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
정명섭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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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 #귀신이된암행어사 #정명섭 #텍스티 #txty #같이읽고싶은이야기

불길한 안개가 스물거리는 악몽에서 깨어난 사내는아내의 목이 베개 옆으로 굴러가자 놀란다. 하인들과 어머니, 아버지의 충격적인 죽음 앞에서 돌처럼 굳어 버린다. 안개가 걷힌 마당에는 세 남자가 나란히 서있다. 부모와 아내를 죽인 그들을 보며 절규하며 쫓던 사내는 의식을 잃는다.

꿈이 아니었다. 부유하고 권세있는 병조판서 외아들로 태어나 장원 급제에, 절친한 친구 이명천의 여동생을 아내로 맞고, 암행어사로 나갔다가 돌아올 일만 남았던 송현우에게 닥친 저주스런 비극은 대체 뭐란 말인가? 송현우가 집안 사람들을 모두 도륙을 냈다고 덕출이 이명천에게 알린다.

이웃에 사는 김현신 대감도 범인이 송현우로 지목하는데 정신을 차린 송현우는 이미 모두 죽어있었고 이상한 놈들을 봤다고 한다. 이명천은 동생의 손에 쥐어있던 비단 조각과 횡설수설하는 현우의 비단 바지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보자 화가 치밀어 주먹으 후려친다.

덕출이 명천이의 의심에 부채질을 할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하다. 믿었던 친구와 아랫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숨쉬기조차 힘들자 깨진 사기 조각으로 목을 긋는다. 의식이 사라지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모습을 떠올리던 현우는 눈을 감는다. 숨이 끊어졌던 현우가 다시 눈을 뜬다.

하늘의 계시인가. 영락없이 범인으로 몰린 송현우가 깨어난다. 진실을 알려 주겠다는 까마귀가 전한 쪽지를 보자 비틀거리며 따라 나선다. 인왕산 천격당에 도착하자 소진주가 기다리고 있다. 명천이 천격당으로 탈주자가 된 현우를 찾아온다.

왕실이 보호하는 사당이라 명천은 되돌아가고 현우는 소진주가 소개한 호위무사 진운과 어둠이란 검은개와 무원을 향해 나아간다. 또한 부마 정원석도 임금의 명으로 병조판서 집에서 일어난 사건을 맡아 쫓는다.

이명천은 우포도청 포교 자리에서 쫓겨난 뒤 좌의정 심환에게 암행어사로 송현우를 잡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송현우를 살려 주고 탈출을 도와주고 다시 쫓으라고 시키는 임금의 의향은 뭘까? 현우는 어떻게 이 난관을 타개해 나갈 것인가 범인은 누구이고,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등신불에서 애꾸눈을 잡는데 성공한다. 정해진 운명이란 힘은 대단하다. 무원에 이르기 위한 힘을 키우는 과정일까. 나머지 다리 없는 자와 팔 없는 자도 잡을 수 있을까?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송현우의 운명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귀신이 된 암행어사 암행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결한 송현우가 되살아나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죽인 범인과 조선 팔도의 기이한 일들을 만나며 백성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인식하게 되고, 자신에게 잠재된 공적 욕망을 각성하게 된다.

정명섭 작가님의 이야기 주머니는 참으로 대단하다. 오랜 팬으로 바쁜 일정에 언제 글을 쓰시는지, 다작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시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번 암행도 조선판 다크 판타지라는 '조다판'을 완성해서 즐겁게 읽었다. 송현우가 원흉을 찾아나선 열린 결말이라 암행2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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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스페이스
칼리 월리스 지음, 유혜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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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스페이스 #칼리월리스 #황금가지 #이벤트당첨 #SF스릴러

새해 BOOK 많이 받으세요 이벤트가 있었다.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어 선택한 <데드 스페이스>는 SF 스릴러다. 명절 동안 책속으로 빠져드는 시간 행복하다.

말리가 히기에이아 파르테노페 운영보안부에서 근무한 지도 이제 일 년이 조금 넘었다. 범죄자, 불평분자 등의 골칫거리가 기업의 이익에 지장을 주기 전에 싹을 자르는 일을 하고 있다.

몸의 절반이 기계로 이뤄진 보안분석가, 불온한 참사로 조각난 몸을 다시 이어 붙인 생존자로 지내는 삶에 익숙해졌다. 다만 인간의 뇌에서 신호를 받아 손길 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다.

이 년 전, 타이탄 연구 프로젝트에 참가하러 가던 중 블랙헤일로라는 반팽창 테러 조직의 침투로 심포지엄은 파괴되었고 대부분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말리가 창조한 AI 뱅가드도 파괴되었다.

파르테노페의 구조대에 구조되어 반짝이는 새 팔다리를 얻고 천문학적인 치료비가 청구되었다. 경제적 난민이 되어 파르테노페에 진 빚을 노동으로 갚아야 한다. 말리는 그때 칼 롱고가 누구인지 몰랐다.

실제로 공격을 시킨 주범인 롱고가 잠입시킨 조직원 크리스틴이 살해 계획을 세우는 줄도 모르고 그의 연구와 열정을 높이 샀다. 롱고는 화성의 교도소에서 남은 평생을 썩게 될 것이다.

모든게 파괴된 말리는 이제 보잘것 없는 보안관의 삶을 사는 인생이다. 관 같은 숙소에서 기업의 감시와 보호를 받는다. 지구에서 안전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데번 오빠의 편지를 확인하고 그리워진다.

심포지엄의 파괴와 함께 인생이 망가진 데이비드 프루센코의 비밀 영상 메시지가 있다. 아직 니무에에 있다고 부탁을 들어달라고 한다. 데이비드의 기억은 대체로 틀렸고 어떤 의도로 보냈는지 모르겠다.

데이비드가 잔혹한 구타로 사망한 지 삼십 시간이 지났다. 시그라는 개인적인 싸움 때문에 죽었다고 주장한다. 누가 이토록 분노를 터트렸단 말인가? 데이비드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아디사에게 전한다. 이런 기지에서 재능을 낭비한 것도.

밴 변호사가 간섭하는 것도 사절이고 데이비드가 사망한 날의 보안 및 감시 데이터를 오버시어에 요청한다. 하지만 데이터 없음이라는 응답이 나온다. 그리고 데이비드가 자신의 살해 시각을 제 손으로 은폐해서 충격 받는다.

이유가 있어서 메시지를 보냈고 또 살해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 일을 찾아야 한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안 데이비드의 마지막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본다. 데이비드의 은색 장치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류와 말리는 위험에 처한다.

데이비드가 남긴 게 살육의 전기 광선이라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핑, 헌터, 베라를 인터뷰 한다. 데이비드는 일을 잘하고 인망이 두터웠다. 델리카타는 헌터와의 사랑싸움이라고 한다. 데이비드가 왜 죽임을 당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또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니무에에 대원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누가, 왜 데이비드를 죽였고 죽기전 데이비드가 말리에게 하려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수수께끼 같은 말을 풀어야 한다. 파르테노페가 숨기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곳에서 의문스러운 죽음의 진상과 함께 숨겨져 있던 위험한 비밀은 무엇일까? 같은 꿈을 꾸던 존경하는 데이비드가 죽었다. 진실을 쭟는 사이보그 탐정 말리가 목숨을 걸고 밝혀내는 이야기다.

우주도 똑같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 불법이 판을 치고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을 위협한다. 그속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기업이 있다. 보안관 이전에 AI 전문가답게 사건을 해결한다.

처음부터 모든것이 말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말리가 주인공이니까. 상상할수록 재밌는 곤충의 모습으로 된 로봇들이 날뛰는 SF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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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별
이시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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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별 #이시우 #황금가지 #하이틴무협로맨스 #신간 #서평단 #도서협찬

<신입사원>으로 알게된 이시우 작가님의 신간이다.
하이틴 무협 로맨스 장르라니 무협만 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시우 작가님의 무협은 어떤 맛일지 너무 기대된다.

권별이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때다. 수학을 가르쳐 주던 장호비 선생님이 자신의 휘파람 소리를 듣자 무공을 배우라며 제자로 삼는다. 권별과 달리 무명이 무공을 익히게 된 경위는 기억조차 없을 정도로 어렸을 때 '산중노인'에게 납치되고 부터다.

산중노인이 무명에게 이름조차 지어 주지 않아 무명이 되었다. 노인이 처음 외출해 시킨 일이 20초 안에 사람 죽이기다. 열흘 뒤에는 15초를 제시하며 10일 간격으로 대결 상대에 따라 무명의 무공 실력도 급속도로 발전한다. 무명도 다음 외출을 기대하게 된다.

선생님의 휘파람 소리는 '전음'이라는 일종의 '무공 버전 비밀 대화방'이라 보통 사람들 귀에는 들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별이는 특별난 내공이 있다 하겠다. 벽을 타고 달리는 경공을 좋아하던 별이에게 콘서트 티켓을 걸고 대련을 제안한다.

3개월 동안 선생님의 몸을 건드리지도 못했는데 콘서트 티켓을 선물로 받는다. 선생님은 악당들을 혼내주는 자리에 나가 수제자 권별을 소개하고 싸우는 걸 지켜보게 한다. 선생님의 동작 하나 하나는 공간과 시간의 속박을 벗어난 움직임이다.

선생님과 '밤 나들이'를 통해 내공도 비약적으로 늘고 경공도 한층 발전한다. 그쯤 무명은 왼눈을 바치라는 산중노인의 다리를 분질러 버리고 노인은 세상에 선보일 때가 되었다며 명단의 순서대로 목표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산중노인의 제자를 죽이는 과정에서 노인마저 죽여버린 무명의 목표를 알아낸 선생님과 형사는 별이를 소외시킨다. 무명을 직접 보고 싶던 별이 몰래 뒤따라가 어쩌다 혈적검 박세원을 때려 눕힌다. 이제 자신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진다.

선생님은 비의문 문파에 데려가 휠체어를 탄 비의문주 할아버지와 노야차를 별이에게 소개시켜 준다. 세명의 대련 상대 마지막이 장호비 선생님이다. 시합이 끝나고 계승의 자격을 잃어버린 선생님은 비의문의 정통 계승자로 권별을 추대한다.

하지만 별이 원하던 게 아니었기에 선생님과 관계는 껄끄럽다. 그냥 수학 공부나 하자고 했던 대화가 마지막이 되는 사건이 벌이지고...비의문주는 통영으로 가라고 한다. 엄마가 선뜻 카드를 내주며 보내주고 왜 항상 아빠가 주눅들어 있는지 이해가 간다.

별이는 통영으로 곽빈 경위를 만나러 가고 경찰서가 있어야 할 자리가 폐허가 되어있다. 시의원 이은성이 곽빈 경위는 실종된 거 같다고 전한다. 찾아간 골프장에서 처음으로 무명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고 드디어 만난다.

호비를 죽인게 무명이 맞을까? 별이와 무명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은자의 정체는 누구일까? 은자를 찾아 둘은 동행하고 무명은 처음 사귄 친구 별을 위해 무엇이든 하려하고 별 또한 무명을 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일찍이 영웅문을 통해 강호 무림의 고수들을 섭렵했고, 만화 열혈강호의 인물들도 떠올리며 다시 무협의 세계에 빠져 들면서 무협을 제대로 좋아한다고 자부한다. 도시 한복판에 무공을 단련한 현대판 강호인들이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을 중국 무협 만화나 소설이 아닌 우리 작가님의 소설로 읽는다.

총을 든 경찰에 맞서 단검으로 상대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고, 당파도 다른 고수들이 등장해 필살기의 무예를 겨룬다. 우리의 주인공들이 어른들 앞에서도 당당한 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다. 화자인 권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나 전음을 나누는 부분이 꽤 재밌다.

이미 예견된 위험에 빠져들고 둘은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나간다. 과연 복수는 했을까? 신입사원 만큼 독특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이만큼 무협 소설을 재미지게 쓸 수 있단 말인가? 천하 제일의 일인자는 누가 될지 상상해 본다. 무명일지, 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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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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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이정표 #아시자와요 #블루홀식스 #블루홀6
#미스터리 #서평단

초등학교 3학년 때 슬램덩크를 본 계기로 농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나카무라 요스케와 달리 하루는 세 살 때 농구를 시작했다. 실업팀 농구 선수였던 아버지의 특훈으로 아무래도 격차가 크다.

하시모토 하루와의 만남이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한 요스케는 느닷없이 자신을 남겨두고 가버릴까 내심 걱정한다. 헤어짐에 아쉬워 되돌아가던 길 하루가 횡단보도로 냅다 뛰쳐나가버리는 걸 목격한다.

하루가 어떻게 된 건지 궁금증을 남겨두고 다른 인물로 넘어간다. 반찬가게 야간반에서 일하는 나가오 도요코. 2년 전 발생한 진전없는 도가와 살해 사건을 담당한 다이라 쇼타로.

도가와 마사히로는 학원을 운영하던 원장이고 용의자는 학습 지도를 받던 아쿠쓰 겐으로 체포만 하면 기소할 수 있을 증거가 있었지만 행방이 묘연해진다. 지금까지 수사는 벽에 부딪힌다.

궁금했던 하루의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막상 알게되니 실망이다. 다친 건 맞지만 부자 공갈 자해단의 성격이다. 아버지는 운전자에게 동정심과 죄책감을 유발시켜 돈을 뜯어낸다. 하루에게 너무 가혹하다.

반찬가게 도요코가 의외다. 숨은 공간이 있는 집에 숨겨둔 남자가 있다. 야간반 아르바이트생들은 도요코에게 한창 성장기의 아들이 있는줄 안다. 남자는 2년 전보다 둥그스름해졌다.

다시 도가와 살인 사건으로 돌아와서 도가와는 살해 당해 마땅한 사람이 아닌 인격자였다. 그런 사람이 왜 살해당했는지 의문이다. 퍼즐 조각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퍼즐이 맞춰질 때마다 사회파 미스터리답게 껄끄러운 사회문제가 드러난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동정이 아닌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서로에게 연결된 점이다.

행방이 묘연한 아쿠쓰가 도요코의 지하방에 숨어 있고 하루는 아쿠쓰가 베푼 친절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아쿠쓰를 쫓는 쇼타로와 오야는 진실을 찾아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아쿠쓰에게 도가와는 이정표 같은 존재인데 왜 죽였을까?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지만 악한 존재로 느껴지는 사람은 없어 뭔가 사정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며 지켜 보게 된다.

여행자에게 특히 낯선 곳에서 이정표가 없다면 우린 모두 당황하고 막막함을 느낄 것이다. 밤의 이정표는 캄캄한 앞날의 목적이나 기준이 되어줄 이정표가 있다면 믿고 따를 것이다. 부모든 선생님이든.

하지만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면 어떨까? 도가와 살인 사건에는 큰 반전이 숨어 있다. 과거에 옳다고 믿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던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 만은 없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범죄자로 만든 만큼 이번 소설은 과거의 이기적인 헌법을 고발하고 있다.

삶의 이정표를 잃은 아쿠쓰와 하루. 두 사람을 부각시키며 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국가와 사회 구성원이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열린 결말로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아마도 똑같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연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아시자와 요의 10주년 기념작이라 할만하다. 책을 덮으면서 정말 재밌다...라는 말 밖에. 서로 닮은 구석이 있는 아쿠쓰와 하루가 부자지간이라면 어떨까 상상해보며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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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아시스
김채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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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아시스 #김채원 #서울오아시스_서평단 #문학과지성 #도서협찬

김채원 작가님이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들을 묶어 낸 소설집이다. 2022년 신춘문예 당선작부터 미발표작까지 여덟 편의 작품들 속으로 들어가보겠다.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
아무도 아닌 날에 동우와 석용과 성아가 만났다. 유림이 새벽 일찍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고 서로에게 연락을 했다. 세 사람은 유림이 살던 원룸에 남아 있는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만났는데 밥을 먹고, 자전거를 빌려 타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시종일관 비춘다. 현관이 수국 뒤에 있는 것과 뭔 상관인지 모르겠다. 다만 친구의 비보를 들은 세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삶도 여전히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빛 가운데 걷기>
노인은 자신의 딸을 위해 기도를 마친 사람들이 뒤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동안 언제까지고 이렇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손녀를 낮잠 재우고 산책길에 나선다. 양지를 걷고 폐에 염증이 생기지도 않은 채로 잘 지냈고 아직 할 일이 충분히 남아 있다. 노인의 주변인물들이 아무 상관없이 나열된다. 남은자의 버팀과 심리적인 견딤을 빛 가운데 걷기로 표현한듯 하다.

<서울 오아시스>
어떤 사람은 건강하지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던 외삼촌이 강가에서 실종되었다. 우리가 이사를 갈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욕심내지 않고 살기를 택한다. 손을 움직이고 싶다는 엽서를 보낸 엄마는 병원에 있다. 외삼촌하고의 과거와 학교에서의 연극 럭키 클로버에서 맡은 배역 나무를 떠올린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서울의 오아시스일지도 모른다.

<쓸 수 있는 대답>
아르바이트를 마친 유림이 승용차에 치여 다리를 다친다. 운전자는 중년이었고 유림의 다리에서 피가 많이 나자 구급차를 부른다. 언젠가 보험사 직원이 알려준 정보가 치료가 끝날때까지는 합의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먼저 합의하자고 말한다. 밥먹자는 성아의 전화에 사고가 났다고 전한다. 자살하기를 그만둔 유림의 이야기가 왠지 자살로 마감되어 슬프게 읽힌다.

<영원 없이>
정부영의 어머니는 정부영이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자살했다.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았던 집은 먼지 뿐이다. 정부영이 자살에 실패한 이후로 떠나버렸다. 근래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어려움을 느끼지만 오래전 아동 병동에서 배운 것들은 좀처럼 잊지 않는다. 난 정부영을 잘 모르겠다.

<럭키 클로버>
자영은 그럭저럭 자두 농장을 해나가고 있다. 자영의 엄마는 농장을 물려주고 떠났다. 종종 엄마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지 상상해본다. 벌목된 나무 밑둥 아래서 처음 클로버 병정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걷거나 뛰지 못했다. 한 다발로 태어난 여덟 명의 클로버 친구들은 농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제식훈련을 한다. 보초서는 일을 좋아하는 파수꾼 클로버들과 떠난 엄마를 용서하려 한다.

<외출>
말을 아주 길게 하고 싶은 사람, 그러니까 말을 아주 길게 하는 방법을 배우지는 못한 사람이 적은 글이다. 사실 이미 한차례 소개된 바 있다. 노인이면서 외조부는 화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노인이 가고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이렇게 자랐구나 싶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구아미는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을 정성 들여 기르고 있다. 다 자란 오렌지 열매를 기계에 넣고 납작하게 말려 먹는다. 구아미가 하는 혼잣말을 듣는 것은 오아름뿐이다. 남은 자는 잊지 않기 위해 소설도 쓰고 걷고 살아간다.

여덟 편의 이야기는 상실과 부재가 심리적인 것에 고착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무한한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백을 방법화하는 소설집이다. 인식과 지성을 통해 어딘지 세계를 장악할 수 있다고 여겨온 우리의 오랜 믿음 체계가 아니라, 불가해함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공백 쪽에 서 있다. 사라짐, 공백으로부터 시작하는 무한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서울 오아시스>는 단편이면서 긴 장편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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