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
최해린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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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된영웅은없다 #최해린 #슬로우리드 #서평단

하비에르 바르뎀의 단발머리가 부담스러웠던 범죄 스릴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떠오르는 제목이다. 책표지의 머리도..미인이나 천재처럼 영웅도 박명하는가? 노인이 된 영웅이 왜 없는지 들어가 보겠다.

크리스마스, 강결은 하이저널 본사에 도착한다.4층의 사회부 회의실 길예나와 구보라 기자가 와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두 번째 면접관없이 예나의 발표가 시작된다.

구보라는 길예나와 비교해 면박 줄 예정인지라 강결은 공개적인 모욕에 적개심이 든다. 모두 강결이 제출한 종이에 눈을 떼지 못한다. 바로 사임당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임당은 왜 늙지 않는가?

1973년에 지구로 내려온 사임당은 50년 넘도록 하나도 안 늙었다는게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는다. 결의 발표가 끝나고, 보라는 평면적이고 안일한 기사는 지라시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는다.

정시에 도착한 정혁모에게 예나의 기획서를 넘긴다. 보라는 하이저널이 삼류 타블로이드가 되는 꼴은 못 본다고 한다. 결도 더러워서 제 발로 나간다고. 예나는 그런 결을 잡고 일 관두지말라고 한다.

결은 유미란 편집장 사무실을 찾아 기획안을 내민다. 미란은 결의 기획안에 구미가 당기지만 뜸을 들인다. 이에 결은 속마음까지 내질러 막나간다. 처분을 기다리는 결에게 지시를 내린다.

서류상 인터쉽에 떨어진 상태라 하이저널 소속은 아니고, 공언한 대로 대박이 날 만한 기사라면 특집기사를 얻게 될 거고, 인재 영입이라는 핑계로 정기자 자리를 꿰찰 거라고. 대신,

사임당을 털었는데 먼지 한 톨조차 안 나온다면, 없던 얘기로. 이십 대의 마지막을 바쳐 파헤칠 게 생겼다. 이제 몰두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았는데, 잠시 외부인 취급받는 것 따위 대수도 아니다.

사임당을 만나야 뭔 기사를 쓰든 말든 할텐데 만날 길이 없다. 타임 라인의 귀재 송정민에게 도움을 청해본다. 정민 역시 1973년 4월 충남 한 마을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등장해 한국인을 돕기로한 외계인.

훗날 오만 원권의 주인공이 되는 신사임당의 당오를 차용해 자기 활동명으로 쓴 사임당을 읊는다. 결은 자기 앞에 불러낼 방법을 묻고 정민은 인터넷 카페 '세이브당'의 게시글을 내민다.

결은 사임당을 불러내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 혈세 빨아먹는 성형괴물 사임당'으로 기사를 공표할 수 있을까? 사임당의 구린 뒤를 캐겠다고 저지르는 계획은 너무 터무니없고 무모한 게 아닐까.

사임당 인성 뭐냐? 자신을 공격하는데 이토록 친절하다고? 바본가? 그런 사임당에게 고통을 주는 결은 악마야 뭐야? 사임당이 지나치게 빛나서 죽이고 싶다니..사임당은 또 왜케 약한거야?

뭐 슈퍼맨도 슈퍼걸도 약점은 있으니까. 영웅이 있으면 악당도 있는 법. 괴물도, 군인도 나오는데 판타지일지, SF일지 헷갈린다. 결의 엄마 천경미 여사까지 합세해 사임당을 둘러싼 음모에 가담하게 된다.

취재 하나 하려다가, 사건이 점점 커진다. 목숨을 담보로 한 사임당 취재는 국가와 군, 프로젝트 인면조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결은 본래 취재에서 벗어나기도, 또 들어맞기도 한다.

이십 대의 끝자락에서 발버둥치는 결의 운명과 사임당의 운명, 여기에 숨겨진 과거의 소유자 천경미여사의 운명까지도. 타인의 화를 돋우는 천부적인 재능의 결이 능력발휘해 착한 척을 하기로 한다.

소설은 한마디로 히어로물이다. 밉상인 결도 경미 씨도, 우리의 유리 씨도. 난 왜 노병은 결코 죽지않는다. 사라질 뿐이다..가 떠오르는 건지. 지금까지 읽은 소설과는 다른 방대한 세계관의 색다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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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 - 제13회 브런치북 소설 부분 대상작
이수민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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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맛있는걸먹으면 #이수민 #은행잎3기 #은행잎서재 #깜짝서평단

은행나무 깜짝 서평책은 이름처럼 음식과 일상에 대한 다정하고 환한 이야기다. 에세이일 줄 알았는데 소설. 어떤 내용일지 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서 읽어 보겠다.

이래서 소설이구나..했던 <파리에서의 보물찾기>다. 운명적인 만남이란 이런 거겠지? 머나먼 타국에서 벌어지는 찰나의 순간 이루어진..불꽃처럼 환상적인 로맨틱한 이야기. 파리의 크루아상 대신 파리바게트 크루아상이라도 먹어야하나.

카카오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에서 문학 부문 대상을 수상한 원작 <파리에서의 보물찾기>늘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가의 첫 소설 작품이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김치전 뚝딱 부쳐먹고, 성질나게 만드는 인간에게 마음을 다친 날에는 달달한 바닐라 라떼로 달랜다. 소설이라 그런가? 세계 곳곳을 누비고, 그에 따른 음식과 이야기는 무궁무진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방금 만든 에그타르트는 어떤 맛일까? 갓 구운 에그타르트를 맛본 적이 없다. 100번째 손님에게 주는 축복같은 선물의 주인공. 소설이라도 부럽다. <리스본행, 에그타르트> 낭만적인 도시 포루투칼 리스본에서도 타르트를 먹겠지.

내면의 소리에 이끌려 찾는 <비 오는 샌프란시스코, 오렌지 초콜릿 컵케이크>는 눈물 터지는 이야기다. 슬픔이 아닌 감동의 눈물..오렌지 초콜릿 컵케이크는 아는 맛일 듯 하지만 특별상을 받은 맛은 어떨지.

여름휴가 때 구매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라운지체어와 아내의 전자동 커피 머신 이야기 <코펜하겐 라체어와 플랫 화이트>는 완벽하게 행복한 이야기다. 라운지체어 가격은 정말 어마무시하다.

애프터눈 티에는 스콘과 휘낭시에 인가, 아님 레몬 타르트와 마들렌일까. < 오후 3시 30분, 런던의 애프터눈 티세트>는 준과 제임스의 운명적인 만남을 보여주는데 런던은 맑음일 것만 같다.

<제주 바다의 결혼식과 꽃향기 나는 강릉 카페의 커피>의 유채꽃 향기 가득한 제주를 못 가봤다.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결말로, 커피향 가득한 이야기다. 15편의 이야기가 꼭 해외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다.

한강공원의 치맥도 포함된다. 설레는 여행지,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 특히 커피를 마시며 먹는 갓 구운 빵과 디저트를 좋아하는 작가이다 보니 갓 구운 빵냄새가 책속에 가득하다.

분명 소설인데,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낯설지 않다. 머나먼 곳의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들을 바로 내가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위로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 뜨거운 눈물과 따뜻함을 느꼈다.

내가 이런 다정한 이야기에 목말렀었나? 언젠가 푸드에세이를 쓰면서 음식을 떠올리면 그에 따라 같이 솔솔 고개를 드는 추억들을 끄집어내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음식 하나에, 추억 하나.

그동안 읽은 골고루 먹고 가시게나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처럼 공포 소설을 많이도 읽긴 했었다. 15편이나 맛있는 것을 나누고 보니, 행복감에 배가 부르다.
배부르고 등따시면 행복한 거고.

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하다..엄마 생각이 난다..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나처럼 책을 읽은 독자들도 그럴까? 엄마의 김치만두와 수수부꾸미, 약식과 수정과에 침이 고인다. 엄마 총각김치 하나면 밥 한 공기 뚝딱인데..왜 엄마가 보고 싶을까.

역시 음식은 추억이고, 추억은 다시 못 올 지나온 과거이기에 나도 소설을 쓰고 있나보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기다린 아프지 않은 소설이라 하지만, 난 좀 아프다. 구멍이 생겨서도, 늙어서도 아니다.

행복하고 다정한 이야기의 끝이 소설이지만, 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못난 딸이기에 그렇다. 이런 고백을 끝으로 끝맺음을 하려니 부끄럽지만 뭐 사실이니까. 다른 사람들은 행복 충만하길 바란다. 따뜻한 이야기와 함께 다정함도 듬뿍 마음에 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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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 106동 101호
천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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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106동101호 #천유 #팩토리나인 #미스터리소설 #서평단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초인종을 눌러대는 아랫집 할머니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준비하고 있는 채아는 불안 장애를 겪는다. 남편 대한은 관히 실랑이하지 말고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둘은 이튿날부터 1층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채아는 친구 영미가 솔숲아파트 106동에 급매가 나왔다고 전하자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방문 한다. 확장 공사 덕분에 실평수보다 훨씬 커 보인다.

이사 온 지 한 달. 전 주인 김영진은 주소지 변경을 안했는지 택배가 네 번이나 온다. 채아와 마주친 영진이 오배송된 택배를 찾으러 왔다며.. 잘 살고 계세요? 라고 묻는다.

그날 밤 채아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겨우 잠이 들면 악몽이 들이닥친다. 하지만 악몽보다 더 오싹한 것은 잠결에 느낀 냉기다. 그건 수많은 밤의 무수한 뒤척임을 예고하는 아주 작은 시작일 뿐이다.

예민하다는 핀잔을 들을까 두려워 대한에게 입도 떼지 못한 채아는 홀로 느끼는 형체 없는 냉기와의 동거에 점차 생기를 잃고 쇠약해져간다. 그렇다고 또 다시 이사를 감행할 순 없다.

친정에 갔다가 들들 볶이다 쉬지도 못하고 돌아온 채아에게 경비원이 조심스레 물어본다. 혹시 제사 지냈냐고. 자꾸 향냄새가 올라온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말에 집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채아가 층간소음 피해자 커뮤니티에서 만난 준휘는 솔숲아파트 106동 101호에 관심이 많다. 무엇이 그들을 쫓아내는지, 그들은 정말 무언가를 보긴 보는지. 대개가 여자, 누군가의 아내였다.

준휘는 짐작 가는 바가 있지만, 증명할 수 있다는 별개의 문제로 실체가 손에 잡힐 때까지 지켜봤다.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가족은 얼마나 버틸지 떠올랐다. 예전 취재원이 올 줄은 몰랐지만.

채아는 놀러온 영미로부터 뜻밖의 말을 전해 듣는다. 집이 이상하다고. 영미랑 용하다는 타로점을 보러간다. 숫자를 더하면 9. 가족이 완성되지 않고 미완으로 남기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여자가 잘못된다고. 무시 못 할 예언에 따른 경고처럼 들린다. 단지 카드만 보고 나온 점괘를 믿고 집을 나와야 할까? 이미 답은 나와 있지만 채아의 선택이 궁금하다.

누나 수연의 죽음을 겪은 준휘는 채아가 누나의 이미지와 겹쳐져 숨이 막혀온다. 그리고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는 채아 역시 준휘가 자신과 그리 엮일 줄이야. 오컬트 호러로 시작했다가 미스터리 심리 소설로 끝나는 소설이다.

급매는 급똥 만큼 위험한 것일가? 큰 위기를 참고 견디면 광명을 보겠지만, 찰나의 순간 지옥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급매건 급똥이건 정확한 진단없이 뛰어들면 안된다는 결론이다.

집값 떨어지게 만드는 요소를 만들어 급매물로 착취하려는 인간이 귀신보다 무섭다. 나도모르게 동, 호수 합을 계산해 보았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한번쯤 나처럼 해보지 않을까. 부동산 '급매'라는 글자도 다시 보일 것만 같다. 흥미진진하게 빠르게 읽히는 페이지터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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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선인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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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선인 #김호연 #소설추천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예전에 김호연 작가님파기를 했던..신간이 출간되어 기쁘다. 책표지에 남산타워도 보이고, 사람들도 보인다. 이제는 세계적인 작가님이 되신 작가님의 여덟 번째 작품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신께서 지어준 이름은 가브리엘, 성스러운 가브리엘을 줄여서 성갑..성갑은 자기 집 변기 물이 샌다고 수리를 요청한다. 철물점이지만 변기도 뚫고, 전등도 갈고 열쇠도 맞춰야 겨우 점포를 운영한다.

김재근은 연장을 챙겨 가는데..놀랍게도 같은 빌라 옆 동이다. 철물점 김씨로 살아온 17년, 삶이란 죽지 않는다면 지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자칭 천사' 성갑은 여전히 잊을 만하면 찾아와 물건을 사거나 사소한 동네 정보를 묻다 가곤 하는데..

진열대 구석에 처박혀 있는 낡아빠진 상패를 꺼내든다. 민망함이 차오르는 재근은 부러 냉담하게 대한다. 제1회 서울 의인상 수상자 김재근. 성갑은 옛날 기사를 스크랩한 이미지를 들어 보인다. 의인상 수상하고 나서 경찰 된 게 완전 판타스틱하다고.

재근은 누군데 뒷조사를 한 건지 묻는다. 타락한 도시 서울을 멸망시키러 온 천사라는 성갑은 아직도 의인이 남아 있는지 마지막 체크를 하러 왔단다. 5백만 원 짜리 멍키스패너를 결제하고, 의인상 수상자를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의인 여덟 명 다 확인하면 4천만 원. 일단 한 명만 찾아보라며 명함을 주고간다. 무슨 개수작인지 모르지만, 애송이 녀석이 돈 몇 푼 준다고 휘둘릴 순 없다. 오랜만에 가족 외식을 감행한다.

아내는 재근과 다투고 집을 나간 아들 도준얘기를 꺼낸다. 축구 유망주로 자랐으나 십자인대 파열로 프로구단도 대학도 갈 수 없게 된 아들은 허송세월을 보내고, 아들도 재근의 충고로 충격을 받는다.

재근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로 아내의 생일에 불참한 아들과의 사건 이후 소통을 포기한다. 유치장에서 재회한 아들은 피해자 측과 합의하지 않으면 검찰로 송치될 위기다. 합의금은 4천만 원.

어째 딱 맞아떨어지는 금액이다. 재근은 성갑에게 전화해 선금을 요구한다. 서울에 없는 사람은 신경 쓰지 말라니 어쩌면 일이 수월할지 모르겠다 생각이 드는 재근. 그깟 의인 찾기 정도는 껌이지 싶있는데..

서울을 소돔과 고모라에 비유하고 지금 의인이 없다면 멸망시킬 거라는. 의인을 못 찾으면 멸망한다니.
재근은 형사 시절의 수사 기법을 떠올리며 행동 방침을 정한다. 재근은 의인상 수상자들 중에서 의인을 찾을 수 있을까?

아무리 서울에 의인 하나 없을라고? 더군다나 의인상까지 받은 사람들인데..돈을 마저 받으려면 찾아야한다. 서울이 멸망하거나 말거나. 의인 찾기에 돌입한 재근과 의인을 못 찾으면 멸망하게 될 서울.

과연 재근은 의인을 찾을까? 성갑은 천사가 맞는 거 같은데..천사가 있다면 의인도 있지 않을까? 의인을 찾는 일은 재근에게도 타락한 의인으로 살아온 인생에 영향을 줄 것만 같다.

재근의 과거와 성갑의 정체. 모든것이 계획대로 절차를 밟은 불행이었다니 재근이 불쌍하기도 하고, 성갑 또한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복수극에 입을 못 다물겠다. 처음부터 재근은 퍼즐의 일부가 아니다.

개량한복 입은 성갑이 진짜 천사가 아닐지라도, 악마새끼는 진짜 있다. 권력이 만든 괴물 악마. 벌을 내리는 신도. 재근의 마지막 기도에 나도 모르게 아멘이 나왔다. 김호연 작가님의 이번 신작도 180만 부 가자. 그리고 벌받고 싶지 않으면 죄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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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사계절 - 고양이와 함께 쓰는 필사의 시간
김규범 지음 / 깊은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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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사계절 #김규범 #북오션 #인문학 #서평단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책..<사유의 사계절>은 읽고 마음에 드는 한 문장에서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읽기보다 쓰기를 택한 필사 책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문장을 찾아 옮겨 적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사유의 사계절인 만큼 사계절의 흐름에 얹은 인간의 삶을 각각의 계절로 설정해 독자 스스로의 사유를 이끈다.

봄은 '자각의 계절'이다. 애써 무시해온 감정과 처음으로 마주하며 지금의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묻는 시간이다.

여름은 '관계의 계절'이다. 타인과의 대면을 통해 마음 온도가 변화하며 나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가을은 '성찰의 계절'이다. 상실과 변화 앞에서 스스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시간이다.

겨울은 '책임과 귀향의 계절'이다. 더 이상 밖을 향해 애쓰지 않고, 고요 속에서 새로운 걸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기준 세우기, 관계 속에서 기준 시험, 기준 붕괴의 성찰, 책임과 재구성으로 정의하고, 겨울을 끝이 아닌 봄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계절로 설정한다.

봄..은 대단한 결심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새로운 계절의 첫걸음은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여름..은 식어버린 커피를 알아 차린 순간 만큼이나 사소하다. 관계 속에서 숨김없이 드러내도 실망하지 않도록, 계절이 바뀌어도 계속 살아가야 할테니.

가을..이 오면 여름옷을 옷장에 정리한다. 성찰의 계절 가을에는 내 감정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위로가 아닌 성찰의 계절, 점검의 시간이다.

겨울..은 질문이 달라진다. 겨울은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다만, 도망칠 수 없는 자리에서도 한 발을 내디딜 수 있게 우리를 성장시킨다.

이렇게 한 계절을 건너면, 새로운 사계절의 시작을 만나 '나'에게 돌아갈 것이다. 더 깊어진 '나'로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삶의 방향이다.

나를 깨닫는 자각의 계절 봄, 뜨겁고 설레는 관계의 계절 여름, 잃고 이해하는 성찰의 계절 가을, 책임과 귀향의 계절 겨울이라는 사계절을 지나왔다.

흔들릴 때마다 붙잡을 사유의 힘을 얻었기에, 좀 더 당당하게 봄을 맞이하기도 한다. '더 깊어진 나'는 더특별해진 나를 뜻하지 않는다.

지난 사계절이 우리에게 준 것은 '사유를 통한 명료함'이다. 과장도 줄고 핑계도 줄어든 우리의 관계는 덜 요란해지고, 더 정확해질 것이다.

덜 요구하고, 덜 원망하는 쪽으로 태도가 이동하는 건 사유를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며 깊은 사유를 거쳤기에 가능한 것이다.

필사는 문장을 베껴 적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기 삶의 속도를 점검하는 일이다. 그리고 글을 읽는 기억보다 필사한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앞으로의 삶에서 적어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짧은 위로나 잠깐의 기분 전환으로 끝나지 않고, 몇 번이고 돌아올 수 있는 사유의 공간으로 남기를 저자의 바람이다.

얼마전에 명료함에 대해 읽었는데, 사유를 통한 명료함까지 접하게 되니, 성찰하는 생활에 익숙해지는거 아닌지. 병렬 독서 도저히 못하는 사람이지만, 곁에 두고 재독하면서 눈길이 머물고, 펜을 찾게 되는 그 순간 필사는 계속 되리라.

누구의 글보다 저자의 글들이 마음에 드는 점, 문장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이 가슴에 와 닿는 점들이 책을 읽고,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왔다. 인문학의 문장을 필사하면서 삶의 지혜와 성찰을 기대한다기보다, 사유의 시간이 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마지막으로 인생의 꽤 많은 행복과 불행은 우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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