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을때까지기다려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디저트앤솔러지 #비채 #비채2기서포터즈 #서평단 한손에 쏙 들의오는 귀여운 그림의 책이다. 이야기도 귀여울지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민트초코 브라우니_오한기김영사에서 디저트 앤솔러지를 출간할 계획이라며 청탁한 초콜릿 테마 단편을 덜컥 수락한다. 그러나 막상 마감이 다가오자 후회가 된다. 초콜릿에 대해 뭘 쓰더라도 유의미한 소설이라 잠깐 초코릿은 제쳐두고 요새 격변기를 맞은 인생에 대해 보따리를 푼다. 작은 원룸까지 얻어 운영하기 시작한 공부방이 문전성시를 이뤘기 때문이다. 국어 전문 학원 장 원장에게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 오지만 조율 차이로 거절한다. 사업을 확장하고 장 원장과 같은 층에 들어가게 되는데...초콜릿 보면 똥 생각 날듯. 아무튼 장 원장이 승리한 이야기다.세계의 절반_한유주2046년 봄 이제는 과거의 공휴일이 된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과 함께 한 정민은 일행들과 한탄강 트레킹에 나선다.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한 곳에서 구체를 발견한다. 그날 저녁 회식자리에서 망설이다 안구를 주웠다며 보여 준다.순간 정교하고 예리한 빛이 이내 민형의 이마에 새로 자리한 그것은 검은 홍채에 은색 동공의 눈이다. 민형의 세 번째 눈이 재현하는 장면들이 펼쳐지고 누구의 전생인지 펼쳐지는데...눈이 세 개면 괴물인가. 치과 의자가 문명의 첨단일 거란 생각은 못해봤다.모든 당신의 젤리_박소희조조 영화관은 한산하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무심결에 들여다 본 젤리 봉지 안 젤리와 눈이 마주친다. 주황색 곰 젤리가 눈앞에서 바들바들 떤다. 그러니까 젤리는 원래 사람이었다. 췌장암 말기 환자죽기 전에 젤리가 되길 선택한 덕에 새해를 맞았고 삼백구십구 개가 더 있다는데...그 사람은 또다시 젤리를 기다린다.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젤리였다니 의외다.박하사탕_장희원추모 공원 아래 야트막한 산의 중턱 있는 호수. 선영은 허옇게 살비듬이 일어난 얼굴로 걷고 싶다 말한다. 선영과 나는 오래전에 절교한 사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지낸다는 공통점으로 선영과 나, 연주 늘 셋이서 친하게 지냈다. 연주의 발인이 아니면 만날 일도 없었을 터였는데...추모공원을 다녀온 아줌마들처럼 웃을수 있을까. 식후엔 박하사탕이지. 라이프 피버_이지나는 류블랴나에 살고 있다. 한국을 떠난온 후 어머니 집에 단 한 번 방문했다. 떠난 김에 돌아가지 않을 뿐이라 그 마음이 불가피한 이유라면 그런 셈이다. 그날 나는 슈톨렌을 사가지고 갔다. 나는 십 년 전 조카에게 애인을 빼앗았다. 이 모든 일의 근원에는 어머니가 있다고 생각했는데...참 성의없이 가족 관계다. 초콜릿, 이스파한, 젤리, 박하사탕, 슈톨렌을 소재로 디저트를 테마로한 앤솔러지다. 민트초코 브라우니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처럼 실감나는 글이었다. 절박한데 웃긴. 세계의 절반의 이스파한은 디저트가 생소하면서 가장 궁금증을 유발한다. 모든 당신의 젤리는 하리보가 떠오르면서 말랑말랑한 젤리가 400개 동시에 쳐다보면 오싹한 느낌이 들 것만 같다. 박하사탕은 어떤 걸 먹어도 후식으로 제공되는 박하사탕처럼 뒷끝은 깔끔하게 끝내버리는 관계가 떠오르고, 라이프 피버는 장애를 가진 딸에게 미안한 감정은 커녕 참으로 모순덩어리로 일관하는 어머니에게 집 앞에서 사 온 디저트도 과분하단 생각이 든다.디저트 가게가 만연하고 거의 가격과 칼로리가 한끼 식사와 맞먹는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찾는 설빙은 과체중을 유발한다. 그리고 절때 녹을 때까지 기다릴수 없다. 제목이 녹을 때까지 기다려가 된 이유가 뭘까. 입안에서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삶을, 고통을, 상실을, 후회를 입안에서 녹아들 때까지 음미하고 되짚어보고 감정을 다스린다.다섯 편 모두 색다른 맛이 나는 소설이었다. 책표지 만큼 귀여운 얘기는 없었던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