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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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책을 출간하는 비채에서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을 대거 모아놓고 미스터리 앤솔러지를 펴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영감_조영주
영감이 떠오르는 카페 속 화자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란 점만 빼면 실화가 아닌가 싶다.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속 이야기도 이번 앤솔러지를 기획한 주인공이 실명 위기에서도 사건의 의문을 풀 기회로 삼았다는 점이다. 영감이 찾아와 목소리를 들려줄 때를 기다려 녹음기를 준비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무진 십자가 사건 앤솔러지' 자체가 실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려서 읽었다. A의 사망 사건만 아니라면 그대로 믿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 후기를 보니 이런..더 소름끼친다.

그날 밤 나는_박상민
정직함이 무기가 되기도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내가혈액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떠나고 석달전 유나, 사랑하는 딸을 잃은 내게 진실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보낸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편지를 찢어버리는데...아버지라면 응당 딸의 죽음과 복수를 하려 할 것이다. '무진 십자가'사건의 택시 기사가 거사에 합류하게 되는 부분이 압권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도 끝까지 재미를 놓치 않았다. 문득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이 떠올랐다.

도적들의 십자가_전건우
'무진 십자가'사건을 모티브로 차기작을 쓰려던 J작가는 편집자인 내게 잘난 척 하던 그날 이후 소식이 없다. SNS 중독인 J작가가 한 달 넘게 소식이 없자 찾아가는데...'도적들의 십자가'를 구상하던 작가가 미친게 아닐까 싶었는데 미쳐가는건 편집자다. 전건우 작가님은..다 이루었다.

십자가의 길_주원규
용산역에서 아홉살 난 소년 안을 만난 규는 누구도 타본 적이 없는 숭고한 결의를 위해 준비된 SUV 9인용 차량에 탑승한다. 처음엔 천천히 나중에는 규의 심리적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말 폭탄을 쏟아내는 안을 싣고 무진 채석장을 향해 가는데...십자가의 길은 고난의 길이다. 그럼 이미 얼굴마저 맛이 가버린 아홉살 안이 행한 길은 무얼까. 입맛이 쓰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_김세화
두 개의 십자가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알리려고 했는지 상기하고 싶어 2011년에 쓴 무진 속보 기사를 찾아본다. 두 번째는 2년 전 경주 남산 사건인데...둘에게 예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은 왜 예수가 되려 하지 않을까? 기자만이 아니라 나도 궁금하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예수의 유언이다.

파츠_차무진
민통선 안에 해병이 십자가 세 개를 세우고 거울의 각도까지 맞춘다. 나체가 된 해병은 면류관과 망치, 대못을 꺼낸다. 진통제를 먹어도 뼈가 부러지는 고통은 막지 못하는데...해병, 중사, 다저스 모자 셋 밖에 안 나오는데 마지막 반전까지 정말 재밌다. 파츠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된다니 좀 그렇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에게는 특별한 미제 사건이 사건의 가족들에게는 잊지 못할 뼈아픈 사건일 것이다. 일련의 괴이한 사건이 '무진'이라는 도시에서 발생한 '무진 십자가 사건'의 발단이다. 안개속 같은 '무진'이란 도시에서 어떤 기상천외한 사건이 일어나도 될 법한 느낌은 소설속 무진이 주는 아우라다.

더군다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장편같기도 하다. 따로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쭉 읽는걸 추천한다. 여섯 작품은 미스터리, 호러, 추리 마지막엔 SF까지 다채롭다.

언젠가 모 가수가 가난하던 시절 음식 앞에서 이때가 아니면 못 먹는다 생각에 마구 먹었다는 얘길 했는데, 지금 아니면 못 읽을 거처럼 마구 읽어 대는 나는 안구통에 한쪽 눈으로 읽었다. 그래서 한눈에 반했다. 장강명 작가님을 따라하는건 맞지만 그냥 읽어봐라. 재밌다. 난 분명 재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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