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덤에서춤을추어라 #내무덤에서춤을추어라_서평단 #썸머85 #에이든체임버스 #문학과지성사 세상의 모든 10대에게 던지는 질문, 브랑수와 오종 감독의 <썸머 85>원작이다. 띠지에 보이는 두 소년중 배리가 하고 있는 상아 목걸이가 있어서 같이 찍어 보았다. 내게도 사랑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무덤 침입 혐의로 기소된 16세 소년의 '무덤 훼손'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로 시작한다. 소년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지도 않고 청문회 내내 말없이 앉아만 있다.스파이크가 애지중지하는 텀블호를 사우스앤드가 자랑하는 부두다리를 지나야 한다. 아직 인생에 싫증 나지 않았고 죽음에 관심 있을뿐 죽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그렇게 사망이 임박한 배 위에 바보처럼 앉아서 떨고 있을 때 '칼립소'라는 이름이 적힌 요트가 다가온다. 장난스런 미소가 담긴 잘생긴 얼굴의 배리 고먼이다. 바로 주검이 된 친구다.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금 핼은 배리의 무덤에서 한 행동으로 보호관찰관과 면담 중이다. 핼의 사건은 매우 특이하다. 핼은 무덤 훼손죄로 고소되고 두번째 약속대로 무덤에서 춤을 추다 체포되었다.이야기는 핼이 화자가 되어 배리와의 첫 만남부터 그가 주검이 되기까지 걸린 7주 동안의 일을 써내려간 117개의 단편을 묶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핼의 내밀한 자기 고백이 주를 이룬다. 놓쳐서는 안되는 이유를 대며 핼은 이야기를 이어간다.마치 한 편의 영화를 찍듯 중간중간 삽입된 '수정'과 '리테이크' '액션 리플레이'등의 표시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난 뒤 핼이 과거를 돌이키며 고쳐 쓰거나 강조하고 생략한 결과물이다.핼의 담당 사회복지사 앳킨스의 여섯 편의 현장 보고서는 핼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보고서에 그려진 핼이 쓴 자기 고백적 글쓰기는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오즈번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글쓰기다.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두 소년의 판이한 뚜렷하게 대비되는 성격처럼 싱그러운 젊음의 열기와 죽음의 어두운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대비되면서 작품의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이끌어 가는데 있다.핼은 영원을 갈망하면서 죽음이라는 주제에 깊이 골몰하는 모든 것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뭐든지 이해해야 직성이 풀리는 순진무구한 관념적 성향의 소유자다.반면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로써 삶이 뒤바뀐 배리는 생명력 가득하고 자극을 쫓으며 순간을 살아가는 충동적 성향의 소유자다. 둘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상실을 통해 성장하는 핼을 그린다.서두부터 충만한 에너지와 성적 매력이 넘치는 해리를 이미 주검이 이라는 단어와 일치시키고, 쾌활하고 생동감 넘치는 카리와 재치있고 수다스러운 이야기 아래 시종일관 죽음의 이미지를 드리운다.친구 이상이었던 배리의 죽음을 반추하며 과거 회상을 통해 함께여서 좋았던 시절을 되살리는 사랑과 죽음의 이중주는 작품내내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평행선을 유지한다.하지만 예고된 죽음에 서서히 근접해간다는 점에서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주인공들은 절망보다는 생동의 기운으로 불안한 청춘의 뜨거운 춤을 추려한다.사랑과 이별, 상실과 죽음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도, 결말까지 유지되는 유쾌한 분위기는 실패와 상실을 딛고 새롭게 일어나는 것이 우리의 영원한 숙제임을 알려준다.처음에 제목을 보고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B급 스릴러 영화가 떠올랐다. 질과 급이 다른 소설이고 영화임이 틀림 없으리라. <썸머 85>를 꼭 찾아봐야 겠다. 잘생긴 얼굴들을 확인해야겠다.1982년 책이 출간된 이례 작가는 영화로 각색되길 바랬지만 일이 진척되기도 전에 포기됐다고 한다. 38년이나 기다린 끝에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그토록 바라던 바를 이뤄줬다. 85세 때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기뻐했을 에이든 체임버스의 소원이 이루어져 나도 기쁘다.두 소년의 사랑이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냥 두 사람이 사랑을 했다고 치자. 그럼 만족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