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106동 101호
천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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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초인종을 눌러대는 아랫집 할머니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준비하고 있는 채아는 불안 장애를 겪는다. 남편 대한은 관히 실랑이하지 말고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둘은 이튿날부터 1층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채아는 친구 영미가 솔숲아파트 106동에 급매가 나왔다고 전하자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방문 한다. 확장 공사 덕분에 실평수보다 훨씬 커 보인다.

이사 온 지 한 달. 전 주인 김영진은 주소지 변경을 안했는지 택배가 네 번이나 온다. 채아와 마주친 영진이 오배송된 택배를 찾으러 왔다며.. 잘 살고 계세요? 라고 묻는다.

그날 밤 채아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겨우 잠이 들면 악몽이 들이닥친다. 하지만 악몽보다 더 오싹한 것은 잠결에 느낀 냉기다. 그건 수많은 밤의 무수한 뒤척임을 예고하는 아주 작은 시작일 뿐이다.

예민하다는 핀잔을 들을까 두려워 대한에게 입도 떼지 못한 채아는 홀로 느끼는 형체 없는 냉기와의 동거에 점차 생기를 잃고 쇠약해져간다. 그렇다고 또 다시 이사를 감행할 순 없다.

친정에 갔다가 들들 볶이다 쉬지도 못하고 돌아온 채아에게 경비원이 조심스레 물어본다. 혹시 제사 지냈냐고. 자꾸 향냄새가 올라온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말에 집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채아가 층간소음 피해자 커뮤니티에서 만난 준휘는 솔숲아파트 106동 101호에 관심이 많다. 무엇이 그들을 쫓아내는지, 그들은 정말 무언가를 보긴 보는지. 대개가 여자, 누군가의 아내였다.

준휘는 짐작 가는 바가 있지만, 증명할 수 있다는 별개의 문제로 실체가 손에 잡힐 때까지 지켜봤다.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가족은 얼마나 버틸지 떠올랐다. 예전 취재원이 올 줄은 몰랐지만.

채아는 놀러온 영미로부터 뜻밖의 말을 전해 듣는다. 집이 이상하다고. 영미랑 용하다는 타로점을 보러간다. 숫자를 더하면 9. 가족이 완성되지 않고 미완으로 남기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여자가 잘못된다고. 무시 못 할 예언에 따른 경고처럼 들린다. 단지 카드만 보고 나온 점괘를 믿고 집을 나와야 할까? 이미 답은 나와 있지만 채아의 선택이 궁금하다.

누나 수연의 죽음을 겪은 준휘는 채아가 누나의 이미지와 겹쳐져 숨이 막혀온다. 그리고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는 채아 역시 준휘가 자신과 그리 엮일 줄이야. 오컬트 호러로 시작했다가 미스터리 심리 소설로 끝나는 소설이다.

급매는 급똥 만큼 위험한 것일가? 큰 위기를 참고 견디면 광명을 보겠지만, 찰나의 순간 지옥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급매건 급똥이건 정확한 진단없이 뛰어들면 안된다는 결론이다.

집값 떨어지게 만드는 요소를 만들어 급매물로 착취하려는 인간이 귀신보다 무섭다. 나도모르게 동, 호수 합을 계산해 보았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한번쯤 나처럼 해보지 않을까. 부동산 '급매'라는 글자도 다시 보일 것만 같다. 흥미진진하게 빠르게 읽히는 페이지터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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