇 불완전한 토막 소식들을 하나의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서 고향으로 가져오는 일종의 심부름꾼으로 여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호라이즌>이다. 익숙한 것의 경계를 넘어가 미지의 세계로 향하기 위해 끊임없이 길을 떠났고, 눈앞의 풍경을 보면서 기꺼이 경이로움에 사로잡혔으며, 길 위에서 만나는 낯선 것들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배리 로페즈가 머물렀던 수평선과 지평선 너머의 눈부신 세계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대서사시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현재에 대한 관대한 시각, 그리고 어둠속에서도 우리 앞에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전언이다. 여섯 장으로 구성된 장소를 따라 자연의 장엄함과 오랜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고, 인간의 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삶과 희망을 노래하고 깊은 울림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전한다.
아무리 한 장소를 여러번 찾아가도 그곳은 처음의 그곳이 아니다. 장소는 항상 변화하고 모든 장소는 그 깊은 본성상 투명하지 않고 불명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처음에 썼던 글에 담긴 것과 다른 진실을 잦을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였다. 이처럼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글을 쓰는 즐거움을 함께 느끼며 완성된 책이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