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묻고미생물이답하다 #고관수 #갈매나무 #역사 #과학 #미생물 #생물학 #팬데믹 #효모 #효소 #청소년 #책 #추천도서 #책추천 #책스타그램#독서 #갈매나무서포터즈14기 #지상의책<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는 작디작은 미생물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바꾼 이야기이자, 앞으로 미생물이 바꿔나갈 미래를 다룬다.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인류 등장 이전부터 지구는 수십억 년 동안 미생물로 덮여 있었다. 생명을 이어가는데 절대적인 '먹을 것'에 관해서는 미생물에 의존해왔다. 술도 빵도 모두 미생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효모가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발효가 바로 이 생명체에 의한 생물학적 과정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이가 바로 세균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다. 원래 화학자였다가 생물학 연구로 방향을 전환했다.알코올 발효가 살아 있는 생명체의 활동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포도주 맛을 변화시킨 원인이 젖산균으로 알코올 발효 대신 젖산 발효를 하는 세균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술이나 우유를 멸균할 때 사용하는 저온살균법을 그의 이름을 따서 파스퇴르화라고도 한다. 효모는 술뿐만 아니라 빵을 만드는 데도 필수적이다. 효모는 유전적으로 구별되기도 한다.연구자들은 양조나 제빵에 사용되는 균주를 인류가 애초에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균주들을 교차 번식해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류는 효모로 일용할 양식을 얻고 삶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었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고 즐거움을 준 미생물을 이야기 했으니 소수에 불과하긴 하지만 인간 역사에 두려움을 드리운 무서운 미생물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역사 속에 등장한 미생물을 만나보자.2,400년 만에 드러난 고대 그리스 몰락의 복병이 '아테네 역병'이라 불린 미생물이다. 바로 장티프스의 원인균인 살모넬라다. 아테네의 역병이 고대 그리스 문명의 몰락하는데 중요한 원인이다. '염병'이 무시무시한 저주이자 욕설인 이유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통일신라 시기 여역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장질부사'라 불리기도 했다. 장티푸스의 일본어 발음을 음차해서 쓴 것이다.그런데 장질부사 전에 감염질환에 쓰이던 병명이 바로 '염병'이다. '염병할 놈'과 같이 쓰이는 욕이다. 상대방을 향한 무시무시한 욕이 아직까지도 자연스럽게 쓰인다는게 음..장티푸스 말고도 콜레라와 이질도 역사에서 커다란 역할을 한 감염질환이자 미생물이다. 천연두는 최초로 인위적인 면역의 원리가 적용된 질병이다. 제너에 의해 천연두는 박멸된다.아스테라 왕국과 잉카 제국을 집어삼켜 멸망을 재촉한 범인은 작디작은 바이러스인 천연두였다. 마마라는 명칭은 치명적인 질병을 높여 불러서라도 달래려는 바람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마마. 유럽의 정복자들이 콜롬버스의 교환 또는 사악한 선물로 아메리카 대륙에 옮겨놓은 미생물이 퍼뜨린 질병이 천연두만이 아니다. 홍역과 장티푸스, 볼거리, 말라리아, 결핵과 같은 온갖 것이 유입되었다.그렇다면 반대로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미생물은? 바로 매독이다. 지금까지 여전히 논란이 종식되지 않고 있다. 매독이 언제 어디서 기원했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제목 한번 기똥차게 잘 지었다.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는데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일찍이 알고 있는 부분과 새롭게 알게된 미생물에 대해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준다.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미생물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우리 삶과 생태계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존재임을 일깨워주고, 반감이 아닌 공감의 시각으로 미생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지나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짚어주는 책이다.미생물은 과거뿐 아니라 곧 현재가 될 미래여도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최근에는 암을 치료하는 데 미생물을 직접 적용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아직도 달성하지 못한 질병에서의 해방은 미생물에서 그 답을 찾을수 있을지 모른다.BTS의 <세렌디피디> 노래 가사를 음미해 보았다. 푸른 곰팡이가 만들어낸 페니실린이 구원의 천사임에 틀림없다. 드라큘라가 모기로 환생했다고 생각하는 나는 모기가 싫다. 이런저런 재밌는 생각이 드는 미생물 책이라면 열 권이라도 환영이다.
#귀이야기 #공은지 #템북 #어른동화 #어른을위한그림책 #tembook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이다. 띠지에 '숨기고 싶은 비밀을 안고 사는 모든 이에게 지금 모습 그대로, 괜찮다고 전하는 위로' 라고 적혀있다. 어떤 그림책 일지 들어가보겠다.'임금님 귀는 당나귀'에서 임금님 귀보다 더 큰 귀가 주인공이다. 작은 마을 바람에 풀이 눞는 소리가 들리는 그곳에 귀는 아빠와 산다.그러다 아빠가 직장을 옮겨 이사를 한다. 귀는 새로운 동네가 신기하다. 하지만 어떤 소리는 귀를 매우 힘들게 하고 아빠는 귀마개를 준다.친구들과 뛰놀면 힘든 것도 잊고 학교에서 잘 지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귀를 괴롭히는 소리가 들린다. 괴로움은 차곡차곡 쌓여간다.그러던 어느 날, 참을 수 없어 학교 문을 박차고 나간다. 답답함에 신경질적으로 귀를 파고 누가 이상하게 여길까 두려워 쫓기듯 그곳을 떠난다.친구들도 귀도 서로에게 선뜻 다가갈 수 없자 서서히 친구들과 멀어지고 그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귀는 어른이 된다.귀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들어주는 것을 잘하는 귀는 심리상담사가 된다. 일을 하면서 묘한 위로를 받는다. 사람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가면 몹시 피곤한 귀는 귀를 판다. 왠지 모를 죄책감에 이 이상한 취미를 이해받지 못할것 같다.그러던 어느 날 "하루 종일 말하는 게 어찌나 힘든지..당신은 귀라서 아마 이해 못 할 거요"라는 말을 듣는다. 귓속에서 계속 같은 말이 맴돈다.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걷던 귀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 기울인다. 할아버지의 말소리가 그친 허공에는 나뭇잎 소리만 들려온다.그리고 깨닫는다. 집 안 깊숙이 숨겨 둔 귀이개를 꺼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들에게 자유로워 진다.그림이 엄청 독특하다. 아이들이 보면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귀는 모든 소리를 듣는다. 백색소음부터 자연의 소리, 마음의 소리까지. 남모를 내면의 아픔을 겪고 스스로 치유하는 귀 이야기.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비로소 나 자신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비밀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귀 파는 시간의 비밀은 내가 나라는 시간을 느끼는 거라는 거. 어른을 위한 그림책 맞다. 귀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녹을때까지기다려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디저트앤솔러지 #비채 #비채2기서포터즈 #서평단 한손에 쏙 들의오는 귀여운 그림의 책이다. 이야기도 귀여울지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민트초코 브라우니_오한기김영사에서 디저트 앤솔러지를 출간할 계획이라며 청탁한 초콜릿 테마 단편을 덜컥 수락한다. 그러나 막상 마감이 다가오자 후회가 된다. 초콜릿에 대해 뭘 쓰더라도 유의미한 소설이라 잠깐 초코릿은 제쳐두고 요새 격변기를 맞은 인생에 대해 보따리를 푼다. 작은 원룸까지 얻어 운영하기 시작한 공부방이 문전성시를 이뤘기 때문이다. 국어 전문 학원 장 원장에게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 오지만 조율 차이로 거절한다. 사업을 확장하고 장 원장과 같은 층에 들어가게 되는데...초콜릿 보면 똥 생각 날듯. 아무튼 장 원장이 승리한 이야기다.세계의 절반_한유주2046년 봄 이제는 과거의 공휴일이 된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과 함께 한 정민은 일행들과 한탄강 트레킹에 나선다.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한 곳에서 구체를 발견한다. 그날 저녁 회식자리에서 망설이다 안구를 주웠다며 보여 준다.순간 정교하고 예리한 빛이 이내 민형의 이마에 새로 자리한 그것은 검은 홍채에 은색 동공의 눈이다. 민형의 세 번째 눈이 재현하는 장면들이 펼쳐지고 누구의 전생인지 펼쳐지는데...눈이 세 개면 괴물인가. 치과 의자가 문명의 첨단일 거란 생각은 못해봤다.모든 당신의 젤리_박소희조조 영화관은 한산하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무심결에 들여다 본 젤리 봉지 안 젤리와 눈이 마주친다. 주황색 곰 젤리가 눈앞에서 바들바들 떤다. 그러니까 젤리는 원래 사람이었다. 췌장암 말기 환자죽기 전에 젤리가 되길 선택한 덕에 새해를 맞았고 삼백구십구 개가 더 있다는데...그 사람은 또다시 젤리를 기다린다.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젤리였다니 의외다.박하사탕_장희원추모 공원 아래 야트막한 산의 중턱 있는 호수. 선영은 허옇게 살비듬이 일어난 얼굴로 걷고 싶다 말한다. 선영과 나는 오래전에 절교한 사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지낸다는 공통점으로 선영과 나, 연주 늘 셋이서 친하게 지냈다. 연주의 발인이 아니면 만날 일도 없었을 터였는데...추모공원을 다녀온 아줌마들처럼 웃을수 있을까. 식후엔 박하사탕이지. 라이프 피버_이지나는 류블랴나에 살고 있다. 한국을 떠난온 후 어머니 집에 단 한 번 방문했다. 떠난 김에 돌아가지 않을 뿐이라 그 마음이 불가피한 이유라면 그런 셈이다. 그날 나는 슈톨렌을 사가지고 갔다. 나는 십 년 전 조카에게 애인을 빼앗았다. 이 모든 일의 근원에는 어머니가 있다고 생각했는데...참 성의없이 가족 관계다. 초콜릿, 이스파한, 젤리, 박하사탕, 슈톨렌을 소재로 디저트를 테마로한 앤솔러지다. 민트초코 브라우니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처럼 실감나는 글이었다. 절박한데 웃긴. 세계의 절반의 이스파한은 디저트가 생소하면서 가장 궁금증을 유발한다. 모든 당신의 젤리는 하리보가 떠오르면서 말랑말랑한 젤리가 400개 동시에 쳐다보면 오싹한 느낌이 들 것만 같다. 박하사탕은 어떤 걸 먹어도 후식으로 제공되는 박하사탕처럼 뒷끝은 깔끔하게 끝내버리는 관계가 떠오르고, 라이프 피버는 장애를 가진 딸에게 미안한 감정은 커녕 참으로 모순덩어리로 일관하는 어머니에게 집 앞에서 사 온 디저트도 과분하단 생각이 든다.디저트 가게가 만연하고 거의 가격과 칼로리가 한끼 식사와 맞먹는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찾는 설빙은 과체중을 유발한다. 그리고 절때 녹을 때까지 기다릴수 없다. 제목이 녹을 때까지 기다려가 된 이유가 뭘까. 입안에서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삶을, 고통을, 상실을, 후회를 입안에서 녹아들 때까지 음미하고 되짚어보고 감정을 다스린다.다섯 편 모두 색다른 맛이 나는 소설이었다. 책표지 만큼 귀여운 얘기는 없었던 걸로.
#폭포의밤 #미치오슈스케 #청미래 #이벤트당첨청미래 출판사에서 나의 여름 독서 취향 이벤트가 있었다. 사실 사계절 모두 공포 장르를 좋아하긴 하지만 역시 여름엔 특히나 뼈속까지 시원하게 해줄 오싹한 공포물이 최고다. <폭포의 밤> 보내주셔서 감사드리며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모모카는 우편함에 들어있는 연하장 두 장을 들고 들어온다. 하나는 부모님, 다른 하나는 언니 히리카 앞으로 왔다. 1년 동안 돌아오지 않을지언정. 언니는 분명 살아있다.오늘로 딱 1년이다. 실종당시 언니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언니의 자전거가 등산로 입구에서 발견되고 집 밖으로 들고 나간 적이 없는 인형이 고코강 물가에 떨어져 있었다.모모카는 언니의 비밀 SNS 계정을 발견한다. 게시물은 세 개. 언니가 사라진 날 오후다. 언니는 테리베아 선생님을 데리고 가쿠레이 산에 뭘 하러 간 걸까. 묘진 폭포에 간 것 아닐까. 언니는 묘진 폭포의 전설을 믿었다. 신이 소원을 이루어주길 바랐다. 모모카는 목에 카메라를 건 오쓰키를 만난다. 묘진 폭포에 있는 건 저승의 신이라 한다. 폭포의 신이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목숨을 빼앗는다 말한다. 오쓰기의 카메라에 히리카의 사진이 저장되어 있다.산장지기 오쓰키가 괜히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오쓰키의 어머니도 오래전에 행방불명되었다. 모모카는 언니의 1년 전 행동을 재연하다 위기를 맞고 도움을 받으러 산장을 찾는다.모모카는 손전등을 빌려 떠난다. 오쓰키는 냉동고 설명서를 찾고 있었다. 수명을 다한 냉동고 속에는 시체가 있다. 이럴줄 알았다니까. 모모카는 오쓰키가 떠난 산장에 다시 들어간다.커다란 냉동고에서 벌려진 한쪽 눈을 본다. 아슬아슬하게 도망친 모모카는 폭포 관람대에서 오쓰키를 만난다. 오쓰키를 속여 무사히 벗어난다. 오쓰키는 여고생 옆에 언 자신의 어머니 시체를 발견한 게 누굴까 생각한다. 1장 묘진 폭포에서 소원을 빌어서는 안 된다는 이렇게 두 개의 사건을 보여주며 끝난다. 2장 머리 없는 남자를 구해서는 안된다는 대피소에서 여자 시체가 두 구가 발견된 이후의 연장선이다. 목매달린 남자 인형이 있는 삼촌을 둔 신의 이야기다.3장 그 영상을 조사해서는 안 된다는 은둔형 외톨이의 자살과 폐륜 아들을 부모가 죽인 사건이 연이어 연결된다. 4장 소원 비는 목소리를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히리카가 실종된지 3년 전 그로부터 1년 후에모모카는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다.연작으로 모두 독립된 이야기같지만 연결되어 있다. 가쿠레이 산, 묘진 폭포, 고코 강, 무쿠로 다리.. 지명 모두가 죽음을 가리킨다. 그리고 얽히고 설킨 등장인물들이 재등장한다. 읽을수록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마지막 반전으로 모든 실마리가 풀린다. 어쨌거나 폭포에서 소원을 빈 사람들의 소원은 이루어진 셈이다. 모두 값비싼 희생을 치렀지만.제목이 왜 폭포의 밤인가 했더니 첫 장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수는 노래제목 따라간다는 속설이 있는데 지명따라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는 처음본다. 함부로 소원을 빌어서도 안된다는 느낌도 들고. 오해의 소지를 남기며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만 바로 수수께끼를 풀 필요도 없이 모든 감춰진 진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바로 숨겨진 비밀을 슬쩍 던지며 뭐가 진실일까 게임을 하게 만든다. 미치오 슈스케는 각 단편을 쓸 때마다 3길로그램은 빠졌을 정도로 <폭포의 밤> 집필 작업이 힘들었다고 한다. <절벽의 밤>을 잇는 고난도 추리소설이니 당연하다. '안 된다' 시리즈 3편을 기대해 보면서 여름에 볼만할 책으로 추천한다.
#점거당한집 #최수진 #박지리문학상 #사계절 제4회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품이다. 앞선 작품들과 달리 경장편이 아닌 단편 3편이 한 편으로 엮인 연작소설이다. 세 편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겠다.길위의 희망ㅡ광주 편시위대로 잠입한지 보름 만에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쫓겨난다. 취재기자로서는 초조한데 전당에 머무는 입장으로는 묘하게 느긋해진 내가 만난 찬란 씨는 시카고 출신 한인 2세로 스트리트 댄서다. 대사관을 통해 귀국하는 대신 28인치 트렁크를 끌고 시위대에 합류했다. 어리벙벙한 나의 취재 배낭도 정작 새벽에 기습적으로 진압이 이루어져 둘 다 짐을 챙기지 못한다. 진압대는 효율적으로 제압되어야 할 물건 더미처럼 다룬다. 대외적 리더인 눈 씨, 최초 점거자 하마 씨와 딱새 씨 남매. 쌍둥이 자매 빵 씨와 장미 씨 모두를. 눈 씨는 광주 시민들의 억울한 역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리라 희망을 품었다. 취재기자인 나는 재난을 고발해야 했으나 전당에 머무는 그 고발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잃는다. 돌아갈 마땅한 집이 없는 시위대 동료들과의 짧은 만남이다. 1980년대를 떠올리는 2031년 원전 사고 이후 이야기는 어째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서 보낸 과거의 이야기같다. 2036년에도 BTS는 영원하길..점거당한 집ㅡ용인 편누나가 전화를 받지 않자 어머니가 가보라고 시킨다. 누나는 며칠 전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의 전시를 마무리한 차였다. 2033년 6월 한낮 최고기온이 43도에 달하는데 한일은 하니의 집을 찾는다. 경찰은 어제까지 백남준아트센터 내 카페에서 카드와 핸드폰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하니는 2031년 5월 광주비엔날레에 신진작가로 초청받아 전시할 예정이었다가 월성원전사고로 중지되었다.난장판이 된 집을 치우며 한일은 누나를 떠올린다. 이 집은 비밀이 무성하게 방치된 집이다. 한일은 숨겨진 위장카메라를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 닦아서 식탁위에 올려 놓는다. 자신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전시공간에 숨어든 누나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에게 줄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 하니는 무엇을 준비했을까? 미술관에 칩거한 누나를 만난다. <점거당한 집-2044>는 한일이 하니의 전시를 재해석한 전시공간이 된다. 금일의 경주ㅡ경주 편작가 금일의 첫 성공작 집필은 경주에 들어가서 시작됐다. 금일은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아니라 산만하고 장황해서 오히려 빈약해 보이는 글쓰기를 한참 고수했다. 경주 근현대사박물관 3층 구석의 열람실에 전시된 낡은 일기가 그 이유다. 일기에서 전해지는 것은 우울이다. 복잡한 연애사와 약물중독 문제도 겹쳐 금일은 자신이 줄곧 어루만지던 소설적 주제를 파악하는 데 꽤나 오래 걸렸다. 2034년 경주는 파괴된 역사 도시가 아닌 역사가 파괴된 폐허였다. 이주 지원 비용으로 받은 돈의 반은 식비로, 반은 책을 구입하는데 썼다. 결국 경주 생활은 금일에게 날개나 밧줄이 아닌 두 발만 지닌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재인식시켰다. 어떤 이들은 이때부터 죽음이라는 주제에 끌렸으리라 추론한다.내가 2044년 근현대사박물관을 찾아 '작가의 방'에 남은 금일의 흔적을 보려한다. 경주시를 대표하는 작가라지만 금일의 방은 넓지 않다. 문화예술전시관을 나눠 써야 해서 그렇다. 그래도 터무니없는 소품에 유난히 생경하다. 청년 작가로 박물관에 전시된 건 관계자들 중 아무도 금일의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설처럼 실제로 읽지 않고서도 아는 척하기 쉬운 매체도 드무니까.천년의 도시 경주가 폐허가 되고 금일은 경주시의 재개발로 쫓겨난 이들을 조직해 항의시위를 계획했다. 금일을 비롯해 두 명의 여성을 더 살해한 남자는 그냥 아무 동기도 없었다고 한다. 금일이 나를 위한 글을 썼다. 나는 금일을 위해 글을 쓰지 않았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점거 시위로 노숙의 장이 되고, 집은 영상 포퍼먼스 작업의 무대가 된 반면 미술관은 생활의 장이 된다. 박물관의 작가의 방은 생전의 금일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방이다. 소설이란 근본적으로 난잡한 장소인 것이다. 소설과 장소가 동종의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맞나? 작가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세 편의 주인공들이 예술가라는 점과 미래 시점에서 쓰인 소설로 과거를 애도하는 점이 특이하다.박지리문학상 수장작품의 면모가 확실한 작품이다. 속되게 지리다는 표현을 쓰고 싶은 책이다. 최수진 작가의 색깔이 드러난 또 다른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