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오키타 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달새언덕의마법사 #오키타엔 #비채 #비채3기서포터즈 #힐링소설

실물이 훨씬 더 예쁜 신비로운 분위기의 책 표지가 '힐링책'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종달새 마을로 이사를 간 아이리는 집 근처에 마녀가 운영하는 마법상점이 있다고 메이에게 알려준다.
"마법상점은 종달새 먼덕이라는 곳에 있어. 그래서 '종달새 언덕의 마녀'라고 불린대" 아이리의 말을 듣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설렌다.

메이는 초등학교 때 마법사가 아이를 구하고 화상을 치료해주는 걸 본적이 있다. 아이리가 알려준 종달새 언덕 마법상점을 찾아간다.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운 소녀가 마녀라니 전혀 예상밖이다. 자신을 스이라 한다. 회색 고양이 니케는 친구라고.

메이는 왼쪽 팔의 커다란 화상 흉터를 없애기 위해 찾아온 것인데 스이는 거절한다. 이유는 "네 안에 망설임이 있기 때문이야" 어째서인지 메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 채 돌아온다.

불꽃놀이 하다가 생긴 화상 흉터로 유토는 메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지켜주려한다. 메이는 그런 유토가 불편하다. 고등학교 입학식이 코앞인데 같은 고등학교에 갈 생각에 우울하다. 발코니 문을 긁는 고양이가 낯익다. 니케는 입에 문 종이를 내밀고 사라진다.

편지를 읽고 어안이 벙벙해진 메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법상점에 가겠노라 마음먹지만, 조건을 보고 긴장한다. 유토에게 종달새 마을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고 유토도 이유를 묻지 않는다.

마법으로 흉터를 없앨 수 있다는 말에 유토는 자신 때문에 생긴 화상 흉터를 없애달라고 애원한다. 스이는 메이에게 정말로 없애고 싶은건 흉터가 아니라 유토 마음속에 있는 짐이라 한다.

스이 말이 맞다. 그것이야말로 메이의 진짜 소원이다. 유토의 인생을 옭아맬 자신의 존재와 흉터가 원망스럽다. 흉터만 없어진다면 유토를 벗어날 수 있다. 정작 유토는 죄책감이 아닌 감정이다.

결국 마법은 필요없었지만 뭔가 달달하니 이게 마법이 아니고 뭔가 싶다. 고양이 쿠로와 이별을 앞둔 화가 미노루 이야기,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 하루코 이야기, 상실의 아픔을 겪고 감정을 잃은 형 요시히코가 걱정인 도키오 이야기가 계절별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그동안 세탁소이기도, 시계점이나 베이커리 등등 마법사가 등장하는 소설이 꽤 있었다. 다양한 마법사가 마법을 부렸다면 스이는 마녀면서 마법이 라기보단 상담사의 역할을 해낸다.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달까.

P254
마음은 무엇보다도 강해. 하지만 말로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도 있지. 말은 때때로 마법보다 더 큰 기적을 일으켜.

봄을 상징하는 밝고 경쾌한 울음소리의 종달새가 떠오르는 종달새 마을의 종달새 언덕 마법상점을 찾는 사람들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마녀를 찾는다.
아름답고 착한 마녀가 인간들에게 베푼 사랑의 온정,
마지막 마법상점의 유래가 밝혀지며 뜻밖의 반전이 기다린다.

우리 동네 언덕에도 마법상점이 있다면 내 소원은..욤하고 대화해 보고 싶다. 스이가 소원을 들어주려나. 따뜻하고 감동적인 스토리의 힐링도서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밀실황금시대의살인 #눈의저택과여섯개의트릭 #가모사키단로 #밀실미스터리 #리드비 #서평단

추리소설 중에서도 밀실살인은 특히 좋아하는 장르다. 밀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긴장감과 미스터리를 증폭시켜 논리적인 추리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재미가 있다.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문고 그랑프리 수상작인 만큼 그동안의 밀실 추리소설을 뛰어넘으리라 본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밀실살인 추리소설의 특징인 평면도 그림과 등장인물이 소개되어 있는데 일본은 이름과 성이 헷갈려서 이런 친절함이 너무 좋다. 일본 최초로 일어난 밀실살인 사건은 삼 년 전 겨울에 일어났다. 범인은 금방 잡혔고 유죄 선고를 내릴 증거도 충분했다. 단, 불가능 상황 그러니까 완벽한 밀실에 경찰과 검찰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

즉, 어떤 인간도 범행이 불가능했다는 뜻으로 무죄판결을 받는다. 국민들은 커다란 충격과 함께 이 판결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밀실사건이 네 건이나 일어나고 그 다음달에는 일곱 건..밀실은 마치 전염병처럼 사회에 침투한다. 최근 삼 년 사이 3할이 밀실살인이다. 그야말로 밀실살인 황금시대라 하겠다.

사이타마에 예티를 찾으러 간다는 요즈키.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거라며 가스미에게 같이 가자고 한다. 설백관에 묵을 거라는 말에 흥분을 감훌 수 없는 가스미. 설백관 밀실사건은 십 년 동안 깨지지 않은 밀실로 그 당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겸사겸사 요즈키의 예티 찾기도 조금 도와줄겸 설백관을 향한다.

가스미는 스카이 피시를 찾으러 왔다는 후쿠오카에 사는 영국인 펜릴 앨리스해저드를 만난다. 메이로자카의 안내로 '설백관 밀실사건'이 일어난 방에 간 가스미. 십 년 전 유키시로 바쿠야가 주최하는 홈 파티에서 일어난 밀실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밀실에 도전하는 사구리오카라는 남자를 만난다.

사구리오카는 밀실탐정이다. 이 나라에서 밀실사건이 빈번히 일어난 후 새롭게 생긴 직업이다. 밀실의 수수께끼를 풀고 국가에서 보수를 받는다. <이 밀실탐정이 대단하다> 베스트 10 안에 든 적이 있다고. 왜 웃기지. 잡지 취재를 겸해서 방문했다고 한다. 두 시간 후, 둘다 수수께끼 앞에서 백기를 든다.

국민 배우 하세미 리리아가 외모가 변변찮은 매니저가 등장한다. 다른 투숙객은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하던차 미소녀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미쓰무라가 나타난다. 일 년만의 재회다. 요즈키가 궁금해 한다. 뉴스에서 투숙 예정인 두 명이 버스 사고로 죽었다고 흘러나온다.

사고 뉴스에 당황하던 그때 '새벽의 탑' 교단의 로고 마크가 그려진 사제복의 남자가 들어선다. 일본에서 첫 밀실살인이 일어났던 그 삼 년 전부터 세력이 커졌다. 살인 현장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그 현장을 사진으로 찍고 성물로 사용한다. 그리고 그들이 숭배하는 살인 현장 중 최고봉이 밀실살인 현장이다.

신부 이름은 간자키. 그의 방문 목적은 제보 때문이다. 오늘 밤 이 저택에서 밀실살인 사건이 일어난다고. 정작 간자키의 방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비명소리가 들린다. 문에는 하트 A가 그려진 트럼프가 붙어 있다. 문을 부수고 다같이 들어갔다. 전등 불빛이 비추는 남자는 간자키다.

자신이 밀실살인 사건의 피해자가될 줄 알았을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뚜껑이 꽉 잠긴, 플라스틱 병 안에는 열쇠가 들어 있다. 틀림없이 모방범이다. '설백관 밀실사건'의 재현이다. 신고하려니 전화선이 끊겨 있다. 클로즈드 서클의 정석이라고 사구리오카 말한다.

제발로 와서 밀실에서 살해된 간자키. 범인은 오 년전의 트럼프 연쇄살인 사건에 사용된 트럼프를...범인은 자기 빼고 전부 죽일 생각인가? 산을 내려갈 생각으로 나왔지만 금세 위화감이 느껴진다. 다리가 없다. 설백관은 외부 세계와 격리되었다.

설백관 밀실 트릭을 가볍게 밝히는 미쓰무라의 정체. 죽은 아버지의 위 속에 미쓰무라의 손톱이 발견된 이야기는 우리 영화 공공의 적이 떠오른다. 어쨌거나 계속되는 연쇄 살인과 천재 미쓰무라의 추리에 감탄하면서 밀실 황금시대에나 존재할법한 '밀실 제조사'가 누굴지, 과연 범인의 정체는? 밀실과 사랑에 빠지면 범인이 되기도 하고 범인을 잡기도 한다. 머리가 터질것 같은 범행 현장에서 장난기 가득한 대화로 조금은 유머스런 작품이다. 밀실 트릭 대잔치를 확인하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같은 방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같은방 #서윤후 #최다정 #열린책들 #도서협찬 #둘이서시리즈 #에세이집 #추천도서

<쓰기일기>를 통해 알게 된 서윤후 시인과 한문학자 최다정, 두 작가의 만남이 어떨지 무척 궁금하다. 집이 아닌 방이라 그런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방에 대한 이미지가 작가님들은 특별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책과 책상, 그리고 창문은 한 묶음으로 언제나 책상의 자리로는 창문 곁이 제격이라는 최다정 작가는 반가운 손님을 위해 방 한편에 의자 두길 추천한다. 새어 들어 온 소리 중 제일 좋았던 건 초등학교 어린이들 소리였다고. 나도 학교 옆에서 살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가 역시 아이들의 웃음 소리만큼 행복한 소리도 없는것 같다. 오래전 한문으로 쓰인 옛글을 공부한 밤들은 달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요즘은 창문을 통해 달이 보이면 행운이랄지.이사 온 집에서 지난 방을 그려 보는 작가님이다.

고양이를 키우고 난 이후 방문을 한 번도 닫아 본 적이 없다는 서윤후 작가님의 내 방 사용 설명서..어쩜 개나 고양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온전히 개방이 필수인가 보다. 발밑에 반려견의 코고는 소리를 들어야 잠이 오는 나이기도 하다. 일년 내내 5월 5일로 멈춰진 수동달력처럼 문고리에는 크리스마스 리스가, 간이 옷걸이는 아동용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 곳. 수도없이 주소를 옮겨도 변함없이 웅크림을 발명한 현장이기도 한 서윤후 작가님의 방 이야기다.

의자는 방에서 제일 처연하다고 느껴지는 사물이라는 최다정 작가님. 내겐 방에 의자가 있다고 해야 하나 없다고 해야 하나. 화장대 앞에 의자가 분명 있는데 용도는 이것저것 올려져있어 앉아본 적이 없다. 꺼꾸리에 빨래가 올려져 있는 것처럼. 식탁에 있는 의자나 쇼파도 별 느낌은 없다. 의자가 휴식을 의미한다기 보다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것 같다. 의자를 건너뛰고 침대로 직행하는 나에겐. 역시 작가님들에게 의자는 특별한가보다.

의자는 생각을 재료로써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가구 중 하나라는 서윤후 작가님. 앉았던 의자에서 다음 의자에게로 나를 보내 주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니..역시 사색하는 시인 맞다. 어릴적 밥상이 곧 책상이 되고, 그나마 내게 차례가 오지 않으면 방바닥이 곧 책상이 되던 시절에 좁은 방에 책걸상이 들어왔다. 공부 잘하는 언니를 위해 부모님이 마련해 준 것이다. 언니는 그곳에 앉아 외교관을 꿈꾸며 정외과를 나왔다. 나도 앉아도 되나 싶던 불편한 기억이다.

최다정 작가님의 도토리 사랑을 읽다보니 친정집 김치냉장고에 있을 30년 묵은 도토리 가루가 떠오르면서 엄마 생각이 절로 난다. 너도나도 산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도토리를 주워다 도토리 가루를 내어 묵을 쑤어 먹던 시절이 있었다. 도토리 한알도 주워가면 법에 걸린다고 엄포를 놓는 단속반에 헛탕을 치고 도토리 줍기를 접으셨다. 우린 다행이라 여긴 것이 이미 도토리를 줍다가 허리를 다친 경험이 있어서다. 우리가족에겐 도토리묵 자체가 슬픔이고 엄마다.

최다정 작가님과 서윤후 작가님이 주거니 받거니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자꾸 떠오르는 과거 그리고 현재의 나는 같은 방에서 우리가 된다. 살아온 시절은 달라도 많은 방이 닮았다. 산문은 봉인된 추억을 소환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집주인 안방에서 무릎꿇고 TV를 시청하던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 전세사기까지 골고루 인생 경험이 있다.

한가족이 열한 명이다 보니 방 두개에 빽빽하게 잠이 들던 기억과 집을 사서 방 세 개가 되고부터 콩기름 바른 구들장이 얼마나 넓어 보였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집을 짓는 다면 카페의 통창처럼 넓고 예쁜창이 있고, 책장 빼곡히 좋아하는 책을 꽂아둘 서재 겸 거실을 갖고 싶다. 방에 대해서 미련이나 로망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내사전에 방탈출도 없다. 방은 그저 책을 읽다 잠이 드는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면 그만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방'으로써 역할을 한다면 충분하다.

서윤후 작가님은 익히 글을 잘 쓰신다 생각했는데, 최다정 작가님은 정말 글을 다정하게 쓰신다. 읽으면서 바로 그림이 떠오르는 경험을 했다. 셋이 편하게 걸터 앉아 살아온 얘기를 한다면 커피가 소주가 되고 달을 술잔에 담지 않을까 싶다. 좋은 책을 읽으면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반갑다. 이 행운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
아마네 료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감각아름다운밤에 #아마네료 #블루홀식스 #미스터리소설 #서평단 #스포금지령

공감각이라니..태어나 처음 듣는 감각이다. 무관한 두 개 이상의 감각을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한다는 것을 뜻한다. 알고보면 우리가 흔히 접한 감각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공감각이란 특정한 감각이 또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주측으로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탄생한 미스터리다.

피해자를 살해하고 굳이 시신을 불태우는 사이코 킬러 플레임의 연쇄 살인 사건. 세 번째 시신이 발견된다. 아마야 가렌, 16세 소녀다. 그동안 피해자가 노숙인들이라 상관없던 사람들에게 가렌의 죽음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가렌을 잃은 슬픔과 혼자 남매를 키운 어머니가 앓아누워 계시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호소하는 산시로. 모레 동생의 장례식을 치른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어 전망대에 홀로 서서 창밖을 본다. 언제 다가왔는지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여자가 말을 건다.

설마 죽고 싶어진 건 아니지? 긴 은발이 아름답게 흔들리는 그녀는 목소리가 보인다고 한다. 목소리에서 색을 느끼는 그녀는 자신에게 공감각이 있다고. 소리에 청각과 함께 시각이 반응해서 어떤 소리를 들으면 색이나 형태가 보인다고 한다.

'색청'이라 불리는 공감각이다. 미야는 너무 강력한 나머지 맨눈으로 일상생활도 불편해 특수한 렌즈를 껴서 조절한다. 이런 능력으로 프레임 사건 수사를 의뢰받은 탐정되시겠다. 가렌에게 이상한 낌새가 있었는지 묻는다.

본격적으로 탐정의 수사가 시작되는 것인가? 그 전화만 받았어도 가렌은 살았을지도 모른다. 가렌이 어머니한테 연락했더라면 살았을까? 서바이벌 나이프까지 샀던 산시로는 플레임을 찾아 찔러 죽일 작정었을까. 그러면서도 목숨을 끊고 싶어 한다.

오토미야가 플레임을 직접 붙잡지는 못할지라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산시로는 수사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미야의 대답은 의외다. 산시로를 의심한다고..가렌 일은 모방범죄일 수도 있다고. 산시로는 조수겸 용의자다.

갑자기 산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한다는게 탐탁치 않지만 어쨌거나 범인을 잡기 전까지는 모두 의심해야 한다. 산시로의 친구 겐지, 가렌이 좋아했던 레이까지..9년 전 폐공장 사건은 또 뭐지? 소리가 보이는 감각으로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정체불명의 의뢰인이 전례없는 공감각 탐정 미야에게 수사를 맡긴 이유가 분명 있을테다. 사건을 해결하는 그녀의 공감각 능력을 소설속의 주인공으로 만든 아마네 료의 실험 정신과 도전적인 서사의 전통 및 독창성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한다.

제43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한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의 참신한 매력에 푹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범인이라 여긴 용의자를, 절반도 지나기전에 플레임이라 지목한 미야를 보며 뭐야..난 공감각 보다 더한 능력이 있나 착각했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파란색..살인을 기도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희대의 살인마 목소리가 들린다면 정말 괴로울것 같다. 가녀린 미녀 탐정의 도전적인 모습이 매력적이다. 백발 마녀전의 임청하를 능가하는 은발의 탐정.

계속되는 연쇄 살인 사건을 공감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본다. 나의 기우를 비웃기라도 하듯 완벽하게 상상을 뛰어넘는다. 반전에 반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새로운 발상에 너덜너덜 초죽음을 맛본다.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가 '재밌으면 무엇이든 된다'라는 모토의 메피스토상을 받은 건 당연하게 아닐까. <공감각>은 '미야 시리즈'로 현재까지 세 권의 후속작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독특한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조건 엄지척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가태어나는곳에서 #고레에다히로카즈 #비채 #비채3기서포터즈

책 띠지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은 <세 번째 살인>촬영 현장 사진이다. 배두나 배우가 열연한 <공기 인형>이 감독님의 작품이다. 이 책은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 대한 기록으로 배우를 섭외하고 촬영지를 헌팅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스토리보드를 그리며 촬영 동선을 계획하는 고레에다 감독의 A부터 Z까지 공들여 영화를 준비하고 만드는 모습을 담았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노년 여배우는 카트린 드뇌브다. 1960년대 프랑스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여배우다. 우리에겐 너무나 유명한 <쉘브르의 우산> 주인공 되시겠다.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6구의 자택에서 애견과 산책 갈 수 있는 반경 50미터 정도가 파리라 생각한다. 영화 촬영을 위해 두 달 가까이 집을 내줄 수 있는 큰 저택은 없는데 파리를 떠나기 싫어 한다.

딸로 출연하는 또 한명의 여배우는 한 번도 함께 출연한 적이 없다는 쥘리에트 비노슈다. <퐁네프의 연인들>로 스타가 되고 한국팬에게도 사랑받았다. 감독에게 비노슈는 작품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었다. 여기에 헐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가 등장한다. 여기선 이선 호크로 표기해 헷갈리게 한다. 오랜만에 만난다는 설정에 카트린이 업신여기기 어렵지 않은 국적이라나 뭐라나.

안과 밖, 위와 아래를 엄격하게 구별하려는 태도, 분위가 영 불편하다. 이게 나라 차원의 영화 제작을 둘러싼 환경이며 사고방식의 차이에 기인하는 건지, 단순히 프로듀서의 사람됨 때문인지...일본과 시스템이 다르다고 느낀다.

드뇌브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나리오 아이디어가 몇 개 떠오르고 귀중한 체험을 실감한다. 시나리오를 읽고 뱅상은 변호사를 선임해 두는 게 좋겠다고 농담한다. 시나리오 속 에피소드가 카트린 자신의 인생과 겹친다. 또 신인 여배우 역과 아역 오디션을 하고 일정에 따른 진도를 보여주며 약 육 개월에 걸친 감독의 파리 생활도 들려준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통역사를 거쳐 전달 되었을 감독의 의도가 명배우들에게 제대로 통한 영화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찍은 스케치 사진부터 촬영중 스태프에게 보낸 새해 연하장, 어느 날의 고민이 담긴 일기, 호크에게 보낸 편지 등과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350여 개의 각주를 붙여둔 너무 친절한 책이다. 특유의 절제되고 섬세한 연출력과 스토리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감독님의 인간적인 면을 담은 에세이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물론이고 그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