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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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붙게해주세요 #이로아 #미래인 #청소년소설 #서평단

우리가 흔히 장례식에 다녀오면 거기서 달고 온 잡귀가 있나싶어 팥이나 소금을 뿌린다. 그런데 귀신 붙게 해달라니..뭔가 사정이 있어 보인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윤나가 본격적으로 헤어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중학생 때였다. 엄마는 4년제 대학이 아니면 학비를 대 주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실기를 주로 본다는 4년제 대학의 미용학과를 가기 위해 미용학원을 등록하려는 윤나를 향해 엄마는 화를 낸다.

학교 여자 배구부가 있었을 당시 만들어졌다는 샤워실은 윤나 혼자서 돌리는 염색 공장이다. 학교에서 계도기간을 정하고 염색한 학생에게 벌점이 부과된다고 해서 바쁘다. 바람잡이들이 소문을 퍼트려줘서 윤나에게는 남는 장사다.

엄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용 학원에 등록하고 싶다. 윤나는 그동안 모은 용돈과 이번 염색 대란으로 벌어들인 돈을 합치면 된다. 국가 자격증 취득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생겼다. 이 정도면 엄마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반대는 말아야지 않나.

학교에서 조만간 복장 검사가 있을거라는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덕분에 윤나는 걸린게 없다. 재이는 짱구눈썹을 그리고 온 덕분에 학생부장에게 모두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다. 엎드려 있는 재이가 잠든줄 알았는데 훌쩍이는 소리다.

재이는 자초해 놓고 울기는..오늘만 참았어도 이런 모욕은 없었을텐데. 윤나는 재이의 등에서 눈을 뗄 수 없어 처음으로 말을 건다. 그렇게 3년 내내 재이의 눈썹을 그렸다. 재이는 자신과 평생 함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순고도 함께 갔다.

입학하자마자 반이 갈라지고 재이는 서툰 짱구 눈썹을 하고 윤아에게 좀처럼 시간을 내주시 않았다. 교내 동아리도 달라 학교에서 마주칠 일도 아예 없어졌다. 서운하기는 했지만 재이는 여전히 윤나를 좋아했고 그쯤은 윤나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재이 옆에는 현서가 있다. 영화 토론 동아리에서 만난 현서와 학년의 공식 커플로 소문난다. 재이랑 같은 학교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무시했지만 기순고는 레즈로 유명하다. 이후로 재이를 피하고 재이로부터의 연락도 끊긴다.

윤나는 재이가 여자 친구가 생긴 것도, 자신에게 소홀해진 것도, 죄다 불만이다. 이게 다 기순고에 와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재이는 SNS에서의 글을 보고 기순고에 끌렸다. 둘은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있음을 재이는 깨달았다.

재이는 그렇게 윤나와도 멀어지고, 재이를 겁장이라 부르는 현서와도 멀어진다. 한편 윤나는 도서관에서 '기초부터 배우는 강령술'이란 책을 찾아내 물질적인 커닝이 무리라면 영적인 커닝으로 가기로 한다.
야자가 부활되고 모두 학교에 발이 묶인다.

윤나는 미용 학원상담을 취소하고 결의를 다진다.
문제는 문제집 대신 강령술 책에 의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0년 전 죽은 전교 1등 백순지와 마주하게 된다. 기순고 지박령인 순지는 이미 윤나가 애들 염색해주는 것까지 다 알고있다.

한마디로 순지 귀신이 붙은 것이다. 전교 1등 귀신이라면 개꿀아닌가.. 윤나에게 소환된 순지로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거에 해소되지 못한 문제임을 일깨운다. 오래전 벌어졌던 소독이 치유라는 이름으로 되풀이 된다는 것을.

야자, 복장 단속 등 교칙이 강제적으로 생기고 아이들은 동요한다. 20년 전과 같은 일이 되풀이 된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인데..학교의 교칙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안전하고 현명한가? 학생의 인권은 20년 전과 어떻게 다른가.

요즘 중,고등학생은 야자가 뭔지 복장 검사가 뭔지 모르지 않을까 싶다. 약간은 시대에 어긋나 보인다.
갑자기 20년 전 교칙이 부활한다면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싶다. 자살은 커녕 교사와 학교를 고발하지 않을까.

어른들의 입장에서 지금의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더 똑똑하고 성숙하다고 본다. 전교 1등 귀신이 붙게 해달라고 빌지는 모르겠지만. 소원 빌고 받은 책인데 부끄러운 소원이 될 줄 몰랐다. 청소년들이 재밌게 읽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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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코믹스
프리키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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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코믹스 #프리키 #도서선물

도서협찬이 아니라 도서선물이다. 아무런 말씀도 없이 보내주신 책. 신간 소식을 듣고 또 언제 쓰셨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깜짝선물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은의 미로
이승에서 꽤 실력있는 수영선수였던 은은 수영 대회 요원으로 참여한 성은을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지고 조촐한 결혼식을 한다. 신혼여행으로 간 유원지에서 성은은 계곡에 빠져 죽는데..저승길에 만난 사신과의 계약으로 은과 성은은 전혀 다른 결말을 맞는다.

고독부
정부청사 '고독부'신설을 제안한 이계장의 기안서는 오늘도 거절당한다. 혜주는 망부석 같은 김 과장을 설득해서 고독부 문건을 총리님까지 올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데..조직 신설을 만드는 동안 정작 다 죽어나가고 고독부 워드 파일만이 계속 생성된다.

리얼 러버
퇴근과 동시에 뛰쳐나가는 정호는 제인을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다. 성인 AI 리얼돌 룸에 오랜 단골인 정호가 제인을 만난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그녀는 고밀도 AI칩이 내장되어 있는데..제인은 강인한 인간이 되려하는데 정호는 콩팥이 하나밖에 인간이 된다.

11편의 단편은 프리키 작가님의 특징인 기발하고 기이한 이야기들로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먼저든다. 하지만 잠시 그 특이한 단편이 보여주는 숨은 그림은 어쩜 일상적이고 평범할 수 있다. 그러니까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지어내는게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일,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작가님만의 세계로 재탄생시켰다고 하겠다.

<합체 가족>은 예외로 두겠다. 원인 불명의 F바이러스로 가족 구성원이 하나의 신체로 합체라니..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시는지. 정부기관 '스파이럴'도 난 왜 욕으로 읽히는지. 이런 재미가 책을 읽는 맛이 아닐까. 하드고어물이라 더 좋았다.

<부모뽑기방>에서의 아이 뽑기방이라니. 솔깃하다. 내용은 잔인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나오는 '삼숑'도 어찌나 반갑던지. 인류의 멸망 앞에서도 삼숑은 끄떡없겠지. 11살의 민석이 71살에 눈을 감을 지언정.

<초미의 괸심사>는 양다리에 콩가루 집안을 다루고 있다. 끔찍한 결말이 예상되면서 초미라는 인물에 비위가 거슬린다. 한 집만 파면 이런 사단이 나고 말테지만 이 집 남자들 유전일까.

영원히 정신병원에서 함께 해야 할 <싫은 부부>, 정체성 장애를 앓는 1인 5역의 <야수의 기억>, 한반도 가 지도에서 사라진다는데 <국가 소멸 한 시간 전 소개팅>, 아폴로 11호의 암스트롱이 만난 소련의 유리 가가린의 실체 <지구는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핵전쟁 이후 살점을 바치면 황금을 준다는 사마귀 남자의 제안 <굶고 있는 가족에게 내 살점을 바친다>까지 은으로 시작한 단편은 은의 이야기로 끝난다. 호러, SF, 공포, 미스터, 스릴러가 한 권에 다 들어있다. 다양하고 기이한 세계를 맛보고 싶다면 프리키 작가님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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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재판의 변호인
기미노 아라타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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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재판의변호인 #기미노아라타 #톰캣 #서평단
#본격미스터리

제 2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히든카드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기미노 아리타 작가님은 정신과 전문의다. 요즘은 본업과 상관없이 글들을 너무 잘쓰시는게 아닌가. 전업작가들은 어쩌라고 쓸데없는 걱정을 해보며 책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재작년인 1555년 겨울에 고향을 떠난 로젠과 리리의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때로는 폐허에서 노숙하고, 마을을 찾아 며칠이나 걷기도 했다. 짐승이나 강도에게 습격당한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로젠은 이 아이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소녀는 신기하리만치 직감이 뛰어났다. 상대방 이야기에 섞인 거짓말을 꿰둟어 보았고, 위험이 닥쳐오면얼른 알아차렸다. 리리의 직감 덕분에 목숨을 구한 적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리리의 직감이 어디서 유래됐는지는 짐작이 갔다.

목적지인 마을에 당도하자 마녀재판 중이다. 로젠이 리리와 여행을 떠난 이후 마녀재판을 마주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톨릭과 루터파가 화의를 맺은 만큼 다시 마녀에게 공세를 돌리는 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지만 마녀재판이 활발해지고 있다.

로젠은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에른스트 대학교의 전직 법학교수다. 마을 촌장 모그는 부디 마녀를 심판해 달라고 한다. 아인슈타인령의 통치자인 기욤 글란 아인슈타인 후작의 차남인 란드센 영주가 두 사람을 맞이한다.

마녀가 세 명을 죽였다고 한다. 첨탑에 갇힌 마녀는 앤. 리리는 눈앞의 여성은 화형을 당해야 할 죄인이 아니라고 이미 확신한다. 란드센은 전 사법관 부부와 물레방앗간 관리인이 죽었다고 한다. 신탁사 코펠의 해석에 로젠이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것은 앤의 어머니가 마녀로 처형당했다는 편견에서 시작된 것이다. 앤의 어머니가 만진 아기가 열이 나고 죽었다는 이유로 고발당하고 이변없이 유죄 판결을 내려졌다. 또 마녀의 업이 어머니에게서 딸로 이어진다는 소문이 빠르게 구금된 거였다.

사람들의 증언도 그냥 앤이 마녀이길 바란게 아닐까. 심문과 재판은 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로젠은 말한다. 로젠과 리리는 빈약한 물증과 비논리적인 증언, 명백한 모순이 눈에 띄었지만 무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앤은 마술을 사용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발 당했다.
쟁점은 앤이 마술을 사용했는지, 아닌지를 밝히는 거다. 하지만 어떻게 구별한단 말인가. 결국 끔찍한 고문을 받아 자백한 후에 화형을 당할 공산이 높다. 앤을 마녀라고 단정한 자들에게 앤의 결백을 납득시킬수 있을까.

로젠의 마녀재판 경험은 사랑하는 엘레나가 마녀로 고발당해 변호했다. 사법 당국의 압력과 책략에 빠져 결국 처형되었다. 그 일로 사표를 내고 리리와 도시를 떠났다. 연인을 잊기 위한 시간은 후회로 갈수록 그곳으로 되돌아갔다.

이번에야말로 무죄를 증명하는게 엘레나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앤이 구금된 상태에서 집 열 채에 주술이 사용되었다. 코펠의 예언은 맞긴 한건가? 천상의 목소리는 커녕 악마의 속삭임은 아니고? 성 메니니누무스를 너무 남발하는거 아닌가 싶다.

로젠은 수호성신을 절대시하는 마을에서 오직 논리만으로 앤의 무죄를 입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로젠은 이 어려운 임무를 성공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마녀재판이 본격 미스터리의 불가능 범죄는 완벽한 특수설정 미스터리답게 완벽하게 끝난다.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다. 오늘 죽기 딱 좋은 날이네..나만 떠올랐을까. 16세기의 마녀재판이 눈앞에 펼쳐지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독자들이 선택하기 딱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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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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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게 #정영욱 #부크럼 #도서협찬 #에세이추천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잘잘잘의 작가님 신작 서평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읽다가 내 생각에 빠져드는 거 아닌가..였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손에 놀아 나는데 반면 산문은 매번 내 기억을 끄집어 내고 헤쳐 놓는다. 좋은 기억이건 슬픈 기억이건. 분명 작가님의 이야기인데 말이다. 그러니까 산문이 주는 맛은 맵고, 달고, 쓰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작가님의 글에서 위로받고 감동받은 애독자 들은 생각할 것이다. 내 얘기 같고, 내 얘기는 아니지만 공감가는 이야기들에서 밑줄 긋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을수록 이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구나..또는 아픔도 진솔하게 고백해서 내가 힐링받는구나하고.

예를들면, 어릴적 친구의 다마고치를 훔쳤던 일, 좀도둑처럼 무언가를 훔치고 들키면 수습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여겨져 더는 남의 것에 손대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훔치는 작가가 되고 만것이 아닌가. 그리고 기억으로 남은 아버지의 훈육, 만약에 본인에게 가해진 폭력이었다면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지금은 '사랑의 매'라는 존재 자체가 용납이 안되는 세상이다.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이라 불리며 애틋한 감정으로 재해석되는걸 봤다. 포장되고 관대해진 추억도 조작된 기억도 상실 앞에서는 어쩔수가 없더라. 아니라고,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고 해봐야 이미 없는 사람을 나무라기보다 그 기억을 간직한 사람을 모욕하는거 같아서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만큼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이 또 있을까. 그러니 기다림도 클수밖에 없다고 본다. 미련은 미련맞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는 정말 어떤 인물이었을까. 세상의 반은 부정, 나머지 반은 환멸인 사람. 또 그럴수 밖에 없다고 본다. 주변에서 발생했던 일들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수에게 애정은 네네와 치킨이라는 고양이뿐인가. 아니다. 수와의 만남, 사랑은 특별해보인다. 일단 사람이 특별하니까. 박멸에 동참하기로 하고 왁싱을 선택하거나, 귀가길 전화를 받아주는 일. 쉬운것 같지만 쉬운일이 아니다. 연민과 다정을 품게 하고 홀연히 날아가 버린 무책임한 사람에게.
언어를 해독해야 하고 표현을 해석해야 알 수 있는 수다. 수는 왜 끝끝내 자신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출간된 에세이 중에서 가장 사적인 기록이 아닌가 본다. 사람과 삶과 사랑의 이해를 향한 회고록으로 이해받지 못했던 사람을 향해 오직 이해했던 단 한사람의 기록이 아닐까. 수 뿐만아니라 죽음과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오었던 비, 비도 독특하다. 선물은 써야 한다던. 그래서 비의 말처럼 써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 그것이 바로 사랑이고 글이 되어 산문의 시작점이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닮아가던 비. 사랑을 하면 그를 닳는다. 아니, 사랑을 하면 내가 닳는 것이다.

비의 이야기는 내게 버겁다. 질투를 유발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다. 요즘 세대의 자유분방함에 당황스럽다. 사랑과 다정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추락해 갈때쯤 손을 내밀어 준 구원. 원이다. 산문의 제목이 구원인걸 보면 사실상 주인공이 원인가 싶다. 사랑과 비극을 동시에 꿈꾸는 얄팍한 심경을 결핍이나 우울로 치부하지 않을 사람, '안녕을 바란다'는 문장을 시작의 의미로 해석해 줄 사람. 그래서 편지를 받고 슬프다는 원에게 사랑에 빠진다.

원의 이야기는 책으로 확인하기 바란다. 다 알려주면 재미없으니까. 딱히 반전은 없다. 아버지의 훈육으로 느꼈던 작가님의 아버지. 뺨을 맞았다는 대목에서 갑자기 화가 났다. 가난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은 마음이 가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믿음..속상하다. 부모님과 지인들의 이야기가 사랑이야기보다 더 와닿는다. 이번 산문에서 사랑은 그럭저럭 공감했다고 해야할까. 참고로 나는 60대다.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세상에 그 사람이 없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진다. 목숨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 난 이걸 사랑이라고 여기고 산다. 젊은 사람들의 연애관, 가치관은 존중한다. 구원에게 보내는 정영욱 작가님의 신간을 통해 이 시댕디 사랑법을 또 배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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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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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이는모두날아오른다 #요아힘마이어호프 #사계절출판사

아이가 그린듯한 그림이 그려진 책표지, 자신의 자전적 삶을 다룬 이야기. 독일에서 가장 바쁜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내가 자란 주립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헤스터베르크'라 불린다. 아빠는 의사였는데 원장이 되었을 때 환자 수는 무려 천오백 명이 넘었다. 천오백 명의 정신적 육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들과 나는 환자들에게 갖가지 별명을 붙여주었다. 큰형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저능아였다.

일곱 살이 되고 혼자 학교에 갈 수 있는 권리를 얻은 나는 철문 위로 기어 올라가 문을 넘으려다 화단에서 쓰러진 남자를 발견한다. 학교로 쏜살같이 달려가 교실 문을 열자마자 들뜬 목소리로 기쁜 소식을 전한다. 죽은 사람을 발견했다고. 선생님은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야단친다. 죽은 사람 얘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살이 붙었다.

두 개의 게이트와 병동 현관 앞에서는 극적인 장면이 자주 펼쳐진다. 병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든 나가는 길이든 많은 사람에게 공포의 현장이다. 물론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큰형은 "슬픈 부엉이들의 뒷마당"이라 불렀다. 얼굴조차 구경할 수 없는 환자도 많았다. 여기가 나의 집이었다.

나는 일 학년을 불과 사개월만 다니고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정신을 잃고 분노를 폭발하는 일이 점점 잦아진 것이다. 프리랜서 재활 치료사로 일하는 어머니를 따라 시골로 동행했다. 어머니가 농부들에게 바른 자세를 가르치는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아버지도 가끔 나를 데리고 다녔다.

정신병원 담장 너머의 도시는 정신병원 경내보다 훨씬 비체계적이고 혼란스러웠다. 우리 집은 정원 울타리로 보호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요새의 심장부다. 그 넘어의 도시는 더 이상 내가 속한 세계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정신병원이라는 우주의 주관자였고 의사이자 왕이었다.

거대한 정신병원에서 자란 작가의 유년시절부터 혼란스러운 청소년기, 청년이 되어 집을 떠나기전까지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요하임은 선생님에게는 골칫거리, 가족에게는 시한폭탄이지만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가졌다.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이해받지 못하던 요하임이 공교롭게도 세상이 정신질환자라 부르는 완두콩 왕자페르디난트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세상에서 격리된 이들이 응집된 곳에서 요하임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운다. 환자가 아닌 어른들은 요하임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사실 아버지나 어머니, 선생님들도 요하임의 눈에는 환자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았다.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가? 이 작품 전체가 정상성에 대한 질문이자 유쾌한 풍자인 셈이다. 편견없는 시선으로 인간의 면면을 바라봤던 요하임.

나름대로 이해하려 애썼던 요하임이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가족을 냉담하게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자신조차 정신병원의 환자들을 낯선 존재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요하임이 집을 떠났다가 아버지의 죽음이 가까워지자 정신병원으로 돌아온다.

모든 것을 잃고도 추한 욕망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곁으로 어머니는 이제 막 구축한 새 삶을 허물고 온다. 오랜 세월 배신한 남편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본다. 이 모습은 인생에서 부모님과 함께한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간직된다.

아버지가 떠난 뒤, 폐쇄를 앞둔 정신병원을 거닐며
새삼 자신이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그들의 무절제함과 끊임없는 소란, 너무나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던 그들의 일상적 광기. 한 세계의 상실을 애도한다. 한때는 부정했던 자신의 유년과 화애하면서 비로소 벗어난다.

자전적 삶을 그린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통해 삶의 통찰을 얻는 경험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까마귀인줄 알았는데 검은지빠귀였다. 책표지처럼 재기 발랄하기도 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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