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카멜레온 Endless 4
노희준 지음 / &(앤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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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카멜레온 #노희준 #로희 #넥서스 #서평단

2005년에 출간된 첫 소설집 <너는 감염되었다>의 개정판이 20년 만에 새얼굴로 다시 나왔다. 8편의 단편들이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하다.

1️⃣ 너는 감염되었다
새로 산 노트북이 이상하다. 바빠서 유야무야 2주를 보낸다. 김은 A 반도체 방화벽 담당자다. 내노라하는 해커들로부터 정보를 지키는 문지기, 웹상의 경호원이다. 노트북의 바이러스는 회사에서는 괜찮고 집에 오자 나타난다. 거두절미하고 '감염'을 검색하다가 간암으로 돌아가신 엄마가 떠오르는데...모르면 약, 아는 게 병이라고. 허무한 결말이다.

2️⃣ 비행접시
남자와 생머리의 밀회 현장을 덮친 파마머리. 셋은 북엇국을 먹으러 간다. 모든 게 너무 일방적이다. 생머리는 가해자고 파마머리는 피해자다. 남자는 용서해달라고 빌었던 게 언제냐는 듯 먹어댄다. 생머리의 가슴속에는 혐오가 일어난다. 남자에 품었던 애저을 순식간에 쓸어버리는데...남자의 비행접시가 남자만의 것이 아님은 틀림없지만 골때리는 반전이다.

3️⃣ 부왕아이르부자르
예감이 이상하다고 출근 하지말라고 생떼를 쓰는 야를 두고 갈수가 없다. 하지만 손님을 태우고, 또 태우고 끼니마저 넘겨 버린다. 오늘은 기사 생활 3년째를 맞고 내일은 야의 23번째 생일이다. 다급하게 탄 손님이 다짜고짜 대전으로 가자고 하는데..부왕아이르부자르가 뭔가 했더니 인도의 똥이름 이지만 더이상 웃을 수 없는 비참한 이야기다.

4️⃣ 벙어리 방울새의 죽음
오후 6시가 되면 여섯 개의 무지개 칵테일을 완성하는 씨씨. 나는 그녀의 동료 바텐더 쥴리다. 씨씨는 주변의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슬픈 이방인 같다. 맞은편 포장마차에는 미친 노파가 욕지거리를 하고 손님들은 학대받으러 오는데..분리성 장애를 겪는 저주받은 아들의 영혼 이야기다.

5️⃣ 내 사랑 카멜레온
철학자들과 밤을 새운 나는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 내던져진 지식인의 고독한 실존을 뼈저리게 느낀다. 5일 전 연인 바람녀가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그녀의 메일을 받은 다음 날 그들을 만난다. 제우와 시오 그들의 술자리 이후 그녀는 바람녀가 되었는데..대단한 문학가라고 착각하는 한심한 인간들에게 엿먹인 바람녀 멋지네.

6️⃣ 시계 없는 방
정확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그는 내방에 온다. 간호사에게 질문을 하고 이런저런 처방을 내리는데 30초 이상을 쓰지 않는다. 창문에 베란다를 놔주고, 연필을 깎아달라고 한다. 죽지 않겠다는 나의 맹세를 하얀 옷의 사람들은 믿지 않는데...시계 없는 방에서 미쳐가는 그녀가 기억하는 진실은 과연 진실일까.

7️⃣ 야식 夜食
옆 골목에 <일심>이라는 새 야식집이 생겼다. 붕어는 뱁새눈으로 용케 여자가 시마이하는걸 본다. 별명처럼 붕어는 기억력이 나빴다. 양아치를 왜 때렸는지 까맣게 잊는다. 양아치는 일심 전단지를 돌리다 들키는데...붕어가 왜 얻어터졌는지는 알겠는데 붕어니까 잊겠지.

8️⃣ 캔 CAN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혐오하게 되어 특별히 아끼던 책들을 성냥불로 그어 태워 없앴다. 책들을 처분하고 그 자리에 캔을 세웠다. 캔의 구멍에 귀를 대면 나를 옥죄고 있는 삶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받고 있는 듯한 안도감을 느꼈는데...
무호의 유령과 아마존의 행방을 찾아 환상속의 자신을 찾는 이야기.

8편의 단편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고뇌와 일탈을 다루고 있어 하나같이 불안하다. 답답한 현실속에서 자기 내면과 싸우며 병리적 징후를 보이는 인간들이다.

그야말로 카멜레온 같은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삶과그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물들이 겪는 내적 갈등과 병리적 이상심리조차 그들이 처한 부조리한 환경 안에서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새로운 차원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상처받은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 사랑 카멜레온>은 작가의 작품이 언급되어 소설속의 소설을 보는듯하다. <비행접시>와 <야식>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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