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걸
하비에르 카스티요 지음, 박설영 옮김 / 반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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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걸 #하비에르카스티요 #오팬하우스 #서평단

최악의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1998년 11월 26일 사건이 시작된다. 그레이스는 화려한 추수감사절 행렬에서 남편 에런의 어깨에 목마를 탄 채 행복에 겨워 환하게 웃는 딸 키에라를 올려다본다.

메리 포핀스처럼 차려입은 여자가 다가오는 모든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고 있다. 키에라는 너무 들떠서 말을 못 할 지경이다. 풍선을 받으러 간 키에라를 땅바닥에 내려 놓는 에런은 훗날 절대 용서 못 할 선택임을 깨닫는다.

누군가 에런을 세게 밀친다. 바로 그 순간 키에라의 손을 놓친 짧은 2분 동안 아이가 사라진다. 키에라가 사라졌다는 소리에 그레이스는 공황장애가 온다. 그리고 경찰이 확인하라는 키에라의 머리칼과 옷 뭉치를 보고 에런은 절규한다.

키에라 템플턴이라는 세 살 된 어린이의 실종 사건만 제외하면 그날 퍼레이드는 대성공을 거둔다. 언론도 대서 특필하고 키에라의 얼굴은 도배된다. 말 못 할 비밀을 간직한 언론학을 공부하는 미렌에게 키에라 실종 사건은 전환점이 된다.

교수님의 과제로 키에라 템플턴 사건을 조사하는 미렌은 기자 지망생이다. 수색 방향과 운을 바꿀 만한 중요한 정보를 찾기를 바란다. 불행은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복수는 인내할 수 없는 사람을 찾는 법이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원하는 것을 찾는다.

키에라 실종 5년 후, 추수감사절 행사 퍼레이드. 키에라 템플턴의 실종은 시민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무의식에서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다. 부모들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에런은 소동을 일으키고 미렌이 찾아 온다.

미렌은 키에라를 찾아 나서고, 처음 몇 년 동안 가끔씩 에런과 만나면서 슬픔과 좌절의 소용돌이에 그가 서서히 빠져들며 잠식당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레이스의 전화에 부탁을 받고 에런을 찾아온 것이다.

템플턴 부부가 살던 다이커 하이츠에 들어서고 엉망으로 흐트러진 그레이스가 다가온다. 그레이스는 키에라가 살아 있다고 한다. 손을 내밀어 VHS 테이프를 보여준다. 희망적인 단어가 쓰여 있다. '키에라'
마침내 실성한 것이 아니라면..

키에라는 살아 있다. 그럼 누가 데리고 있단 말인가? 아니 왜 테이프를 보낸 것일까? 다시 만날 수는 있을까? 사건 당일과 실종 1년 전, 5년 후, 12년 후를 보여준다. 실종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한 가족을 무참히 짓밟은 범인에게 주목하게 된다.

미렌은 프레스에 개재된 기사에서 자신의 과거도 고백하며, 키에라 템플턴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지난 5년 간 저 자신과 키에라를 찾으려 애썼는지 밝힌다. 테이프의 59초 길이의 영상을 본 뒤 은유적으로 표현한 기사다.

키에라 실종 사건을 12년이나 쫓는 열혈 기자 미렌이 주인공이다. 한번 잡으면 놓지 못 할 만큼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그녀의 용기와 끈기가 자신의 인생과 다른 사람의 인생도 바꿔 놓았다. 가슴 벅찬 감동은 덤이다. 넷플릭스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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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서 나이 들 수 있을까 - 끝까지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노후 설계 수업
박한슬 지음 / 더퀘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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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에서나이들수있을까 #박한슬 #더퀘스트 #이벤트당첨

제목이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 집에서 나이 들 수 있을까>에 물음표를 하건, 느낌표를 하건 똑같이 내 집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싶다만 요점은 그게 아니다. 책은 '내 집에서 나이 들기'의 가능성 공식을 '돌봄 필요성'에 비해 '사회적 자원'과 '개인적 대비'가 부족하면 '내 집에서 나이 들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우선 1부에서는 '돌봄 필요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 '내 집에서 나이 들기'가 왜 이토록 어려운 일이 됐는지, 돌봄이 필요해지는 단계는 '언제' 찾아오는지, 나는 그런 상황이 되면 '어디'에서 '누구에게' 돌봄을 받을 것인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노인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숫자 나이만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자신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나이는 숫자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확히 언제 노후의 변곡점을 맞이할지, 그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을까? '환갑'이라는 개념이 지금은 법정 노인 연령이 65세이다보니 여러 면에서 다르다. 사회적 약자로 돌봄을 받아야 하는 노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이제는 행정 편의적인 숫자 나이가 아닌 개개인의 실제 노화 정도를 파악하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노쇠'라는 낯선 개념이다. 사실 노쇠의 정도를 측정하는 일은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고령층의 사망률이 감소했지만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의학이 발전해도 육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 어쨌거나 노인 나이는 65세보다는 75세가 더 적합하다.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 인구의 절반이 기능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건강하게 살다가 짧게 앓고 떠나고 싶다면 최대한 질병 발생을 늦춰야 한다. 노쇠 관리의 성패에 따라 내가 얼마 동안 질병이나 장애를 앓게 될지가 결정된다. 언제 본격적인 돌봄이 필요하게 될지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가 어려워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집에서 건강하게 늙어가는 게 모두의 바람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인 대부분이 요양시설에서 삶을 마감한다. 가고싶지 않지만 가야 하는 곳, 버려지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할수록 추후 요양시설 적응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왜 이토록 거부감이 클까?

가족의 희생을 전제하는 한국형 복지는 중년의 딸이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모습이다. 매일 함께 생활하는 돌봄제공자의 고난과 우울은 개인의 인내심이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실패와 구조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결국 '내 집에서 나이 들기'가 어려워진 이유는 단순히 노화 때문이 아니다. 가족 기능 약화, 미성숙한 공적 돌봄 시스템,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시장화된 돌봄 그리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복잡하게 얽혀 생긴 구조적 결과물이다.

어떻게 해야 '나이 듦'이 나와 가족 모두에게 '위험'이 아니라 대비할 수 있는 일, 감당할 만한 일이 될까?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내 집에서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1부를 요약했는데 이렇게 길어졌다.

다음으로 2부에서는 '사회적 자원'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우리나라와 다른 길을 걸은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마지막 3부에서는 '개인적 대비'를 중심으로 노후 대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재정 관리부터 삶의 마지막 준비까지 다룬다.

막내와 사는 노모가 올해 95세다. 치매는 악화된지 오래고 막내의 수고 앞에서 고개를 들수가 없다. 돌봄 부담이 얼마나 큰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뼈져리게 느낀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두 웃을 수 있지만 언제까지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이제는 함께 늙어가면서 나의 노후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하게 된다. 훗날 제도가 개선되는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다루고 있으니 미리 공부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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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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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호랑이 #네주시노 #열린책들 #서평단

소송과 관련하여 정신 의학적 평가를 맡았던 전문가는 희미한 불빛 속 아이를 탐하던 의붓아버지를 <사디즘 성향을 지닌 자아도취적 성도착증 환자>라고 평가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롤리타는 타락한 젊은 여자가 아니라, <같이 놀자는 유혹에 빠진 불쌍한 아이>라고 분명하게 밝힌다.

버지니아 울프 역시 두 이부 오빠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바 있다. 단지 불쾌한 경험의 자신이 느낀 감정이 훗날 외상성 쇼크라 부르게 될 만한 것에 속한다. 작가는 성장하면서 어른들의 시선을 통해 자신이 욕정을 불러일으킨게 아니라,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들,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게 된다. 허술한 가정에서 포식행위가 벌어지는 건 확실하고 거의 요령있게 처신해 도망친다. 하지만 열네 살 중학교를 다니던 학기말 여행에서 서른 다섯살의 강사는 편지를 보내고 의붓아버지는 격노하고 <미성년자 유인>으로 협박한다.

이런..똑같은 짓을 해놓고 누가 누굴 협박하는지..더군다나 자신을 왜 거부하는지 운다. 뭐 이런 개같은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 처벌만이 답이다. 정신적인 감정이 뭐 필요한가. 딱봐도 그냥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애에게 발정난 개새끼인데..여섯 살이 여자로 보인다면 그게 눈깔은 아니지 않나.

이건 순수 문학이 아니라 일종의 증언이다. 성적 학대에 폭력 행위가 수반되지 않아도 극단적인 폭력이 맞다. 당시에도 느꼈고, 오늘날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느꼈다면 확실한 거 아닌가. 부조리가 지배하던 그 시절, 어쨌거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친모도 답이 없다고 느껴진다.

알았다 한들 뭐가 달라졌을 것 같지도 않다. 눈치채지 못한 부분에서 얼마나 가부장적이고 의지했는지도 짐작가는 바이다. 도움을 줄만한 사람이 곁에 없어서 그저 자신이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던 작가의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낸 고백서다. 믿지 못할 부분은 다른 데 있다.

강간을 인정하고 판결 선고를 앞두고 구금을 당하고 있을때 편지를 보내고 방문하는 여성 팬들이다. 어떤 피해자 단체의 창설자이자 책임자인 여성은 재판을 따라다니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미친년이다. 그들 모두가 범죄자고 괴물들이다.

글을 쓰는 2021년 이제 마흔네 살이 된 작가는 과거의 나에게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 일은 언제나 현재형이다. 살아있다는 특권에서 성적 학대가 나쁘다는것을 밝히는 바이다. 친부는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기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너무나 사랑하던 아버지를 잃었다. 스스로 살아남을 핑곗거리로 이 모든 것을 이야기 해야 하기 때문에 글을 쓴다. 어머니는 강간범을 거짓말쟁이로 본다. 무엇이든 자기를 중심에 놓고 본다. 딸의 고통이나 범죄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 부정이다.

작가는 어머니를 엄격한 마음으로 대한다. 어머니에게 사실을 말했을 때, 그 일이 벌어졌음을 알고 나서도 1년을 더 그와 함께 했다. 세상 어느 의붓아버지가 친해지려고 강간을 한단 말인가. 이 책을 쓰는 것은 진실을 찾기 위함이다.

강간범을 이기는 길이 고난을 딛고 회복하는 거지만, 역경을 딛고 회복하는 것이 강간범에게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요소로 승리는 없다는 게 슬프다. 하지만 현실은 참..그런 인간을 좋아하는 정신나간 스무 살 연하의 인간도 있다는 것이다.

거세하고 피해자가 겪은 만큼의 고통을 느끼길 바랐는데..세상은 불공평하다. 수십만 가정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계획적인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그 수치스러운 일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문학은 안에서 죽음으로 몰아 넣지 않고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한다. 나는 책이 주는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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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2 - 그 어깨를 감쌀 각오
가미시로 교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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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대답하는너의수수께끼2 #가미시로교스케 #블루홀식스 #서평단

전편에서 무릎팍 도사를 언급했던 아케가미 린네는
오로지 진실만을 꿰둟어 보는 소녀다. 린네가 뭔가 툭 던진 언어 능력은 해석이 필요했고 대변인 역할을 알차게 했던 토야가 있어 듬직했던 기억이..진작 나왔어야 할 2편이라 20개월이 길게 느껴진다. 책표지의 만화 캐릭터는 코가미네 아이다. 주인공이 바뀔 일은 없을테고 아이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야기일까. 그럼 기쁜 마음으로 들어가 보겠다.

전편에 3가지 에피소드가 있었고, 2편은 4화로 시작한다. 상담실의 린네와 토야가 엉성한 자세로 있고 그걸 날라리 코가미네 아이가 우연히 목격한다. 어색한 분위기에 아이는 둘이 사귀냐고 한다. 사귀는거 맞는 것 같기도 하고..토야에게 공부를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이러면 삼각관계가 형성되는데..

토야는 기말고사를 빌미로 린네에게 제안한다. 린네를 교실로 복귀시키겠다는 후요 선생님과의 약속을 이런 식이라면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 보인다. 아이도 스스로 공부하게 되어 해방된 기분을 느낀 토야는 음료를 뽑으러 자판기로 간다. 와카구레를 만나 가볍게 농담을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드디어 기말고사 첫날, 아이는 3교시 시험까지 무사히 치른다. 하지만 발밑에 떨어진 쪽지로 커닝 의심을 받고 전 과목 실격의 위기에 처한다. 모두 지켜보기만 하는데 오직 토야만이 목소리를 내어 나선다. 이때 나타난 후요 선생님은 토야의 말에 힘을 실어주고 커닝 페이퍼의 주인을 밝히겠다고 한다.

그리고 린네의 입에서 나온 '자명한 이치' 곧 범인을 찾았다는 말이다. 왜 이말이 이토록 반가운건지..이미 시험이 시작되기도 전에 범인을 찾은 린네, 촉이 아니라 논리적이라 하기엔 토야의 설명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범인을 지목한 린네는 지켜만보고 범인의 작전까지 토야가 추리한다.

범인도 밝혀지고 아이는 구제받는다. 하지만 토야의 추리는 끝나지 않는다. 린네의 추리도. 린네는 친구들 이름 대신 날라리 씨나 지뢰씨, 마녀 씨라 부른다. 이걸 다시 이름으로 해석하는 것도 토야다. 이번 사건은 반아이들을 계급으로 지배하려는 인물 누군가와 자명한 이치 사이를 깨닫게 된다.

<1학년 7반과 단 한 명의 정직한 사람>은 한 사람에 의해 설계된 교실 내 계급, 완벽하게 통제된 세력속에 낙서와 커닝 사건의 배후인 사악한 지배자가 린네를 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언제나 주인공 곁에는 사건 사고가 따르기 마련이다. 장르가 라이트노벨이다보니 애니메이션 삽화가 들어가 있다.

<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시리즈는 가볍지 않은 학원물로 정통 미스터리를 지향하고 있다. 사소한 단서와 작은 가능성에서 진실을 밝혀내는 구조로
논리적인 추리로 미스터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로하 토야와 코가미네 아이는 정의와 우정을 느끼게 해주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진실을 보고 말할 줄 아는 린네는 넘사벽이다. 다만 모든 친구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린네는 아니라고 본다. 작가님이 이점은 다시 생각해주면 좋겠다. 린네라는 존재가 불편해지는 게 싫으니까. 이번 제목은 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 그 어깨를 감쌀 각오다.

또 한명의 주인공 이로하 토야가 성장하는 소설이다. 생긴 건 명탐정 코난처럼 생겨가지고 딱 왕자님같다. 자명한 이치로 추리에 추리를 해내는 모습은 통쾌하고 짜릿하다. 린네는 범인을 지목하고 추리는 토야가 하는, 역시 잠자는 명탐정 유명한을 또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더 성장한 사람은 린네다.

상담실로 숨어버린 린네가 이제 세상밖으로 나왔다. 린네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이야기는 더 다양해지고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미스터리의 정수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 3편을 기다리겠다. 이왕이면 빨리 만나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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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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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돌아오지않는다 #기리노나쓰오 #일본소설 #대리모 #해피북스투유

좀전에 니키가 주인공인 소설을 읽었는데 이번엔 리키가 주인공이다. 리키는 훗카이도 북동부에 있는 전문대학교를 나온 뒤, 본가 근처에 신설된 요양원의 직원이다. 부모님은 언젠가 자기들도 그곳에 들어갈 생각에 반긴다.

리키가 일을 시작한 첫날, 자신의 대변을 경단 모양으로 빚는 할머니를 보고 그만둘 뻔한다. 일을 오래 하지 않은 건 요양원 탓은 아니다. 스스로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면서 일할 곳은 여기뿐이라고 단정 짓고 싶지 않아서다.

도쿄로 온 리키의 직업은 일정치 않다. 좋은 일이라곤 하나도 없고, 열등감과 돈 걱정에 불안하다. 비참한 삶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좋으니 해방되고 싶다.
어리숙한 리키를 만만히 보던 남자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그 이후 남자란 뭘까 곰곰이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은 모두 쓰레기다. 남자가 무슨 필요 있나, 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세상에 혼자 벌어서는 생활이 안된다. 리키는 지금 종합병원에 파견직으로 족히 아홉 시간 반이나 낡고 어두침침한 곳에 있지만 그마저도 내년이면 계약 만료다.

난자 제공이 50만 엔을 받는 쏠쏠한 아르바이트라는 소문을 들은 데루가 아르바이트를 해보자는 한다. 리키와 데루는 난자 제공 신청서 얘기를 하며 우울감을 느낀다. 며칠 뒤, 리키는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답장이 오는데 정작 데루는 거부당했다고 한다.

리키만이 플란테에 면접을 보러간다. 면접관은 한가지 제안을 한다. 서로게이트 마더..대리 출산이다. 다 가졌지만 오직 아이만 없는 결핍 가정. 우수한 유전자를 남겨야 한다는 남편은 이왕이면 부인의 외모와 닮은 여성을 찾고 있다. 리키는 당혹감을 느낀다.

이야기가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요컨대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난자 제공자가 아닌 서로게이트 마더가 되라는 말이다. 리키는 눈 딱 감고 물어본다. 보수는 꿈도 못 꿀 금액이다. 생존을 위해 몸을 담보로 내건 제안을 수락할 것인가.

난자 제공자의 조건 중 스물아홉 살까지 가능하다. 리키는 스물아홉이고 사는 게 막막하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리키의 선택은 하나다. 발레 무용수로서 정점에 올랐던,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자식을 향한 집념이 커진 모토이가 바로 아빠가 될 사람이다.

결혼과 출산이 모든 여자가 겪는 일은 아니다. 무속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우린 흔히 아기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미를 떠올린다. 아무리 애를 써도 부모 자식간의 인연이 없으면 어쩔수가 없다. 하지만 욕심은 완벽한 가족을 원한다.

일본에서는 혼인 혹은 사실혼 관계가 아니면 인공수정을 할 수 없다. 리키가 인공수정을 할 수 있게끔 부러 이혼을 한다. 순조롭게 임신이 되어 아이를 낳으면 리키는 아이를 건네고 이혼을 한다. 그들은 아이와 다시 재혼 가족이 된다. 절차는 그렇다.

하지만 말이 쉽지, 사람의 마음이 그런가. 리키는 무사히 출산을 하고 쿨하게 떠날 것인가. 거래와 모정은 별개인가. 리키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우선은 씨받이라는 영화가 떠올랐고, 대리모가 합법이라면 편견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주변 인물들도 흥미롭다. 대출을 갚기위해 유흥업소를 나가는 친구, 춘화를 그리고 쾌락을 즐기지만 섹스를 혐오하는 작가, 습관성 유산과 난자의 노화로 더 이상 아기를 가질수 없어 남편의 뜻을 따르는 부인. 기타등등 모질이, 찌질이도 등장한다.

제비가 돌아오면 봄이 온다는 속담이 있다.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뜻이 품고 있는 결말을 떠올려 본다. 하지만 흥부의 제비처럼 박씨를 물고 오는 것도 은혜 갚는 제비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대리모라는 사회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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