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사계절 - 고양이와 함께 쓰는 필사의 시간
김규범 지음 / 깊은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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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책..<사유의 사계절>은 읽고 마음에 드는 한 문장에서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읽기보다 쓰기를 택한 필사 책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문장을 찾아 옮겨 적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사유의 사계절인 만큼 사계절의 흐름에 얹은 인간의 삶을 각각의 계절로 설정해 독자 스스로의 사유를 이끈다.

봄은 '자각의 계절'이다. 애써 무시해온 감정과 처음으로 마주하며 지금의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묻는 시간이다.

여름은 '관계의 계절'이다. 타인과의 대면을 통해 마음 온도가 변화하며 나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가을은 '성찰의 계절'이다. 상실과 변화 앞에서 스스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시간이다.

겨울은 '책임과 귀향의 계절'이다. 더 이상 밖을 향해 애쓰지 않고, 고요 속에서 새로운 걸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기준 세우기, 관계 속에서 기준 시험, 기준 붕괴의 성찰, 책임과 재구성으로 정의하고, 겨울을 끝이 아닌 봄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계절로 설정한다.

봄..은 대단한 결심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새로운 계절의 첫걸음은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여름..은 식어버린 커피를 알아 차린 순간 만큼이나 사소하다. 관계 속에서 숨김없이 드러내도 실망하지 않도록, 계절이 바뀌어도 계속 살아가야 할테니.

가을..이 오면 여름옷을 옷장에 정리한다. 성찰의 계절 가을에는 내 감정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위로가 아닌 성찰의 계절, 점검의 시간이다.

겨울..은 질문이 달라진다. 겨울은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다만, 도망칠 수 없는 자리에서도 한 발을 내디딜 수 있게 우리를 성장시킨다.

이렇게 한 계절을 건너면, 새로운 사계절의 시작을 만나 '나'에게 돌아갈 것이다. 더 깊어진 '나'로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삶의 방향이다.

나를 깨닫는 자각의 계절 봄, 뜨겁고 설레는 관계의 계절 여름, 잃고 이해하는 성찰의 계절 가을, 책임과 귀향의 계절 겨울이라는 사계절을 지나왔다.

흔들릴 때마다 붙잡을 사유의 힘을 얻었기에, 좀 더 당당하게 봄을 맞이하기도 한다. '더 깊어진 나'는 더특별해진 나를 뜻하지 않는다.

지난 사계절이 우리에게 준 것은 '사유를 통한 명료함'이다. 과장도 줄고 핑계도 줄어든 우리의 관계는 덜 요란해지고, 더 정확해질 것이다.

덜 요구하고, 덜 원망하는 쪽으로 태도가 이동하는 건 사유를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며 깊은 사유를 거쳤기에 가능한 것이다.

필사는 문장을 베껴 적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기 삶의 속도를 점검하는 일이다. 그리고 글을 읽는 기억보다 필사한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앞으로의 삶에서 적어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짧은 위로나 잠깐의 기분 전환으로 끝나지 않고, 몇 번이고 돌아올 수 있는 사유의 공간으로 남기를 저자의 바람이다.

얼마전에 명료함에 대해 읽었는데, 사유를 통한 명료함까지 접하게 되니, 성찰하는 생활에 익숙해지는거 아닌지. 병렬 독서 도저히 못하는 사람이지만, 곁에 두고 재독하면서 눈길이 머물고, 펜을 찾게 되는 그 순간 필사는 계속 되리라.

누구의 글보다 저자의 글들이 마음에 드는 점, 문장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이 가슴에 와 닿는 점들이 책을 읽고,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왔다. 인문학의 문장을 필사하면서 삶의 지혜와 성찰을 기대한다기보다, 사유의 시간이 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마지막으로 인생의 꽤 많은 행복과 불행은 우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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