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김준녕 지음 / 고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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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보다스파게티가맛있는천국 #김준녕 #고블 #도서출판들녘 #SF소설 #서평단

김준녕 작가님은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로 만났다.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자 되시겠다. 젊고 잘생긴 작가님의 이번 SF는 블랙코미디를 선사한다고 한다.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다른 외계 생명체가 언젠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 믿는 김 교수가 죽었다. 부당하게 고발당한 여자 희는 제적당하고 정신병에 시달리다 김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가 최를 만나는데... 당연히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어야지..

연구실을 뛰쳐나오는 둘의 최초의 조우가 서로를 향해가는 첫 발이 된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표제작처럼 나머지 여덟 편의 단편도 한국사회가 처해 있는 사회 풍속도를 여러 방면에서 그 부조리한 측면들을 코믹하게 고발한다.

과거 차를 팔던 딜러였다. 그가 팔던 차에서 사고가 났고 고객을 보호해야 할 운전석의 프레임이 무참히 구겨지면서 고객은 자동차 프레임에 깔려 죽었다.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고 그는 자신이 판 차를 생각하는데..누가 그러던데 페라리 한번 타보고 죽고 싶다고. 아이러니를 극대화 시킨 노숙자의 반란을 그린 <프레임>

온실가스 발생 관련 범죄를 5대 강력 범죄보다 죄질이 나쁜 것으로 간주하는 세상. 한마디로 중세 시대로 돌아간 시대에 맥주맛을 알아버린 주인공의 웃지 못할 반전은 더 있다. 바로 화성. 화성이 천국이라면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 이 세상이 천국일텐데 왜 지옥처럼 그려질까. <에코카보니스트>

나래호를 취재차 대전을 향하는 기자는 미리 기사를 예약 메일로 걸어놓고 장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메일을 보내는데..우주를 오가는 시대에 전단지로 종이접기를 하는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종이접기는 4차원이라던 아저씨도 그냥 아저씨는 아니었던 <코스믹 오리가미>

인간이 대적할수 없는 존재 판타레이. 사라와 탄은 논휴먼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그들은 판타레이가 언젠가 내놓을 궁극의 답에 자신들이 기여하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릴 하는데...뛰어난 지성을 가진 AI판타레이가 신이 아니면 뭐겠는가. 인간은 또 신을 위해 모든것을 바치는 나약한 인간이구나. 인간에게 궁극의 답을 알려 줄 <궁극의 답>

옥토는 해물탕 밀키드에서 나왔다. 새끼 문어는 살려달라고 한다. 옥토는 공장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였다. 야행성 옥토는 한밤중만 되면 떠들어대는데...춤을 추고 싶다는 옥토 말하는 문어와 마지막 춤을 추는 이야기 <악마와 함께 춤을>

사고 여파로 뇌에 문제가 생긴건 아닐까 생각하는 핍은 어둠 속에서 목소리를 듣는다. 어쩌면 인긴이 아닐 수도 있다. 핍에게 선택지는 나아가는 것 뿐인데...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지옥인줄 알았는데 이런 잔액 부족으로 전력 생산실에 보내진거라니
이러다 트라우마 올 것 같은 <턴 스핏 도그>

예산 감소로 연구소가 폐쇄되고 모두들 떠난다. 많은 인턴들이 연구를 정식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후회와 패배를 느끼는데...선충들의 이상 반응을 보고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는데 장유유서가 왜 나오냐. 한국의 앞날이 참 어둡다 <코리아 닉테이션>

어느 날 A의 소설이 AI에 의해 씌여졌다고 보도된다. 연이은 계약 파기에 A는 파산하는데...인간 창작 확인 센터에 지원해 글을 쓰고 필증을 받는 작가 이야기 <적정한 신뢰> 앞으로의 미래가 형량을 채우고 나오는 죄수같다면 누가 글을 쓰겠는가. 아님 현재도 이런 현실일까? 시놉시스는 또 한편의 소설.

김준녕 작가님은 책 제목부터 특이하게 지어서 이게 뭔가 싶게 궁금증을 유발케 한다. 아홉 편의 단편들은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된 인물들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재현하여 어떻게 그 억울함이 잘못된 대상에게
전가되는지까지 보여준다.

억까는 세상의 억울함은 이전 선조 때부터 한으로 남은 우리가 풀수 없는 지리한 문제점이 아닐까. 괄호안의 글이라든지, 풍자 가득한 씁쓸한 맛의 유머는 뒷끝이 슬프다. 아마도 김준녕 작가님의 매력이겠지만. 색다른 맛의 단편은 SF가 재미없다는 사람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SF가 드라마보다 재밌는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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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시호도 문구점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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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시호도문구점 #우에다겐지 #크래커 #감동소설 #힐링소설 #스튜디오오드리 #도서협찬

책표지부터 힐링 소설입니다..라고 쓰여있다. 고양이 두 마리가 문 앞에 있는 긴자 시호도 문구점이 신비롭다. 일러스트에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다. 책속 내용은 어떨지 들어가보겠다.

신입 사원 연수를 마치고 첫 월급 선물을 사기 위해 기지마씨가 알려준 전통이 오래된 문구점을 찾아간다. 운치있고 온화한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시호도'라는 글자를 본다. 들어서자 나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듯한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닛타를 반기는 사람은 시호도 문구점 주인 다카라다 겐이다. 전통 수제로 만든 편지지와 봉투가 있는 곳으로 안내를 받는다. 적확한 조언을 받아 할머니께 선물할 차와 함께 보낼 편지지를 산다. 그리고 만년필에 넣을 잉크를 물어본다.

닛타가 내보인 만년필은 12년 전 할머니께 선물받은 미사용 제품이다. 컨버터를 사용하기 위해 카트리지로 구입한다. 거스름 돈으로 받은 새 동전에 놀란다. 지폐는 소설책 사이에 끼운다. 친절한 주인은 편지를 쓸 공간마저 제공해 준다.

주인은 시호도 문구점을 찾아준 감사와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애독자를 만난 기념으로 노트를 준다. 노트에 쓰고 싶은 말을 적으며 만년필에 적응도 하라고 조언도 잊지 않는다. 카트리지를 넣는 방법을 알려주고 차를 갖다 주겠다고 한다.

닛타가 편지를 쓰며 할머니를 회상한다. 닛타의 절반 성인식과 할머니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백화점에 갔던 일, 그리고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받았던 일, 도시락을 챙겨주던 엄마대신 했던 사랑을 되뇌이며 처음 방문한 문구점의 친절도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할머니께 편지를 쓰고 만년필 상자속에 숨겨진 할머니의 편지를 발견한다. 할머니의 고백도 이번 편지도..닛타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썼던 편지를 찢고 다시 일곱장의 긴 편지를 쓴다. 할머니가 준 만년필로.

만년필에 담긴 사연을 필두로 사직원을 사러 온 클럽 후미의 유미 이야기인 시스템 다이어리, 짝사랑에게 고백을 못하는 나나미의 궁도부 노트가 사랑의 노트로 용기내는 사연을 담은 캠퍼스 노트.이혼한 아내의 장례식에 고별문 글을 쓰는 바람둥이 사업가 쇼의 그림 엽서, 개점을 하며 그동안 소식을 끊고 지낸 은인을 떠올리는 초밥 장인 쇼의 메모 패드.

각기 사연은 겐의 응대와 친절로 특별한 추억으로 거듭나면서 시호도 문구점을 찾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응원과 희망을 가득 채워준다. 시호도 문구점을 찾은 사람들은 마음의 위로와 위안을 받기도 하고 나나미와 다쿠미 처럼 사랑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료코와 겐은 왜 이들처럼 진전이 없는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건가.

겐이 쇼에게 처럼 한 방 먹고 보낸 선물이 대박이다. 료코와 함께 하면 되겠다. 이야기의 공통점은 시호도 문구점이 있기 이전 인물간의 인연에 있다. 좋은 인연으로 거듭나는 삶, 그리고 시호도 문구점을 거쳐 다시 깨닫게 되는 삶. 아무것도 아닌 문구 하나로 인생의 대서사시가 펼쳐지는게 대단하다.

눈물이 줄줄 흐른 단편은 만년필과 그림 엽서, 메모 패드였다. 시호도 문구점의 겐의 매력이 뭘까 생각해보니 전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의 시바 지점장이 떠올랐다. 페르몬 향을 풍기지는 않지만 잘생기고 목소리 좋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주인장.

평소에도 알파나 아트 박스 같은 곳에 어슬렁거리며 펜과 메모지, 노트를 구경하다 온다. 정신을 못차리고 쓸데없이 캐릭터 양말이나 군것질 거리를 계산하기 일쑤다. 만약 시호도 문구점이 있다면 한걸음에 달려가 매일 출근을 하지 않을까?

눈물을 쏙 빼고 따뜻하고 기분좋은 감정만 남기는 힐링소설 맞다. 또 만나고 싶은 긴자 시호도 문구점이 4권 까지 출간되었다니 어여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겠다. 료코와 겐의 러브 스토리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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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트 영매탐정 조즈카 2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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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트 #아이자와사코 #영매탐정조즈카2 #비채 #비채2기서포터즈 #서평단 #미스터리

2019년 발표한 <영매탐정 조즈카>는 5관왕을 기록하며 일대 신드롬을 일으키고 TV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아이자와 사코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인버트>는 영매탐정 조즈카2 되시겠다. 그럼 영매탐정 조즈카의 귀환을 두 팔 벌려 환영 해보자.

서두부터 살인 현장을 보여준다. 범인의 정체와 범행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젬레일스의 대표 요시다 나오마사의 죽음은 업계에서 뉴스로 떠오른다. SNS상에서 요시다의 인기는 상당해 향후의 행보에 불안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젬레일스에는 고마키를 필두로 우수한 엔지니어가 많다. 오히려 실적은 지금까지보다 더 향상될 것이다. 담당 형사 이와치도가 알리바이를 묻는다. 근데 뭐 이리 친절하게 사건 경위를 들려주냐.
어쨌든 고마키의 알리바이는 철벽이다.

사건은 사고사로 처리되는 듯하고 경찰이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없지만 예상과 달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 초등시절부터 골목대장 요시다는 질투의 대상이었다. 고마키의 부주의로 요시다가 다쳐 다리에 핸디캡이 생겼다.

그렇게 부채 의식을 느껴 요시다의 충성스런 심복으로 살아왔다. 고마키의 모든 공을 요시다가 차지하고 폭언과 모욕에 시달린 고마키는 요시다를 죽인 사실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포의 악몽은 질식할 것 같다.

그때 이사 온 옆집 여자가 벨을 누른다. 이십대 중반의 완벽한 외모를 가진 빨간 안경테의 여자를 보자 고마키는 숨이 멎을 것 같다. 여자는 큼지막한 눈동자로 고마키를 보며 조즈카라고 한다. 혹시 시끄러우면 말해달라며 사과를 들고 왔다.

옆집 여자 조즈카가 고마키의 삶속에 들어오며 모든 것이 변해버린다. 남자란 참 단순하다. 그저 예쁘고 친절한 여자를 보면 바로 착각을 해버린다. 의심을 해야지. 불나방이 되어 뛰어들면 어쩌자는건지. 더군다나 숙부님이 경시라니. 망한것 같다. 후방에서 지원해 주는 마코토도 있지 않은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낯선 여자 조즈카에게 시시각각 추적당하는 고마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즈카와의 추리 배틀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은 배가되고 장르적 재미는 극대화된 도치서술 기법의 추리소설이다.

불쌍한 고마키 사건과 더불어 전 교직원 추락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카운슬러 시라이 나나코로 위장 취업해 에리를 끈질기게 옥죈다. 마지막은 계획된 운노의 소네모토 살인사건. 이번 범인은 예사 범인이 아니다. 전직 형사를 상대하는 조즈카.

운노 빼고 왜 범인들이 불쌍한 느낌인지..인간말종은 죽어도 싸지 않나? 인간 쓰레기에 인권은 필요없다. 조즈카의 말투도 맘에 안든다. 뻑하면 '어라라'를 연발하는 멘트는 좀 구리다. 코난처럼 번뜩이는 순간적인 캐치 능력은 과히 최고에 절세미녀지만 딱히 정이 가는 캐릭터는 아니다. 이 또한 질투심에 찌든 독자의 발언임을 밝힌다.

영매탐정이면서 IT기술까지 마음껏 활용한 트릭과 추리로 전무후무한 캐릭터 조즈카의 매력을 한층 높였다. 충격적 반전으로 끝났던 만큼 후속편이 나오리라 못했던 팬들에게 전편을 능가할 역대급 반전을 주는 조즈카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아이자와 사코는 추리소설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식해서 썼다고 한다. 미스터리의 재미를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해주고 싶은 작가의 바람대로 이 소설은 왕초보 미스터리 독자들도 공감하리라 본다. 도치서술 소설의 장점이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얼마나 재밌는지는 읽어봐야 안다. 또 약을 파는 느낌이지만 안 읽어보고 어찌 알겠는가. 그냥 읽어보고 판단해보라.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지능적인 장르에 시간과 눈이 혹사되더라도 책을 놓지 못할 것이다.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더라도 "저, 영감 같은 게 있어서요" 이런 영감같은 소리가 범인에게 먹힌다. 막판에는 어림도 없었지만 그래도 확실한 물증을 찾아내는 조즈카. 내겐 이 소설이 뜰것 같은 영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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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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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괴이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미스터리앤솔러지 #비채 #비채2기서포터즈 #한국문학

다양한 책을 출간하는 비채에서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을 대거 모아놓고 미스터리 앤솔러지를 펴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영감_조영주
영감이 떠오르는 카페 속 화자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란 점만 빼면 실화가 아닌가 싶다.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속 이야기도 이번 앤솔러지를 기획한 주인공이 실명 위기에서도 사건의 의문을 풀 기회로 삼았다는 점이다. 영감이 찾아와 목소리를 들려줄 때를 기다려 녹음기를 준비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무진 십자가 사건 앤솔러지' 자체가 실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려서 읽었다. A의 사망 사건만 아니라면 그대로 믿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 후기를 보니 이런..더 소름끼친다.

그날 밤 나는_박상민
정직함이 무기가 되기도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내가혈액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떠나고 석달전 유나, 사랑하는 딸을 잃은 내게 진실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보낸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편지를 찢어버리는데...아버지라면 응당 딸의 죽음과 복수를 하려 할 것이다. '무진 십자가'사건의 택시 기사가 거사에 합류하게 되는 부분이 압권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도 끝까지 재미를 놓치 않았다. 문득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이 떠올랐다.

도적들의 십자가_전건우
'무진 십자가'사건을 모티브로 차기작을 쓰려던 J작가는 편집자인 내게 잘난 척 하던 그날 이후 소식이 없다. SNS 중독인 J작가가 한 달 넘게 소식이 없자 찾아가는데...'도적들의 십자가'를 구상하던 작가가 미친게 아닐까 싶었는데 미쳐가는건 편집자다. 전건우 작가님은..다 이루었다.

십자가의 길_주원규
용산역에서 아홉살 난 소년 안을 만난 규는 누구도 타본 적이 없는 숭고한 결의를 위해 준비된 SUV 9인용 차량에 탑승한다. 처음엔 천천히 나중에는 규의 심리적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말 폭탄을 쏟아내는 안을 싣고 무진 채석장을 향해 가는데...십자가의 길은 고난의 길이다. 그럼 이미 얼굴마저 맛이 가버린 아홉살 안이 행한 길은 무얼까. 입맛이 쓰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_김세화
두 개의 십자가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알리려고 했는지 상기하고 싶어 2011년에 쓴 무진 속보 기사를 찾아본다. 두 번째는 2년 전 경주 남산 사건인데...둘에게 예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은 왜 예수가 되려 하지 않을까? 기자만이 아니라 나도 궁금하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예수의 유언이다.

파츠_차무진
민통선 안에 해병이 십자가 세 개를 세우고 거울의 각도까지 맞춘다. 나체가 된 해병은 면류관과 망치, 대못을 꺼낸다. 진통제를 먹어도 뼈가 부러지는 고통은 막지 못하는데...해병, 중사, 다저스 모자 셋 밖에 안 나오는데 마지막 반전까지 정말 재밌다. 파츠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된다니 좀 그렇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에게는 특별한 미제 사건이 사건의 가족들에게는 잊지 못할 뼈아픈 사건일 것이다. 일련의 괴이한 사건이 '무진'이라는 도시에서 발생한 '무진 십자가 사건'의 발단이다. 안개속 같은 '무진'이란 도시에서 어떤 기상천외한 사건이 일어나도 될 법한 느낌은 소설속 무진이 주는 아우라다.

더군다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장편같기도 하다. 따로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쭉 읽는걸 추천한다. 여섯 작품은 미스터리, 호러, 추리 마지막엔 SF까지 다채롭다.

언젠가 모 가수가 가난하던 시절 음식 앞에서 이때가 아니면 못 먹는다 생각에 마구 먹었다는 얘길 했는데, 지금 아니면 못 읽을 거처럼 마구 읽어 대는 나는 안구통에 한쪽 눈으로 읽었다. 그래서 한눈에 반했다. 장강명 작가님을 따라하는건 맞지만 그냥 읽어봐라. 재밌다. 난 분명 재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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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키스의 말 - 2024 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배수아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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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키스의말 #배수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문지혁 #박지영 #예소연 #이서수 #전춘화
#한국문학 #은행나무 #도서협찬

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수상작인 배수아 작가님의 <바우키스의 말>도 궁금했지만 예소연 작가님이 내겐 더 시선이 간다. 예스마담의 예가 아닌 나의 성을 가진 가진 작가님..기쁜 마음으로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바우키스의 말_배수아
모든 것은 우연히 들려온 말로부터 시작된다. 일행이 아니었는데 영원히 기억 속에 남는 한 조각이 된다. 그를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친척의 값비싼 만년필을 훔친 사실을 알고 추적하기 위해 따라다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는데...

신화속 '바우키스'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나그네를 정성껏 돌바준 바우키스와 그의 남편 필레몬은 소설 속에서 '나'와 '모형 비행기 수집가'에 비유한다. 한 그루의 나무라는 모형 비행기 수집가의 선물은 타이프라이터도 열쇠도 아닌 삶이 아닐까.

허리케인 나이트_문지혁
바닥에 물이 차오르자 망설이다 피터에게 전화를 건다. 허리케인으로 동네 전체가 패닉이라 한다. 피터의 차로 그의 펜트하우스에 도착해 랍스타와 와인을 먹으며 그와의 기억을 떠올리는데...좁혀지지 않는 신분과 계급차이가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오더라도 결국 그런짓이 위안을 주진 않을텐데.

장례 세일_박지영
현수의 바람은 연명 치료를 증단한 아버지가 이왕이면 계약직으로 있는 장례식장에서 직계가족 할인을 받는 것이다. 현수가 근무하는 기간 동안에 친지상을 당한 직원이 있기 때문인데...인생은 타이밍이고 할인된 가격에 부담 덜어주는 게 존엄사라고 공정한 죽음 비용 계산 하더니 완벽히 불공정한 선의를 깨달아서 다행이다.

그 개와 혁명_예소연
아버지 태수 씨의 장례식 첫 조문객 성식이형은 태수 씨와 엄마의 85학번 민주화 운동권 동기다. 북조선의 지령으로 러시아로 떠났다 붙잡혀 오랜시간 복역했던 성식이형을 이제야 마주하게 된 것인데...상주 수민의 아빠의 마지막 지령을 지키려고 유자까지 데려오다니 대박이다.

몸과 무경계 지대_이서수
누룽지 언니는 쥐눈이콩의 첫사랑이다. 트랜스젠더라는 걸 어른이 되어 알게 된다. 단밤은 몸이 상품이라 한다. 단밤과 버스킹하는 청년을 구경하며 경계가 사라진 무대에 대해 생각하는데..무대에 오른 윤세진을 통해 몸이 하나의 경계가 되는 세상을 들려준다.

여기는 서울_전춘화
대학원에 입학 예정인 연길에서 온 영화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고 회장님을 만나러 간다. 사무국장의 면접은 망한듯 한데 아버지가 또 힘을 싫어 결국 일하게 되는데...조선족 여성이 시민 단체에 근무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며 서울에 녹아드는 이야기로 북한 마른 낙지가 꽤나 궁금하다.

수상작품인 만큼 심사평과 수상 소감이 서두에 실려있다. 베를린의 쇄기풀이 자라는 어느 오두막은 글을 쓰는 유일한 장소이고 이곳에서 작품이 탄생했다고 한다. 소설가이면서 번역가이신 배수아 작가님의 수상작 너무 근사하다.

그 개와 혁명은 82학번 언니가 운동을 열심히 하느라 집에 안들어오는 동안 보도블록 만큼 깨져간 유리창으로 특별 보너스를 받던 내가 운동은 한 명 만으로 제발 족하다고 느꼈던 시절이다. 예전 생각도 나고 향수에 젖는 시간이었다.

다른 작품들도 작가님들 마다의 색깔이 묻어나는 작품들이었다. 작가님들 내력을 보니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니라 글을 쭉 써오고 수상 경험이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전춘화 작가님은 중국 길림성 출신이라니 어쩐지 영화가 곧 춘화같이 느껴질 정도로 교포의 시선이 잘 담겨 있었다. 여섯 작품은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면과 문학의 결실을 확인할 수 있을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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