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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평점 :
#제비는돌아오지않는다 #기리노나쓰오 #일본소설 #대리모 #해피북스투유
좀전에 니키가 주인공인 소설을 읽었는데 이번엔 리키가 주인공이다. 리키는 훗카이도 북동부에 있는 전문대학교를 나온 뒤, 본가 근처에 신설된 요양원의 직원이다. 부모님은 언젠가 자기들도 그곳에 들어갈 생각에 반긴다.
리키가 일을 시작한 첫날, 자신의 대변을 경단 모양으로 빚는 할머니를 보고 그만둘 뻔한다. 일을 오래 하지 않은 건 요양원 탓은 아니다. 스스로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면서 일할 곳은 여기뿐이라고 단정 짓고 싶지 않아서다.
도쿄로 온 리키의 직업은 일정치 않다. 좋은 일이라곤 하나도 없고, 열등감과 돈 걱정에 불안하다. 비참한 삶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좋으니 해방되고 싶다.
어리숙한 리키를 만만히 보던 남자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그 이후 남자란 뭘까 곰곰이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은 모두 쓰레기다. 남자가 무슨 필요 있나, 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세상에 혼자 벌어서는 생활이 안된다. 리키는 지금 종합병원에 파견직으로 족히 아홉 시간 반이나 낡고 어두침침한 곳에 있지만 그마저도 내년이면 계약 만료다.
난자 제공이 50만 엔을 받는 쏠쏠한 아르바이트라는 소문을 들은 데루가 아르바이트를 해보자는 한다. 리키와 데루는 난자 제공 신청서 얘기를 하며 우울감을 느낀다. 며칠 뒤, 리키는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답장이 오는데 정작 데루는 거부당했다고 한다.
리키만이 플란테에 면접을 보러간다. 면접관은 한가지 제안을 한다. 서로게이트 마더..대리 출산이다. 다 가졌지만 오직 아이만 없는 결핍 가정. 우수한 유전자를 남겨야 한다는 남편은 이왕이면 부인의 외모와 닮은 여성을 찾고 있다. 리키는 당혹감을 느낀다.
이야기가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요컨대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난자 제공자가 아닌 서로게이트 마더가 되라는 말이다. 리키는 눈 딱 감고 물어본다. 보수는 꿈도 못 꿀 금액이다. 생존을 위해 몸을 담보로 내건 제안을 수락할 것인가.
난자 제공자의 조건 중 스물아홉 살까지 가능하다. 리키는 스물아홉이고 사는 게 막막하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리키의 선택은 하나다. 발레 무용수로서 정점에 올랐던,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자식을 향한 집념이 커진 모토이가 바로 아빠가 될 사람이다.
결혼과 출산이 모든 여자가 겪는 일은 아니다. 무속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우린 흔히 아기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미를 떠올린다. 아무리 애를 써도 부모 자식간의 인연이 없으면 어쩔수가 없다. 하지만 욕심은 완벽한 가족을 원한다.
일본에서는 혼인 혹은 사실혼 관계가 아니면 인공수정을 할 수 없다. 리키가 인공수정을 할 수 있게끔 부러 이혼을 한다. 순조롭게 임신이 되어 아이를 낳으면 리키는 아이를 건네고 이혼을 한다. 그들은 아이와 다시 재혼 가족이 된다. 절차는 그렇다.
하지만 말이 쉽지, 사람의 마음이 그런가. 리키는 무사히 출산을 하고 쿨하게 떠날 것인가. 거래와 모정은 별개인가. 리키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우선은 씨받이라는 영화가 떠올랐고, 대리모가 합법이라면 편견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주변 인물들도 흥미롭다. 대출을 갚기위해 유흥업소를 나가는 친구, 춘화를 그리고 쾌락을 즐기지만 섹스를 혐오하는 작가, 습관성 유산과 난자의 노화로 더 이상 아기를 가질수 없어 남편의 뜻을 따르는 부인. 기타등등 모질이, 찌질이도 등장한다.
제비가 돌아오면 봄이 온다는 속담이 있다.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뜻이 품고 있는 결말을 떠올려 본다. 하지만 흥부의 제비처럼 박씨를 물고 오는 것도 은혜 갚는 제비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대리모라는 사회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