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방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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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일기>를 통해 알게 된 서윤후 시인과 한문학자 최다정, 두 작가의 만남이 어떨지 무척 궁금하다. 집이 아닌 방이라 그런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방에 대한 이미지가 작가님들은 특별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책과 책상, 그리고 창문은 한 묶음으로 언제나 책상의 자리로는 창문 곁이 제격이라는 최다정 작가는 반가운 손님을 위해 방 한편에 의자 두길 추천한다. 새어 들어 온 소리 중 제일 좋았던 건 초등학교 어린이들 소리였다고. 나도 학교 옆에서 살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가 역시 아이들의 웃음 소리만큼 행복한 소리도 없는것 같다. 오래전 한문으로 쓰인 옛글을 공부한 밤들은 달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요즘은 창문을 통해 달이 보이면 행운이랄지.이사 온 집에서 지난 방을 그려 보는 작가님이다.

고양이를 키우고 난 이후 방문을 한 번도 닫아 본 적이 없다는 서윤후 작가님의 내 방 사용 설명서..어쩜 개나 고양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온전히 개방이 필수인가 보다. 발밑에 반려견의 코고는 소리를 들어야 잠이 오는 나이기도 하다. 일년 내내 5월 5일로 멈춰진 수동달력처럼 문고리에는 크리스마스 리스가, 간이 옷걸이는 아동용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 곳. 수도없이 주소를 옮겨도 변함없이 웅크림을 발명한 현장이기도 한 서윤후 작가님의 방 이야기다.

의자는 방에서 제일 처연하다고 느껴지는 사물이라는 최다정 작가님. 내겐 방에 의자가 있다고 해야 하나 없다고 해야 하나. 화장대 앞에 의자가 분명 있는데 용도는 이것저것 올려져있어 앉아본 적이 없다. 꺼꾸리에 빨래가 올려져 있는 것처럼. 식탁에 있는 의자나 쇼파도 별 느낌은 없다. 의자가 휴식을 의미한다기 보다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것 같다. 의자를 건너뛰고 침대로 직행하는 나에겐. 역시 작가님들에게 의자는 특별한가보다.

의자는 생각을 재료로써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가구 중 하나라는 서윤후 작가님. 앉았던 의자에서 다음 의자에게로 나를 보내 주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니..역시 사색하는 시인 맞다. 어릴적 밥상이 곧 책상이 되고, 그나마 내게 차례가 오지 않으면 방바닥이 곧 책상이 되던 시절에 좁은 방에 책걸상이 들어왔다. 공부 잘하는 언니를 위해 부모님이 마련해 준 것이다. 언니는 그곳에 앉아 외교관을 꿈꾸며 정외과를 나왔다. 나도 앉아도 되나 싶던 불편한 기억이다.

최다정 작가님의 도토리 사랑을 읽다보니 친정집 김치냉장고에 있을 30년 묵은 도토리 가루가 떠오르면서 엄마 생각이 절로 난다. 너도나도 산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도토리를 주워다 도토리 가루를 내어 묵을 쑤어 먹던 시절이 있었다. 도토리 한알도 주워가면 법에 걸린다고 엄포를 놓는 단속반에 헛탕을 치고 도토리 줍기를 접으셨다. 우린 다행이라 여긴 것이 이미 도토리를 줍다가 허리를 다친 경험이 있어서다. 우리가족에겐 도토리묵 자체가 슬픔이고 엄마다.

최다정 작가님과 서윤후 작가님이 주거니 받거니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자꾸 떠오르는 과거 그리고 현재의 나는 같은 방에서 우리가 된다. 살아온 시절은 달라도 많은 방이 닮았다. 산문은 봉인된 추억을 소환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집주인 안방에서 무릎꿇고 TV를 시청하던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 전세사기까지 골고루 인생 경험이 있다.

한가족이 열한 명이다 보니 방 두개에 빽빽하게 잠이 들던 기억과 집을 사서 방 세 개가 되고부터 콩기름 바른 구들장이 얼마나 넓어 보였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집을 짓는 다면 카페의 통창처럼 넓고 예쁜창이 있고, 책장 빼곡히 좋아하는 책을 꽂아둘 서재 겸 거실을 갖고 싶다. 방에 대해서 미련이나 로망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내사전에 방탈출도 없다. 방은 그저 책을 읽다 잠이 드는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면 그만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방'으로써 역할을 한다면 충분하다.

서윤후 작가님은 익히 글을 잘 쓰신다 생각했는데, 최다정 작가님은 정말 글을 다정하게 쓰신다. 읽으면서 바로 그림이 떠오르는 경험을 했다. 셋이 편하게 걸터 앉아 살아온 얘기를 한다면 커피가 소주가 되고 달을 술잔에 담지 않을까 싶다. 좋은 책을 읽으면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반갑다. 이 행운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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