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식 - 우리가 지나온 미래
해원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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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식 #우리가지나온미래 #해원 #텍스티
#txty #같이읽고싶은이야기 #SF #미스터리 #스릴러 #아카식레코드

책표지가 화려하다. 홀로그램까지 추가된 SF 미스터리 스릴러다. 아카식은 아카식 레코드를 말하는 건가. 우리가 지나온 미래속으로 들어가보겠다.

고막을 때리는 재난 문자는 KTX 070 열차 사고다. 편집장도 금일 기사 작성 요령을 카톡으로 보냈다. 늘 9시면 퇴근하던 언니가 소식이 없다. 텔레비전에는 열차 탑승객 명단이 올라오고 언니의 이름이 자막에 뜬다. 홍은희.

내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8중 추돌 사고로 중상을 입고 입원해 있는 동안 대소변을 받아 가며 돌본 언니다. 뇌가 취약한 상태라 본의 아닌 칩거 생활 중이고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큰 빚을 진 언니를 돕기 위해 어뷰징 기사 쓰는 일을 한다.

갑자기 경찰에서 전화다. 언니가 열차에 탄 걸로 확인 된다는 통보 전화.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약봉지를 집어 든 순간 약이 없다. 뇌에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는 약을 먹지 않으면 쓰러진다. 질질 짜고 있을 수만 없다. 언니를 찾아야 한다.

대전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지만 인파로 북적이는 대로변에서 후회가 밀려온다. 경부선 운행이 중단되었으니 여정은 멀고 버겁게 느껴진다. 고속 터미널에 도착했을 땐 녹초가 된다. 키오스크 앞에서 낯선 남자의 도움을 받는다.

남자는 어디 가냐고 묻지도 않고 대전을 눌렀다. 문득 등골이 오싹하다. 창밖을 보니 버스가 출발하고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얼굴이 있다. 까무룩 잠에 빠졌는지 기사의 인기척에 깬다. 가족을 찾으러 온 승객들과 소방서 앞에 모인다.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는 사람들 틈에 겁에 질려 있는 나에게 누군가 선뜻 손을 내민다. 고속 터미널에 남자다. 카페에서 해줄 말이 있단다. 그는 언니가 누군지 알고, 휴대폰을 해킹했고, 여기까지 쫓아왔다. 수상하기 짝이 없다.

070 열차 사건과 관련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 다들 언니를 찾고 있다고 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황당무계한 소리를 한다. 186명이 일제히 증발이라도 했다는 건가. 그는 데미안이라는 대사관 직원이다. 그동안 국정원 요원들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두 여자가 찾아온다. 경찰이라며 언니가 아동을 유괴했다고 전한다. 언니가 다니는 어린이 재단은 없는 곳이라고. 떨어진 약을 타러 입원해 있었던 병원을 찾는다. 처방전이 나간 기록도 없고 의사는 뇌손상을 겪지 않은 수준이라 약이 필요 없다고 한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편의점에 간다. 계산대에서 헛것이 보이자 힘든 일을 연달아 겪다 보니 정신이 나갔나 싶다. 아니다. 방금 내가 본 헛것과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 누군가 편의점으로 들어와 따라오라고 한다. 총을 든 여자의 차에 오른다.

서울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이를 악물고 집을 향해 도망친다. 지프차 한 대가 서고 데미안의 차에 탄다. 위장 요원이 모두 암살 당했다. 아까 그 여자가 올빼미란다. 케테르 재단이 고용한 용병. 국제 범죄 조직이 나를 납치하려고 한 것이다.

데미안은 070 열차가 철교를 지나던 중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목표는 케테르 재단의 실체를 밝히고 조직의 수괴가 누군지 알아내는 것이다. 열차를 찾는건 과학자들의 몫이고 홍은희가 왜 유괴를 했는지 부터 알아보기로 한다.

홍은희가 진짜 언니인지도 의심스러운 찰나 홍선영은 올빼미에게 다시 납치되고 언니가 빼돌린 아이들이 어디있는지 추궁당한다. 왜들 홍선영을 가지고 못 살게들 구는지. 자신의 초능력까지 알게 된 홍선영이 언니를 찾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아카식 레코드가 보내는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가 홍선영이다. 언니의 거짓말,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 로맨스와 기이한 능력의 발현과 시공간을 뛰어넘는 대결까지 온갖 재미난 소스는 죄다 끌어다 쓴 작가의 5차원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조성모의 가시나무새가 떠오른다.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아. 너무 많은 내가 등장하는 아카식의 반전의 반전에 숨이 차다. 비오는 날 SF 소설 읽으면서 듣기 좋은 아카식 BGM 꼭 들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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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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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덤에서춤을추어라 #내무덤에서춤을추어라_서평단 #썸머85 #에이든체임버스 #문학과지성사

세상의 모든 10대에게 던지는 질문, 브랑수와 오종 감독의 <썸머 85>원작이다. 띠지에 보이는 두 소년중 배리가 하고 있는 상아 목걸이가 있어서 같이 찍어 보았다. 내게도 사랑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무덤 침입 혐의로 기소된 16세 소년의 '무덤 훼손'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로 시작한다. 소년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지도 않고 청문회 내내 말없이 앉아만 있다.

스파이크가 애지중지하는 텀블호를 사우스앤드가 자랑하는 부두다리를 지나야 한다. 아직 인생에 싫증 나지 않았고 죽음에 관심 있을뿐 죽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망이 임박한 배 위에 바보처럼 앉아서 떨고 있을 때 '칼립소'라는 이름이 적힌 요트가 다가온다. 장난스런 미소가 담긴 잘생긴 얼굴의 배리 고먼이다. 바로 주검이 된 친구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금 핼은 배리의 무덤에서 한 행동으로 보호관찰관과 면담 중이다. 핼의 사건은 매우 특이하다. 핼은 무덤 훼손죄로 고소되고 두번째 약속대로 무덤에서 춤을 추다 체포되었다.

이야기는 핼이 화자가 되어 배리와의 첫 만남부터 그가 주검이 되기까지 걸린 7주 동안의 일을 써내려간
117개의 단편을 묶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핼의 내밀한 자기 고백이 주를 이룬다. 놓쳐서는 안되는 이유를 대며 핼은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찍듯 중간중간 삽입된 '수정'과 '리테이크' '액션 리플레이'등의 표시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난 뒤 핼이 과거를 돌이키며 고쳐 쓰거나 강조하고 생략한 결과물이다.

핼의 담당 사회복지사 앳킨스의 여섯 편의 현장 보고서는 핼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보고서에 그려진 핼이 쓴 자기 고백적 글쓰기는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오즈번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글쓰기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두 소년의 판이한 뚜렷하게 대비되는 성격처럼 싱그러운 젊음의 열기와 죽음의 어두운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대비되면서 작품의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이끌어 가는데 있다.

핼은 영원을 갈망하면서 죽음이라는 주제에 깊이 골몰하는 모든 것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뭐든지 이해해야 직성이 풀리는 순진무구한 관념적 성향의 소유자다.

반면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로써 삶이 뒤바뀐 배리는 생명력 가득하고 자극을 쫓으며 순간을 살아가는 충동적 성향의 소유자다. 둘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상실을 통해 성장하는 핼을 그린다.

서두부터 충만한 에너지와 성적 매력이 넘치는 해리를 이미 주검이 이라는 단어와 일치시키고, 쾌활하고 생동감 넘치는 카리와 재치있고 수다스러운 이야기 아래 시종일관 죽음의 이미지를 드리운다.

친구 이상이었던 배리의 죽음을 반추하며 과거 회상을 통해 함께여서 좋았던 시절을 되살리는 사랑과 죽음의 이중주는 작품내내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평행선을 유지한다.

하지만 예고된 죽음에 서서히 근접해간다는 점에서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주인공들은 절망보다는 생동의 기운으로 불안한 청춘의 뜨거운 춤을 추려한다.

사랑과 이별, 상실과 죽음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도, 결말까지 유지되는 유쾌한 분위기는 실패와 상실을 딛고 새롭게 일어나는 것이 우리의 영원한 숙제임을 알려준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B급 스릴러 영화가 떠올랐다. 질과 급이 다른 소설이고 영화임이 틀림 없으리라. <썸머 85>를 꼭 찾아봐야 겠다. 잘생긴 얼굴들을 확인해야겠다.

1982년 책이 출간된 이례 작가는 영화로 각색되길 바랬지만 일이 진척되기도 전에 포기됐다고 한다.
38년이나 기다린 끝에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그토록 바라던 바를 이뤄줬다. 85세 때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기뻐했을 에이든 체임버스의 소원이 이루어져 나도 기쁘다.

두 소년의 사랑이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냥 두 사람이 사랑을 했다고 치자. 그럼 만족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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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카멜레온 Endless 4
노희준 지음 / &(앤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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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카멜레온 #노희준 #로희 #넥서스 #서평단

2005년에 출간된 첫 소설집 <너는 감염되었다>의 개정판이 20년 만에 새얼굴로 다시 나왔다. 8편의 단편들이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하다.

1️⃣ 너는 감염되었다
새로 산 노트북이 이상하다. 바빠서 유야무야 2주를 보낸다. 김은 A 반도체 방화벽 담당자다. 내노라하는 해커들로부터 정보를 지키는 문지기, 웹상의 경호원이다. 노트북의 바이러스는 회사에서는 괜찮고 집에 오자 나타난다. 거두절미하고 '감염'을 검색하다가 간암으로 돌아가신 엄마가 떠오르는데...모르면 약, 아는 게 병이라고. 허무한 결말이다.

2️⃣ 비행접시
남자와 생머리의 밀회 현장을 덮친 파마머리. 셋은 북엇국을 먹으러 간다. 모든 게 너무 일방적이다. 생머리는 가해자고 파마머리는 피해자다. 남자는 용서해달라고 빌었던 게 언제냐는 듯 먹어댄다. 생머리의 가슴속에는 혐오가 일어난다. 남자에 품었던 애저을 순식간에 쓸어버리는데...남자의 비행접시가 남자만의 것이 아님은 틀림없지만 골때리는 반전이다.

3️⃣ 부왕아이르부자르
예감이 이상하다고 출근 하지말라고 생떼를 쓰는 야를 두고 갈수가 없다. 하지만 손님을 태우고, 또 태우고 끼니마저 넘겨 버린다. 오늘은 기사 생활 3년째를 맞고 내일은 야의 23번째 생일이다. 다급하게 탄 손님이 다짜고짜 대전으로 가자고 하는데..부왕아이르부자르가 뭔가 했더니 인도의 똥이름 이지만 더이상 웃을 수 없는 비참한 이야기다.

4️⃣ 벙어리 방울새의 죽음
오후 6시가 되면 여섯 개의 무지개 칵테일을 완성하는 씨씨. 나는 그녀의 동료 바텐더 쥴리다. 씨씨는 주변의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슬픈 이방인 같다. 맞은편 포장마차에는 미친 노파가 욕지거리를 하고 손님들은 학대받으러 오는데..분리성 장애를 겪는 저주받은 아들의 영혼 이야기다.

5️⃣ 내 사랑 카멜레온
철학자들과 밤을 새운 나는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 내던져진 지식인의 고독한 실존을 뼈저리게 느낀다. 5일 전 연인 바람녀가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그녀의 메일을 받은 다음 날 그들을 만난다. 제우와 시오 그들의 술자리 이후 그녀는 바람녀가 되었는데..대단한 문학가라고 착각하는 한심한 인간들에게 엿먹인 바람녀 멋지네.

6️⃣ 시계 없는 방
정확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그는 내방에 온다. 간호사에게 질문을 하고 이런저런 처방을 내리는데 30초 이상을 쓰지 않는다. 창문에 베란다를 놔주고, 연필을 깎아달라고 한다. 죽지 않겠다는 나의 맹세를 하얀 옷의 사람들은 믿지 않는데...시계 없는 방에서 미쳐가는 그녀가 기억하는 진실은 과연 진실일까.

7️⃣ 야식 夜食
옆 골목에 <일심>이라는 새 야식집이 생겼다. 붕어는 뱁새눈으로 용케 여자가 시마이하는걸 본다. 별명처럼 붕어는 기억력이 나빴다. 양아치를 왜 때렸는지 까맣게 잊는다. 양아치는 일심 전단지를 돌리다 들키는데...붕어가 왜 얻어터졌는지는 알겠는데 붕어니까 잊겠지.

8️⃣ 캔 CAN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혐오하게 되어 특별히 아끼던 책들을 성냥불로 그어 태워 없앴다. 책들을 처분하고 그 자리에 캔을 세웠다. 캔의 구멍에 귀를 대면 나를 옥죄고 있는 삶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받고 있는 듯한 안도감을 느꼈는데...
무호의 유령과 아마존의 행방을 찾아 환상속의 자신을 찾는 이야기.

8편의 단편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고뇌와 일탈을 다루고 있어 하나같이 불안하다. 답답한 현실속에서 자기 내면과 싸우며 병리적 징후를 보이는 인간들이다.

그야말로 카멜레온 같은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삶과그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물들이 겪는 내적 갈등과 병리적 이상심리조차 그들이 처한 부조리한 환경 안에서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새로운 차원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상처받은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 사랑 카멜레온>은 작가의 작품이 언급되어 소설속의 소설을 보는듯하다. <비행접시>와 <야식>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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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미래 묻고 답하다 6
고관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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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는 작디작은 미생물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바꾼 이야기이자, 앞으로 미생물이 바꿔나갈 미래를 다룬다.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인류 등장 이전부터 지구는 수십억 년 동안 미생물로 덮여 있었다. 생명을 이어가는데 절대적인 '먹을 것'에 관해서는 미생물에 의존해왔다. 술도 빵도 모두 미생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효모가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발효가 바로 이 생명체에 의한 생물학적 과정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이가 바로 세균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다. 원래 화학자였다가 생물학 연구로 방향을 전환했다.

알코올 발효가 살아 있는 생명체의 활동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포도주 맛을 변화시킨 원인이 젖산균으로 알코올 발효 대신 젖산 발효를 하는 세균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술이나 우유를 멸균할 때 사용하는 저온살균법을 그의 이름을 따서 파스퇴르화라고도 한다. 효모는 술뿐만 아니라 빵을 만드는 데도 필수적이다. 효모는 유전적으로 구별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양조나 제빵에 사용되는 균주를 인류가 애초에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균주들을 교차 번식해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류는 효모로 일용할 양식을 얻고 삶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었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고 즐거움을 준 미생물을 이야기 했으니 소수에 불과하긴 하지만 인간 역사에 두려움을 드리운 무서운 미생물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역사 속에 등장한 미생물을 만나보자.

2,400년 만에 드러난 고대 그리스 몰락의 복병이 '아테네 역병'이라 불린 미생물이다. 바로 장티프스의 원인균인 살모넬라다. 아테네의 역병이 고대 그리스 문명의 몰락하는데 중요한 원인이다. '염병'이 무시무시한 저주이자 욕설인 이유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통일신라 시기 여역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장질부사'라 불리기도 했다. 장티푸스의 일본어 발음을 음차해서 쓴 것이다.

그런데 장질부사 전에 감염질환에 쓰이던 병명이 바로 '염병'이다. '염병할 놈'과 같이 쓰이는 욕이다. 상대방을 향한 무시무시한 욕이 아직까지도 자연스럽게 쓰인다는게 음..장티푸스 말고도 콜레라와 이질도 역사에서 커다란 역할을 한 감염질환이자 미생물이다. 천연두는 최초로 인위적인 면역의 원리가 적용된 질병이다. 제너에 의해 천연두는 박멸된다.

아스테라 왕국과 잉카 제국을 집어삼켜 멸망을 재촉한 범인은 작디작은 바이러스인 천연두였다. 마마라는 명칭은 치명적인 질병을 높여 불러서라도 달래려는 바람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마마. 유럽의 정복자들이 콜롬버스의 교환 또는 사악한 선물로 아메리카 대륙에 옮겨놓은 미생물이 퍼뜨린 질병이 천연두만이 아니다. 홍역과 장티푸스, 볼거리, 말라리아, 결핵과 같은 온갖 것이 유입되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미생물은? 바로 매독이다. 지금까지 여전히 논란이 종식되지 않고 있다. 매독이 언제 어디서 기원했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제목 한번 기똥차게 잘 지었다.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는데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일찍이 알고 있는 부분과 새롭게 알게된 미생물에 대해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준다.

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미생물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우리 삶과 생태계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존재임을 일깨워주고, 반감이 아닌 공감의 시각으로 미생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지나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짚어주는 책이다.

미생물은 과거뿐 아니라 곧 현재가 될 미래여도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최근에는 암을 치료하는 데 미생물을 직접 적용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아직도 달성하지 못한 질병에서의 해방은 미생물에서 그 답을 찾을수 있을지 모른다.

BTS의 <세렌디피디> 노래 가사를 음미해 보았다. 푸른 곰팡이가 만들어낸 페니실린이 구원의 천사임에 틀림없다. 드라큘라가 모기로 환생했다고 생각하는 나는 모기가 싫다. 이런저런 재밌는 생각이 드는 미생물 책이라면 열 권이라도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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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이야기 - 제9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
공은지 지음 / 템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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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이야기 #공은지 #템북 #어른동화 #어른을위한그림책 #tembook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이다. 띠지에 '숨기고 싶은 비밀을 안고 사는 모든 이에게 지금 모습 그대로, 괜찮다고 전하는 위로' 라고 적혀있다. 어떤 그림책 일지 들어가보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에서 임금님 귀보다 더 큰 귀가 주인공이다. 작은 마을 바람에 풀이 눞는 소리가 들리는 그곳에 귀는 아빠와 산다.

그러다 아빠가 직장을 옮겨 이사를 한다. 귀는 새로운 동네가 신기하다. 하지만 어떤 소리는 귀를 매우 힘들게 하고 아빠는 귀마개를 준다.

친구들과 뛰놀면 힘든 것도 잊고 학교에서 잘 지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귀를 괴롭히는 소리가 들린다. 괴로움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러던 어느 날, 참을 수 없어 학교 문을 박차고 나간다. 답답함에 신경질적으로 귀를 파고 누가 이상하게 여길까 두려워 쫓기듯 그곳을 떠난다.

친구들도 귀도 서로에게 선뜻 다가갈 수 없자 서서히 친구들과 멀어지고 그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귀는 어른이 된다.

귀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들어주는 것을 잘하는 귀는 심리상담사가 된다. 일을 하면서 묘한 위로를 받는다. 사람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가면 몹시 피곤한 귀는 귀를 판다. 왠지 모를 죄책감에 이 이상한 취미를 이해받지 못할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 종일 말하는 게 어찌나 힘든지..당신은 귀라서 아마 이해 못 할 거요"라는 말을 듣는다. 귓속에서 계속 같은 말이 맴돈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걷던 귀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 기울인다. 할아버지의 말소리가 그친 허공에는 나뭇잎 소리만 들려온다.

그리고 깨닫는다. 집 안 깊숙이 숨겨 둔 귀이개를 꺼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들에게 자유로워 진다.

그림이 엄청 독특하다. 아이들이 보면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귀는 모든 소리를 듣는다. 백색소음부터 자연의 소리, 마음의 소리까지.

남모를 내면의 아픔을 겪고 스스로 치유하는 귀 이야기.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비로소 나 자신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비밀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귀 파는 시간의 비밀은 내가 나라는 시간을 느끼는 거라는 거. 어른을 위한 그림책 맞다. 귀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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